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에세이 (38)
김작가의 i.love.Story
서기 648년. 신라의 김춘추는 당의 수도 장안에서 당태종 이세민을 만났다. 이 만남은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분수령이다. 이 만남을 통해 나당연합군이 탄생했기 때문이다.당시 신라는 백제 의자왕의 집요하면서도 줄기찬 공격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의 목적은 신라를 집어삼키는 것에 있음이 틀림 없었다. 김유신이 이를 간신히 막아내고 있었으나 약소국 신라의 운명은 그야말로 바람 앞의 촛불 같았다. 이를 보다못한 김춘추가 도박과도 같은 순방길에 올랐다. 말이 좋아 외교 순방이지 주변 국가들에게 도움을 청하러 간 것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외교력은 그 나라의 국력과 비례한다. 약소국 신라에서 온 이름 모를 외교관은 가는 곳마다 푸대접을 받았다.그런 그를 당태종 이세민이 친히 접견했다. 더구나 당시 당은 백제와 우호관..
탁월한 성취에 빛나는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다. 그것은 자신의 성취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이다. 누구든 성취의 과정에서는 순수한 열정으로 임한다. 이때의 순수함이 유지되면 좋으련만 순백의 순수함만큼 오염되기 쉬운 것도 없다. 이때까지는 이들도 좋은 사람인 경우가 많다.문제는 성취의 열매가 맺어지기 시작하면서 생긴다. 냄새를 맡고 나타난 파리떼와 같은 이들이 성취자를 둘러싸기 시작한다. 이들은 대개 닳고닳은 자들이라 단물을 빨아먹으려면 어찌해야 하는 지를 잘 안다. 주식에서 차익을 챙기려면 주가를 띄워야 하듯이 사람도 단물을 뽑으려면 비행기를 태워야 한다. 성취자는 이때부터 특별한 사람으로 대접 받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머쓱해 하지만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자신의 성취를 자기자신과 동일시하는 ..
난 지금도 지평선을 향해 끝없이 뻗은 길을 보고 있노라면 여행자의 본능을 느낀다. 그것은 가끔씩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는 충동 비슷한 것이다. 대학시절 잦았던 방랑벽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누나의 말마따나 철이 안 들어서 그런 것인가? 지금도 난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를 들을 때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난 재수를 해서 대학에 들어갔다. 항상 역대 최고를 갱신하는 우리나라 대입 경쟁률이 최고점을 쳤던 시기였다. 공부 외에 내 인생의 모든 것이 올스톱 되어있던 시기 몇 년을 보내고 그야말로 천신만고 끝에 들어간 대학이었다. 그러나 난 어이 없게도 혼란에 빠졌다.대학 입학이라는 지상 과제를 앞에 놓고 허구헌날 집과 학교를 오가던 삶을 살던 나는 갑자기 많아진 자유시간에 뭘 해야 할 지 ..
우리는 지금 외모가 중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이것을 두고 외모지상주의네 뭐네 하며 비판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람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외모는 삶에 있어 여러 방면에서 어드밴티지로 작용한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람에게 두 눈이 달려있는 이상 조금이라도 눈 호강을 시켜주는 상대에게는 말 한마디라도 곱게 나갈 가능성이 큰 것이 인지상정이다. 난 이것을 가지고 굳이 속물근성이라고 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더구나 외모에 대한 평가기준은 상대적이고 주관적이다. 이것은 사람마다 다르고 절대적인 것도 없다. 물론 대략적이고 보편적인 기준이 존재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점점 흐릿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이제는 보편적인 기준에 비추어봤을 때 못생긴 사람이 매력을 발산하며 인기를 끄는 경우가 적지 않..
"그래도 지구는 돈다.."어쩔 수 없이 천동설을 인정하고 종교 법정을 나서던 갈릴레이가 했다는 말이다. 종교적 확신이 과학적 추론을 압도했던 시대.. 그 시대에 살기 위해 천동설을 인정하고 말았지만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연구에 근거한 확신을 가지고 있던 학자는 중얼거리는 소리로라도 세상을 향해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천동설은 그 시대를 살았던 살았던 사람들이 갇혀지낸 조악한 세계가 아니었을까? 모든 천체가 거대한 은하수, 그 변두리에 위치한 작은 행성에 불과한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거대한 착각에 근거해 만들어낸 세계.. 거기엔 그 어떤 과학적 근거도 없었고 종교적 확신이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 세계의 미개함 만큼 그들은 미신에 빠져들었다.최근 재벌가 딸들의 갑질이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몇년 ..
