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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소소한 즐거움으로 현재를 살라

모피어스 김 2017. 12. 20. 00:33

언제부턴가 요리를 하는데 취미를 붙였다.

매주 '집밥 백선생'을 챙겨보며 주말마다 요리를 해서 아이들을 먹였다.

나는 요리를 비교적 쉽게 배운다. 학원을 다닌 적도 없다.

손맛 좋은 어머니의 유전자가 내게로 온 모양이다.

그러나 내가 요리를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 다양한 재료로 맛을 내는 과정이 즐겁기 때문이다.


행복한 삶을 사는데 뭔가 대단한 것이 필요한 줄 알았던 때가 있었다.

왜 그랬을까? 그때 난 마치 뭔가에 씌인 것처럼 심리적으로 쫓기고 있었다.

나는 바보 같이 행복에 조건을 걸었다.

이것만 있으면 행복할텐데... 저것만 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보낸 시간은 후회로 남았다.


수많은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난 나의 현재가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보다 나을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처지지도 않는다.

일부러라도 감사의 조건을 찾아보라는 성경 말씀을 굳이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난 나름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는 정도는 된다.

언젠가 밤늦게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때 난 지하철 안에서 귀에 이어폰을 꽂고 내가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고 있었다.

난 그 프로그램의 DJ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밤에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잠자고 있던 감성이 깨어난다.

그때 김동률의 '오래된 노래'라는 곡이 듣고 싶어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앱으로 그 노래를 신청했다. 짤막한 사연과 함께...

그런데 얼마 안 있어 그녀가 내가 보낸 사연을 읽기 시작했다.

놀랍고도 신기한 일이었다. 

곧이어 나의 신청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클래식 기타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김동률의 목소리는 깊어가는 가을밤과 너무나 잘 어울렸다.

그때 난 라디오에 왜 많은 사람들이 사연과 신청곡을 보내는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뒤로 난 그 프로그램을 들을 때마다 사연을 보낸다.

지금까지 그녀는 내 사연을 세 번 정도 읽어주었다.

삶에는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 의외로 많다.

이제 말대꾸를 꼬박꼬박 하기 시작한 초등학교 딸래미와 농담 따먹기를 하고 아들의 핫도그를 빼앗아 먹는다.

집 근처 도서관을 갈 때 일부러 산 속 산책로를 걸으며 단풍 구경을 한다.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을 들고 서점 한 구석에 앉아 소설을 읽는다.

전에는 이런 것들이 왜 즐겁지 않았을까?

나는 뭔가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사람은 어리석어서 자기 손에 들고 있는 것의 가치를 몰라본다.

자기 손에 꽤 괜찮은 것들을 들고 있으면서도 시선은 엉뚱한 곳에 가 있기 쉽다.

생각해보면 나를 둘러싼 현실은 변한 것이 별로 없다.

나의 시선이 바뀌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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