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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자유'라는 빈 공간

모피어스 김 2017. 11. 8. 17:23

'자유'라는 것은 큰 파도와 같다. 

이것은 노련한 서퍼에게는 극한의 재미와 쾌락을 누릴 기회로 비치지만 수영도 못하는 맥주병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자유를 희구하지만 막상 그 자유가 주어지면 아무것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유가 불확실성과 함께 온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 것을 인지하는 순간 불안해하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몇 개월간 백수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간만에 주어진 자유가 너무 좋았다.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늦잠을 잘 수도 있었고 조조영화를 보고 오후 내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오랫동안 못 보던 친구와 만나 회포를 풀기도 했다. 이런 즐거움은 딱 1주일 만에 끝났다.

행복했던 1주일이 지난 후 처음으로 월요일을 맞았을 때 난 내게 갑자기 주어진 엄청난 시간을 채울 꺼리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유'가 '무위'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그때부터 이 빈 시간들은 내게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때 난 파도를 탈 줄 몰라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에서 거대한 파도를 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머저리와 같았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에게, 또는 어떤 식으로든 생계를 위해 일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바쁜 일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그러나 직장생활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우리는 일생에 적어도 몇 번은 긴 공백을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 때를 위해 뭔가를 준비해야 한다. 이러한 준비는 간만에 찾아온 시간적인 자유를 풍요롭게 해줄 것이다.

주변을 보면 일이 삶의 전부인양 사시는 분들이 있다. 그 분들에게는 '난 열심히 살았다'는 자부심이 있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런 게 너무 심해지면 자유의 시간이 주어졌을 때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그 일이 인생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속박이 되는 어이 없는 상황이 펼쳐진다. 마치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평생을 감옥에서 보낸 브룩스 노인이 공황상태에 빠지는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자유는 아무나 누리는 것이 아니다.

바쁜 일상이라도 조금씩 내게 즐거움을 주는 일을 찾고 어느 정도 내공을 쌓아놓은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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