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작가의 i.love.Story
소소한 즐거움으로 현재를 살라 본문
언제부턴가 요리를 하는데 취미를 붙였다.
매주 '집밥 백선생'을 챙겨보며 주말마다 요리를 해서 아이들을 먹였다.
나는 요리를 비교적 쉽게 배운다. 학원을 다닌 적도 없다.
손맛 좋은 어머니의 유전자가 내게로 온 모양이다.
그러나 내가 요리를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 다양한 재료로 맛을 내는 과정이 즐겁기 때문이다.
행복한 삶을 사는데 뭔가 대단한 것이 필요한 줄 알았던 때가 있었다.
왜 그랬을까? 그때 난 마치 뭔가에 씌인 것처럼 심리적으로 쫓기고 있었다.
나는 바보 같이 행복에 조건을 걸었다.
이것만 있으면 행복할텐데... 저것만 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보낸 시간은 후회로 남았다.
수많은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난 나의 현재가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보다 나을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처지지도 않는다.
일부러라도 감사의 조건을 찾아보라는 성경 말씀을 굳이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난 나름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는 정도는 된다.
언젠가 밤늦게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때 난 지하철 안에서 귀에 이어폰을 꽂고 내가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고 있었다.
난 그 프로그램의 DJ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밤에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잠자고 있던 감성이 깨어난다.
그때 김동률의 '오래된 노래'라는 곡이 듣고 싶어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앱으로 그 노래를 신청했다. 짤막한 사연과 함께...
그런데 얼마 안 있어 그녀가 내가 보낸 사연을 읽기 시작했다.
놀랍고도 신기한 일이었다.
곧이어 나의 신청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클래식 기타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김동률의 목소리는 깊어가는 가을밤과 너무나 잘 어울렸다.
그때 난 라디오에 왜 많은 사람들이 사연과 신청곡을 보내는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뒤로 난 그 프로그램을 들을 때마다 사연을 보낸다.
지금까지 그녀는 내 사연을 세 번 정도 읽어주었다.
삶에는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 의외로 많다.
이제 말대꾸를 꼬박꼬박 하기 시작한 초등학교 딸래미와 농담 따먹기를 하고 아들의 핫도그를 빼앗아 먹는다.
집 근처 도서관을 갈 때 일부러 산 속 산책로를 걸으며 단풍 구경을 한다.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을 들고 서점 한 구석에 앉아 소설을 읽는다.
전에는 이런 것들이 왜 즐겁지 않았을까?
나는 뭔가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사람은 어리석어서 자기 손에 들고 있는 것의 가치를 몰라본다.
자기 손에 꽤 괜찮은 것들을 들고 있으면서도 시선은 엉뚱한 곳에 가 있기 쉽다.
생각해보면 나를 둘러싼 현실은 변한 것이 별로 없다.
나의 시선이 바뀌었을 뿐이다.
공감 버튼 꾹 한 번 눌러주세요...^^ 로그인 하지 않아도 됩니다.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처의 치유_updated (0) | 2018.01.07 |
---|---|
그를 추억하며... '故김주혁' (0) | 2017.12.24 |
어느 유부남의 게으른 하루 (0) | 2017.12.16 |
독서와 사유의 적, 피로사회 (0) | 2017.12.11 |
어설픈 현실주의 (0) | 2017.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