"한국놈들은 시간을 많이 주면 안 돼.. 일정을 바짝 당기고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매일 조져야 돼.."오래 전 대기업의 한 임원 되시는 분께 들은 이야기다. 말이 좀 상스럽긴 하지만 이 방법은 상당히 효과적이긴 하다.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 데에는 이만 한 방법이 없다. 일단 타이트한 일정 때문에 일하는 사람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업무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 문제는 일하는 사람들의 에너지 소모가 심하다는 것이다. 1~2번은 괜찮겠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 삶이 피폐해진다.그러나 대기업의 임원이나 정부 조직의 고위 관료쯤 되면 이런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조직이 크다 보니 경쟁은 심하고 막강한 인사권을 쥐고 있으니 일을 하겠다는 사람은 그들 앞에 줄을 서 ..
혹시 임춘애 선수를 아실지 모르겠다. (이 분을 안다면 최소 40대에 진입하신 분으로 봐야 한다.) 그녀는 1986년 아시안게임 육상 3관왕에 빛나는 메달리스트다. 그녀의 이름에는 지금도 '라면'이 따라다닌다. 당시 언론이 라면 먹고 힘을 내 금메달을 딴 신화적인 존재로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우리 사회는 성공 신화를 참 좋아한다. 불우한 환경에서도 정신력 하나로 역경을 딛고 일어나 찬란한 성취를 이루었다는 이야기들.. 그러나 당사자는 최근 모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라면은 간식으로나 먹었지 실제로는 삼계탕과 도가니탕 등을 먹고 뛰었다고 털어놔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었다. 당시에는 거액이었던 포상금 1억 5천도 일부만 지급되고 나머지는 은퇴 시 지급되었다고 하니 성공 신화의 결말 치고는 참 많이 부족한 느낌..
"키스? 가족하고 무슨 키스를 해? 여자는 시집 와서 애 둘 낳으면 그때부터는 그냥 가족이야.."몇 년 전 술자리에서 한 지인이 했던 얘기다. 이 분은 50대 초반이었는데 부인과 키스를 한 지 무려 10년이 넘었다고 했다. 어지간히 취기가 오른 그가 술기운에 농담으로 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 그말은 약간의 과장은 있을지언정 사실인 것으로 보였다. 난 이 분의 말을 들으며 서글픔을 느꼈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결혼생활이 오래되면 부모만 남고 남녀는 사라질까?한 언론의 관련 기사를 보니 다음과 같은 통계가 나와있다.'해외 논문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세계 섹스리스 부부 비율은 평균 20% 수준이다. 이에 비해 한국(36%)은 일본(45%)에 이어 두 번째로 섹스리스 부부가 많은 나라로 드러났다..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는데, 특출한 구석도 없는데 인내심과 뚝심 하나로 꽤 괜찮은 위치에 오르는 사람들.. 우리 주위에는 이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리 드라마틱하지도 않고, 특별할 것도 없는 인내심이 중요한 자질임을 확인시켜주는 사람들.. 이들의 일상은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꾸려진다. 이들은 그리 대단치 않은 결과물이라도 꾸준히 결과물을 낸다. 처음에는 보잘 것이 없지만 이런 결과물도 쌓이고 쌓이면 빛이 나고 특별한 가치가 부여되는 순간이 온다. 그렇게 그들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다.이 과정을 잘 지켜보면 여기에 플러스 알파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성장이라는 것이 날마다 조금씩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의미있는 성장은 어느 한 시기에 집..
내가 용인으로 이사를 온 것은 몇 년 전의 일이다. 아파트 베란다 창으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 좋아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선택했다. 조경이 잘 되어 있는 데다가 맞은 편으로 야트막한 야산이 보인다. 이 산과 아파트 단지의 경계선에 철제 펜스가 쳐져 있는데 간혹 고라니가 나타나 바로 그 앞에서 노닐기도 한다. 이곳으로 오기 전 대도시에서만 생활을 했던 나는 이런 장면이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 청솔모가 돌아다니는 것 정도는 흔히 볼 수 있었으니 내 생애 처음으로 자연과 근접한 곳에 둥지를 튼 결과였다.이때부터 난 대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던 것들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계절의 변화'였다. 대도시에서는 계절의 흐름을 느끼기 힘들다. 바쁜 직장생활을 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갖기 힘들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