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작가의 i.love.Story

로버트 레드포드의 영화1-라스트 캐슬 본문

스토리 리뷰/영화는 인생이다

로버트 레드포드의 영화1-라스트 캐슬

모피어스 김 2017. 10. 24. 23:43

인간을 위험으로부터 지켜주는 것은 무엇일까? 영화 '라스트 캐슬은 이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이 질문에 대해 답을 하려 하는 영화다. 인류는 예로부터 언제 있을 지 모르는 적의 기습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성(城)'이라는 것을 쌓았다. 인류에게 '성(城)'은 안전을 의미했다. 그러나 영화 '라스트 캐슬'의 '성(城)'은 아이러니칼하게도 억압의 공간이다. 이 성은 사람을 보호하는 성이 아니다. 이 성에서는 사람을 가두고 학대하는 일이 벌어진다. 영화 '라스트 캐슬'은 이러한 성에 갇힌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영화에는 세 개의 성이 나온다. 첫번째 성은 이 영화의 배경인 트루먼 교도소다. 두번째 성은 윈터 소장이 역사의식을 고취할 목적으로 죄수들을 동원하여 복원한 성이다. 마지막 세번째 성은 윈터소장의 마음 속에 구축된 철옹성이다. 이 영화에서 윈터소장(제임스 갠돌피니 분)은 성(城)에 대해 잘못된 이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성(城)을 사람을 보호하는 공간이 아닌 가두고 억압하는 공간으로 보았다. 이 영화의 이야기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도 그는 이 닫힌 생각에서 한발짝도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는 죄수들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트루먼 군인형무소의 소장이었지만 아이러니칼하게도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잘못된 생각에 갇혀 있었던 셈이다.


윈터소장, 성(城)에 대해 잘못된 이해를 가지고 있는 인물. 그런 그가 트루먼 교도소의 최고 책임자라는 것이 바로 비극의 발단이었다.

 

이 영화에서 '성(城)'은 정말이지 중요한 키워드다. '성(城)'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느냐에 따라 각 캐릭터의 운명이 갈리기 때문이다. 윈터소장의 '성(城)'에 대한 잘못된 이해는 영화 초반에 나온다. A급 죄수 유진 어윈(로버트 레드포드분)의 호송 소식에 나온 그의 한마디는 이렇다.

 

"무조건 누르면 돼."

 

이런 그에게도 전설적인 군인 유진 어윈은 존경스러운 존재였다. 처음으로 어윈을 맞이한 그는 호의로 그를 대한다. 그러나 그는 첫만남에서 호의를 거두어들일 수 밖에 없게 된다. 그가 애지중지하는 전쟁기념품을 본 어윈이 그가 실전 경험이 없음을 단박에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윈터소장이 소장하고 있던 탄환은 그 자신에게는 취미로 즐길 수 있는 물건이었지만 어윈에게는 자신과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수많은 병사들의 목숨을 빼앗은, 전쟁 소모품에 불과했다. 이 두 사람의 인식의 차이는 트루먼 교도소 내 죄수들을 보는 시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리고 이 간극이 두 사람을 첨예한 대립으로 몰고 간다.

 

트루먼 교도소에 수감된 어윈은 교도소 내 실상에 대해 서서히 알아가게 된다. 그는 비록 죄수의 신분이지만 실전경험이 풍부한 백전노장이다. 그의 눈에 교도소 내 죄수들은 죄수이기 이전에 군인이었다. 그가 짠 작전에 따라, 그의 명령에 따라 국가를 위해 사지에 뛰어들었던 용감한 군인들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을 보는 그의 시선은 기본적으로 따뜻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죄수일지라도 어윈에게 그들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누려야 할 존재들이었다. 다른 죄수들도 어윈의 명성을 익히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어떤 사령관인지 그들도 역시 잘 알고 있었다.

