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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킹 3D - 탄탄한 캐릭터 설정과 스토리 본문

스토리 리뷰/영화는 인생이다

라이온킹 3D - 탄탄한 캐릭터 설정과 스토리

모피어스 김 2017. 10. 31. 11:28

라이온킹은 1994년 개봉한, 꽤나 오래된 애니메이션이다. 90년대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전성기의 정점을 찍었던 작품이었다. 그 '라이온킹'이 3D로 컨버전되서 다시 개봉했다. 17년이나 된 작품인데 지금 봐도 애니메이션 캐릭터나 스토리의 완성도를 보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사실 이 작품을 다시 보게 된 건 올해로 7살이 되는 내 딸 때문이었다. 난 딸이 라이온킹을 보고 굉장히 재미있어 할 줄 알았는데 내 딸은 이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하이에나 3마리를 무서워했다. 딸이 옆자리에서 울고 있길래 난 감동 받아서 우는 줄 알고 왜 우냐고 묻자 딸은 하이에나와 사자가 싸우는 장면이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_-;;;;; 

난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의 흥행성공은 탁월한 애니메이션 제작능력이나 음악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OST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완성도 높은 스토리에 기인한다고 본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이 정말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그동안 간간히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 치고 완성도 있는 스토리를 가진 작품은 거의 없었다. 캐릭터 설정부터 부실하기 짝이 없으니 당연히 캐릭터 디자인도 거기에 따라 어정쩡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 라이온킹처럼 벤치마킹할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 있는데도 왜 그것을 배우지 못하는지....

 

일단 라이온킹의 전체 스토리구조는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대단히 유사하다. 삼촌이 왕위를 빼앗는다던지, 아버지의 유령이 아들을 일깨운다던지 하는 주요 설정은 거의 햄릿의 설정을 차용했다고 봐도 될 듯 하다. 위대한 왕 무파사와 그의 왕위를 노리는 스카, 그리고 왕위를 이을 후계자 심바.... 삼각구도로 진행되는 스토리에 정말이지 다양하면서도 재미있는 조역들이 등장한다. 이 조역들의 캐릭터 설정은 참으로 적절하면서도 탁월하다. 그러면서도 재미있다. 각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그 역할을 적절하게 부여했고 각 캐릭터는 그 역할을 확실하게 소화한다.

 

이 캐릭터들이 진행시키는 스토리는 참으로 경제적이면서도 효율적이다. 스토리 자체는 정말 심플하다. 후계자 심바의 탄생과 스카의 왕위 찬탈, 심바의 도망과 성장, 그리고 심바의 왕위 복귀로 전체 스토리가 구성되어 있다. 이 각각의 단계에서 다양한 조역들을 가지고 스토리를 풀어가는 것이 이 애니메이션의 특징이다. 그런데 그 짜임새의 치밀함이 장난 아니다.

 

1. 후계자 심바의 탄생과 스카의 왕위 찬탈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역 캐릭터


먼저 위대한 왕 무파사의 비서관인 앵무새 '자주'다. 자주는 성실한 비서지만 잔소리꾼이기도 하다. 그와 후계자 심바의 실랑이는 심바의 미숙함을 드러내는 과정이다. 어서 빨리 왕이 되고 싶어 하지만 어리기에 어쩔 수 없는 치기와 미숙함이 심바에게는 존재한다. 이것이 바로 자주가 심바에게 잔소리를 하게 되는 원인이다. 실수를 연발하는 심바와 따라다니며 잔소리를 해대는 자주.... 이 모습을 보며 관객은 심바의 운명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직감한다.

 

여기에 또 눈여겨 봐둬야 할 조역이 바로 하이에나 밴제이, 쉔지, 에드다. 스카는 단독으로 왕이 되기에는 역량이나 품성 면에서 자격 미달인 사자다. 그런 그를 도와 쿠데타를 일으키는 자들이 바로 이 세마리의 하이에나다. 이들이 없었다면 스카의 왕위 찬탈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2. 심바의 성장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역 캐릭터


프라이드랜드에서 쫓겨난 심바를 친구로 맞아준 존재가 바로 티몬과 품바다. 이들은 이 애니메이션에서 하이에나 밴제이, 쉔지, 에드와 함께 가장 웃기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내내 심바가 성인 숫사자로 성장하기까지 그 옆을 지켜준다. 그리고 끝까지 심바를 돕는다.

 

3. 심바의 귀환과 왕위 복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역 캐릭터


티몬과 품바의 인생철학 '하쿠나마타타'에 따라 모든 걸 잊고 속 편하게 지내고 있던 심바에게 어느 날 날라가 찾아온다. 그 만남은 우연한 것이었지만 심바에게 날라는 특별한 존재였다. 어린 시절을 같이 보낸 것도 있지만 그녀는 심바의 배우자로 정해진 인물이었다. 심바와 날라는 재회 후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프라이드랜드로의 귀환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심바가 살아있음을 안 라피키가 나타난다. 그는 심바가 가지고 있던 내적 갈등을 바깥으로 끄집어낸다. 아버지의 죽음을 목도한 심바의 가슴에 남겨진 깊은 상처.... 자신을 구하고 목숨을 잃은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심바를 아버지 무파사의 유령과 만나게 함으로써 그의 귀환에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한다.



이 애니메이션의 클라이막스는 심바와 아버지 무파사의 유령과의 만남이다. 이 만남이 심바의 귀환에 절대적인 개연성을 부여해준다. 이 만남에서 무파사의 유령은 인상적인 대사 한 마디를 남긴다.

 

"Remember who your are..."

 

이 말 한마디가 심바로 하여금 그를 짓누르고 있던 과거의 상처를 딛고 일어나 프라이드랜드로의 귀환을 감행할 용기를 안겨준다. 그리고 심바는 홀로 사막을 건너 프라이드랜드로 달려간다. 멋지지 않은가? 날라와의 갈등, 라피키와의 만남을 통한 내적 갈등 표출과 아버지의 유령과의 만남으로 이어지는 이 과정은 심바의 귀환을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과정이다. 이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만약 심바의 귀환으로 귀결되는 이 과정에서 관객을 설득하는데 실패한다면 이 애니메이션은 필경 망작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 애니메이션의 화자는 너무나 멋지게 관객을 설득하는데 성공한다.

 

이런 치밀한 이야기 설계가 바로 라이온킹을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제작 사상 최고의 성공작으로 만든 것이다. 한국의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은 이것을 배워야 한다. 이것을 배우지 못한다면 세계적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겠다는 그들의 꿈은 그저 꿈으로만 존재하게 될 것이다.



라이온킹은 스토리 그 자체로도 좋지만 중간중간에 삽입된 노래와 자연스런 장면전환도 참으로 인상적이다. 그 중에서 제일 압권인 장면은 심바가 처음 티몬과 품바를 만나고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부분인데 심바가 티몬/품바와 함께 '하쿠나마타타'를 외치며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심바는 어린 사자에서 성인 숫사자로 변모한다. 이 과정은 너무나 자연스러우면서도 심바의 성장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라이온킹이 성인을 대상으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탄탄한 스토리와 이런 세련된 이야기 진행이 있는 것이다.

 

진정한 명작은 시간이 흐른 후 반드시 재평가를 받게 되어 있다. 애니메이션 라이온킹 3D의 개봉에는 이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무려 17년 전에 제작된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객에게 감동을 안겨주는 아우라를 풍긴다. 이미 여러 번 봤다 해도 돈이 아깝지 않을 명작이다. 주말에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가서 보여줄 만 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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