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작가의 i.love.Story
일상 속 폭력과 야만의 현신 '그것(it)' 본문
얼마 전 부산에서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이 있었다.
그것은 매우 끔찍하고도 비열한 사건이었다.
이제 겨우 사춘기에 접어든 10대 소녀들이 저지른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들의 폭력성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인간의 타고난 잔인함일까? 아니면 이 사회가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일까?
어느 쪽이든 그런 폭력이 일상 속에 깊숙히 파고 들어와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공포를 느낀다.
어린 소녀들이 저지른 폭력은 우리와 매우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약자를 다룬 방식은 너무나도 야만적이고 잔인했다.
이 사건은 일상 속 폭력의 위험성을 뼈저리게 일깨우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곧 이 사건을 잊을 것이다.
영화 '그것(It)'의 무대인 데리라는 미국의 소도시도 그런 일상 속 폭력이 만연한 곳이다.
영화는 장대비가 내리던 어느 날 소년 빌리가 동생 조지를 밖으로 내모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소년 빌리는 매정하기 짝이 없었다. 1층 거실에서는 무심한 어머니가 피아노를 치고 있다.
조지는 어머니에게도, 형에게도 보호 받지 못한 채 방치된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빌리는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 밖에서 종이배를 띄우겠다는 동생을 말리지도 않는다.
조지가 '그것'의 희생자가 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일견 평온해 보이는 소도시 데리는 알고 보면 살벌한 곳이다.
세상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고 승자가 되지 못하면 패자가 되어 비참한 운명을 맞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어른들도 가득한 곳이기도 하다.
양을 도살용 건으로 선뜻 쏘지 못하는 마이크는 아버지에게 심한 꾸지람을 듣는다.
학교 아이들의 대화 속에서는 피가 튀고 살점이 벗겨진다.
루저 클럽의 빌리와 에디, 스탠리 그리고 리치는 헨리 패거리의 눈치를 본다.
예쁜 소녀 베벌리는 화장실에서 오물을 뒤집어쓴다.
경찰서 앞에서는 '저녁 7시 이후 외출 금지'라는 문구가 씌여진 간판이 걸려 있다.
이런 데리에도 뉴키즈온더블록을 사랑하는 낭만주의자가 있었으니 바로 뚱보 벤이었다.
그는 베벌리를 짝사랑한다.
헨리 패거리는 수시로 아이들을 괴롭힌다. 루저클럽과 마이크, 벤은 그들의 심심풀이 땅콩이다.
그들이 아이들에게 휘두르는 폭력은 일상화되어 있다. 그러나 어른들은 무심하고 탐욕스럽다.
그들이 보기에 세상은 원래 그런 곳이었으니까...
이런 소도시 데리에서 출몰하는 '그것'은 왠지 낯설지 않다.
약자인 아이들에게만 나타나 그들을 괴롭히고 잡아먹는 괴물인 '그것'은 데리에서 일상화 되어 있는 폭력과 야만의 현신이다.
헨리 패거리와 '그것'에 시달리던 루저 클럽에는 새로운 회원 셋이 합류한다. 바로 마이크와 벤, 그리고 홍일점 베벌리다.
이들은 강해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절박한 상황에 몰리면서 힘을 합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에게 횡포를 일삼던 강자들에게 대항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그것'과의 치열한 싸움의 과정에서 어느 새 강한 존재로 성장한다.
소도시 데리는 원작자인 스티븐 킹이 미국사회를 투영하기 위해 창조한 공간이다.
그는 아마도 승자독식주의가 만연한 미국사회의 야만성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일게다.
영화 '그것'은 미국사회에 강렬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것은 단순한 공포영화가 아니다. 난 나도 모르게 스티븐 킹이 던진 메시지에 공감하게 됐다.
약자들이 보호 받지 못하는 야만적인 공간 데리의 풍경은 전혀 낮설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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