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작가의 i.love.Story
팅커테일러솔져스파이 - 관객의 변태성에 호소하다 본문
감독 : 토마스 알프레드슨
주연 : 게리 올드만, 톰 하디, 콜린 퍼스, 마크 스트롱
각본 : 브리젯 오코너, 피터 스트로갠
사회 초년병 시절, 첫직장에 출근했을 때, 그때 처음 보았던 사무실의 낯선 풍경은 내게 무척이나 불편하게 느껴졌었다. 친절하게 사내 분위기에 대해 안내나 충고를 해주는 사람도 없고 이 사람 저 사람 눈치를 보고 분위기를 민감하게 캐치해서 행동해야 했던 삭막한 상황... 거기에다가 선배들의 건조하고 사무적인 말투를 처음 접했을 때의 그 거북함과 긴장감을 기억하는가? 그 낯선 감정들을 떨쳐버리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었다. 그 분위기에 적응하고 나름 방향감과 주관을 가지고 직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응할 수 있게 되는 그 순간 한 사람의 사회인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 것은 성장의 과정이긴 하지만 불편하다. 과히 사람으로서 즐겁게 맞이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영화 '팅커테일러솔져스파이'는 관객에게 불편함을 선사하고 시작하는 영화다.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삐딱하고 냉정한 시선을 보낸다. 마치 사회초년병에게 보내는, 선배들의 약간은 냉소를 머금은 웃음처럼 불편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친절한 설명 따윈 아예 기대를 안하는 것이 좋다.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려서 이해를 하면 다행이고 아니면 말고 식이다. 게다가 재미도 없다. 헐리웃의 흥행코드와는 거리가 멀다. 극의 진행도 지루하고 가슴이 후련해지는 액션 장면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가지는 매력은 변태성에 기인한다. 겉으로는 별로 달가워하지 않으면서도 은근히 끌리는 끈적끈적하고 낮선 숨소리와 손길을 즐기는 인간의 잠재된 욕구에 무심한 듯 던지는 냉소가 이 영화가 가지는 매력이다.
내가 이 영화의 분위기를 제대로 캐치한 것이라면 이 역할에 게리 올드만 만 한 배우가 또 있을까? 구 소련이 심어놓은 이중첩자를 찾아내는 특수한 역할을 맡은 조지 스마일리(게리 올드만분)는 무척이나 냉소적인 인물이다. 그야말로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냉혈 동물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난다. 그의 얇은 입술과 빈약한 턱선... 그가 쓴 학자풍의 뿔테 안경은 그의 캐릭터를 표현하는데에는 제격이다. 거기에 어찌보면 사람을 비웃는 듯 한 그의 미소가 더해진다. 그런 그가 서서히, 감정이 없는 것 같은 냉정한 표정으로 이중첩자를 찾아 나선다. 이 영화의 감독이 전략적으로 선택한 삭막한 분위기 속에서 그의 수사는 진실을 밝혀내기 시작하고 약간의 긴장감이 저변에 흐르기 시작할 무렵 이중간첩의 정체가 드러난다. 그렇다고 해도 이 영화는 이 대목에서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그래서 뭐 어쨌는데? 이중간첩은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면 그뿐이야.'라고 냉소적인 멘트를 약간의 비웃음과 함께 던지는 것 같다. 오히려 이중간첩을 밝혀진 인물이 더 인간적으로 보일 정도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관객을 불들어놓고 할 얘기는 다 한다. 마치 사랑하는 이에게 오히려 더 가학적인 태도를 보이는 변태 애인 같다.
만약 기분전환을 위해 영화관에 가시는 분이라면 이 영화는 피하시는 게 좋을 것이다. 그러나 약간 변태적이고 매니아적인 성향의 관객이라면 이 영화에서 게리 올드만이 던지는 냉소에 같이 썩소를 던지며 즐기실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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