 

비슷한 경험을 가진 이들이 공감대를 갖게 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법이다. 어윈과 죄수들도 그랬다. 그들은 곧 가까워진다. 여기에 윈터소장의 폭력적이고 경직된 일처리 방식이 오히려 더 강력한 유대감을 형성하도록 만든다. 비록 지금은 죄수일지라도 이들은 군인이었다. 짐승은 어떨지 몰라도 사람을 전장에 몰아넣으려면 엄중한 상황에 걸맞는 명분이라는 것이 필요한 법이다. 이들에게는 국가를 위해 헌신한다는 사명감과 명예심이 있었다. 윈터소장은 이 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에게 이들은 그저 짐승같은 죄수에 불과했다. 그래서 그는 그들을 짐승처럼 대한다.

 

이 점이 죄수들을 대변하는 위치에 서지 않으려 했던 어윈의 마음을 돌려놓는다. 그는 마침내 윈터소장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리라 결심하고 그때부터 어윈과 윈터소장의 대립은 본격화된다.




이 두 사람의 갈등은 그야말로 첨예하다. 팽팽한 긴장의 끈이 당겨져서 이야기 후반부까지 유지된다. 죄수들의 우두머리가 된 삼성 장군과 자격지심에 찬 교도소장의 대립은 아무리 봐도 훌륭한 설정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강해지기 마련인 갈등의 강도가 예사롭지 않다. 이 두 사람이 치르는 전쟁은 자신의 잘못된 룰을 관철시키려는 학대자와 이에 순응하지 않고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를 찾으려는 자들의 전쟁이다. 정말이지 잘 부여된 개연성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냥 보고 있으면 몰입이 된다. 여기에 유진 어윈이라는 캐릭터를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닌가 의심되는 로버트 레드포드와 권위적이고 비열한 윈터소장역의 제임스 갠돌피니가 신들린 연기를 선보인다. 로버트 레드포드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굳은 표정에 썩소를 날리는 윈터소장의 경직된 권위의식이 영화 곳곳에서 충돌한다.

 

어윈을 중심으로 뭉친 죄수들은 서서히 군인의 모습을 되찾아간다. 그들은 군인으로서의 명예심을 가지고 잘못된 권위에 당당하게 맞선다. 이 모습에 당황한 윈터소장은 점점 더 그 대응 수위를 높여가고 어윈은 이를 역이용하여 그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교도소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공포와 폭력을 가지고도 장악할 수 없었던 죄수들을 몸에 밴 품위와 강직함으로 자신의 수족으로 만들어내는 어윈의 지도력 앞에 그는 한 없이 작아진다. 윈터를 상대로 한 싸움에서 승리를 거둔 어윈이 성조기를 게양하려 할 때 그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선택은 그를 권총으로 쏘는 것이었다.

 

독재자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그들은 보통 공포와 폭력을 통해 사람들을 통제하려 한다. 이럴 때 아무리 견고한 성이라도 그 곳은 안전한 요새가 아니라 감옥으로 변한다. 이 곳은 정말이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장소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놀라운 적응력이 있다. 두려움과 공포에 적응한 사람들은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독재자들의 권력에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저항의 물꼬를 트는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가 나타나면 사람들은 그를 중심으로 결집하기 시작하고 이들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기 시작하면 독재자들의 권력은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이다.

 

영화 '라스트 캐슬'은 폭력과 억압의 공간이 된 성을 본연의 목적인 사람을 지키기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트루먼 교도소를 원래의 목적대로 되돌려놓는 것은 어윈에게 맡겨진 마지막 임무였는지도 모른다. 마지막 임무를 마친 어윈은 그가 올린 깃발 아래에서 숨을 거둔다. 그리고 위대한 인간정신의 상징이 된다. 정말이지 멋진 결말 아닌가?

 

이 영화는 묵직한 감동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명화다. 갈등구조의 측면에서 분석한다면 잘 구축된 대립각의 전형을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내게는 늙어가는 레드포드의 멋진 미소를 볼 수 있어 더 좋은 영화였다.


공감 버튼 꾹 한 번 눌러주세요...^^ 로그인 하지 않아도 됩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