스토리 리뷰/영화는 인생이다

고독한 헌터 야수를 사냥하다 '윈드리버'

모피어스 김 2017. 12. 13. 21:11

맨발의 소녀가 눈밭을 내달린다. 

영하 20도의 강추위 속에서 냉기를 들이마신 그녀의 폐는 파열되고 가슴 속에서 올라온 혈액이 기도를 막으면서 소녀는 죽는다. 

죽을 당시 그녀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사냥감일 뿐이었다.



미국 와이오밍주의 눈 덮인 오지 윈드리버는 인디언 보호구역이다. 

이곳에서 인디언의 후손인 소녀가 사냥감이 되어 쫓기다가 죽었다. 

동물의 사냥은 생존을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사냥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생존을 위한 것일까?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더구나 사냥감이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필경 추악한 탐욕의 발로일 것이다. 

야생동물 헌터인 코리(제레미 레너분)는 그녀를 발견하고 3년 전 '그 일'을 떠올린다. '그 일'은 그에게 지독한 트라우마였다. 

그는 인디언의 딸 나탈리의 죽음을 보고 떠올리기조차 싫은 과거의 기억과 대면한다. 

그의 딸 역시 혹한 속에서 사냥감이 되어 죽었던 것이다.

전문 사냥꾼인 코리는 사냥감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안다. 

더구나 그의 전처 역시 인디언이다. 죽은 그의 딸 역시 인디언의 혈통이었던 것이다. 

3년 전 딸의 죽음은 그의 가정을 풍비박산냈고 지금까지 그의 삶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윈드리버의 보안관인 벤은 이 사건을 윗선에 보고하고 FBI는 제인 배너(엘리자베스 올슨)를 급파한다. 

살인사건에 겨우 젊은 여성 요원 한 명이 모습을 드러내자 벤과 코리는 어이없어 한다. 

이 사건을 해결하기에 그녀는 너무나 어설퍼 보였다. 그러나 코리는 이 사건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이것은 그의 친구이자 죽은 나탈리의 아버지인 마틴 때문이기도 했지만 3년 전 죽은 그의 딸에 대한 깊은죄의식 때문이었다. 

그는 제인과 함께 사건 해결에 나선다.



혹한의 겨울, 눈덮인 오지... 이런 극한의 환경 속에서 인간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던 야만을 드러내기 쉬운 존재다. 

코리와 제인은 인디언 보호구역인 윈드리버에서 인디언 소녀 나탈리가 야만을 드러낸 백인들에 의해 성폭행 후 살해 당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인디언이 보호 받지 못했다는 이 설정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인간사에는 이런 역설이 많다. 진정 보호 받아야 할 존재가, 진정 보호 받아야 마땅한 장소에서 가장 처참한 방법으로 유린 당하곤 한다.


사냥감이 된 나탈리는 피를 흘리며 설원을 처절하게 내달렸다. 그녀는 눈 위로 발자국을 남겼고 그 위에 선혈을 흘렸다. 

그녀를 사지로 내몬 야수는 다시 헌터 코리의 사냥감이 된다. 추악하게 발현된 인간의 야만은 그렇게 단죄된다.

이 영화의 감독인 테일러 쉐리던은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의 시나리오를 쓴 작가로 유명하다. 

혹한의 오지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추악한 인간의 야만성은 썩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고독한 헌터와 그의 트라우마도 인상적이다. 입체적인 캐릭터에 탄탄한 스토리가 꽤 괜찮은 스릴러를 만들었다. 

사실 이 영화도 개봉 당시 상영관 문제로 완성도에 비해서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주요 VOD 서비스에서 저렴한 가격에 보실 수 있다. 

연일 한파로 외출이 꺼려지는 요즘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볼 만 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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