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작가의 i.love.Story
우리 시대 소시민의 삶이 갇힌 공간 '7호실' 본문
이용승 감독의 '7호실'은 웃픈 영화다. 코메디의 형식을 띄었으나 매우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두식(신하균분)과 태정(도경수분)은 우리 시대의 매우 평범한 소시민이다. 그러나 그런 그들이 처한 현실은 소시민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엄혹하다. 그들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기에 이 영화는 더 서글프게 느껴진다.
이 영화는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안 될 수밖에 없는 판에서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의 등골을 뽑고 다시 내던지는 한국사회의 야만성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곳이 바로 두식의 DVD방이다. 두식은 권리금을 1억이나 내고 이 DVD방을 인수하지만 장사가 안 돼 결국 이것을 접으려 한다. 그러나 이것마저 쉽지 않다. 그의 DVD방을 인수할 사람이 쉽사리 나서지 않기 때문이었다. 월세는 밀리고 알바인 태정의 급여도 지급하지 못한 채 차일피일 미룬다.
태정은 뮤지션의 꿈을 키우는 젊은이다. 그러나 그 역시 학자금 대출에 발목이 잡혀 있다. 태정은 매일 두식에게 밀린 급여를 달라고 독촉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조금만 기다리라는 두식의 짜증 섞인 대답 뿐이다. 이 동네에서는 아무리 날고 기어도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두식은 오로지 DVD방을 처분하겠다는 생각 뿐이다. 방법은 단 하나... 새로운 호구를 잡아 DVD방을 떠넘기는 것이다. 이 만만치 않은 작업에 태정이 협조적으로 나오지 않자 두식은 새로운 알바 한욱을 데려온다. 그는 조선족인데 매우 성실한 자세로 일을 해 두식을 만족시킨다.
그러던 어느 날 두식은 불의의 사고로, 태정은 동네깡패의 유혹에 빠져 범죄에 연루된다. 이 두 사람의 범죄에 얽힌 비밀이 가둬지는 곳이 바로 DVD방의 7호실이다.
이 두 사람의 범죄는 이들이 의도치 않은 것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들의 범죄는 이들만의 책임일까? 감독은 이 영화 전반에 걸쳐 이 질문을 던진다. 코메디로 시작한 영화는 이 대목에 이르러 쓰디쓴 에스프레소가 된다. 향기마저도 악취로 변한...
영화 '7호실'은 우리 시대를 향해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다. 관객들은 7호실에 감추어진 불편한 비밀에 한걸음씩 다가가면서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그러나 그순간 추악하다는 느낌보다는 생살이 드러난 듯 아려오는 아픔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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