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작가의 i.love.Story
매혹의 승부사, 신념의 삶에 도전하다 '미스 슬로운' 본문
모피어스 김입니다.
제가 영화를 선택할 때 적용하는 두 가지의 기준이 있습니다.
그것은 이야기의 힘과 영화적 완성도입니다.
저는 주로 탄탄한 스토리와 영화적 완성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영화를 선택합니다.
앞으로 이런 영화들을 위주로 리뷰를 쓸 생각입니다. 기대해주세요...^^
야심가에게는 약점이 있다.
바로 목적을 위해서는 부정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도 된다는 생각이다. 야심가들은 이 함정에 잘 빠진다. 이것은 곧잘 자기부정과 파괴로 귀결되는데 그래도 야심가들은 이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 '미스 슬로운'의 주인공 매들린 엘리자베스 슬로운(제시카 차스테인분)이 바로 그런 인물이다. 승률 100%를 자랑하는 최고의 로비스트인 그녀는 승부사다. 그녀는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다. 그런 그녀가 승부에서 정당한 수단만을 썼을까? 답은 물론 '아니다'이다. 그녀 역시 목적을 이룰 수 있다면 수단의 정당성쯤은 언제든지 갖다버릴 수 있는 마키아벨리즘의 추종자다. 그런 그녀가 이익이 아닌 신념에 따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또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를 수 있을까? 이것이 이 영화가 초반에 던지는 매우 흥미로운 질문이다.
그녀는 거울 정치인 샌포드로부터 총기규제법을 막기 위한 캠페인을 의뢰 받는다. 그는 총기규제를 막기 위해 여성들의 지지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유능하며 저명한 로비스트인 그녀를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그의 제안이 평소 그녀가 가지고 있던 신념과 배치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일로 그녀는 사장과 의견충돌을 빚는다. 이 와중에 그녀는 피터슨 와이트의 사장 슈미트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다. 그는 자신의 회사로 와 총기규제를 찬성하는 브래디 캠페인을 진행할 것을 권유한다. 그녀는 이 역시 거절한다.
그녀와 같이 살아온 사람에게 신념이란 말이 어울릴까? 철저하게 이익 위주로 움직이는 프로의 세계에서 살아온 그녀가 신념에 따라 자신의 거취를 결정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사람은 아주 사소한 이유로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도 하는 존재다. 슈미트가 써준 '신념 있는 로비스트는 자신의 승리만 믿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그녀의 마음을 움직인 것일까? 그녀는 놀라운 결정을 한다. 그녀는 팀 회의에서 피터슨 와이트로 이직하겠다고 선언해버린다. 업계 1위업체인 콜 크래비츠 워터맨에서 물러나 후발업체인 퍼터슨 와이트로 옮기겠다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한 것이다.
피터슨 와이트로 자리를 옮긴 그녀는 총기규제법안을 놓고 샌포드 편에 선 콜 크래비츠와 혈전을 벌인다. 거기까지는 좋았으나 냉혹한 승부사인 그녀는 옛날 버릇을 버리지 못한다. 그녀는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피터슨 와이트의 CEO인 슈미트인 콜 크래비츠와는 질적으로 다른 인물이었다. 그는 그녀의 방식에 반대한다. 신념에 따른 삶과 마키아벨리즘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던 것이다.
영화 '미스 슬로운'은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사는 프로 로비스트인 엘리자베스 슬로운이 신념의 인물로 변해가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는 많은 우여곡절이 따른다. 총기규제법안을 놓고 두 개의 정치세력이 벌이는 싸움도 볼 만 하다. 두 세력은 그야말로 엎치락위치락하며 호각지세의 싸움을 벌인다. 치열한 갈등과 팽팽하게 당겨진 긴장의 끈이 끝까지 유지된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영화적 완성도다. 탄탄한 스토리와 인생 배역을 만난 제시카 차스테인의 연기는 이 영화를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미국 정계에서 활동하는 로비스트 세계에 대한 디테일도 재미난 구경거리다. 이런 영화야말로 극장에서 돈 내고 봐야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 놈의 상영관 문제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다. 참으로 아까운 작품이다. 그래도 주요 VOD 서비스를 통해서 저렴한 비용에 보실 수 있다. 불금이나 주말 저녁을 책임지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임을 알려 드린다.
공감 버튼 꾹 한 번 눌러주세요...^^ 로그인 하지 않아도 됩니다.
'스토리 리뷰 > 영화는 인생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남과 소통의 의미 '컨택트' (0) | 2017.12.10 |
---|---|
편견에 도전한 천재들의 이야기 '히든 피겨스' (0) | 2017.12.01 |
훌륭한 액션 그러나 아쉬운 캐릭터 '아토믹 블론드' (0) | 2017.11.26 |
한 편의 동화 같은 휴먼 코미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0) | 2017.11.18 |
우리 시대 소시민의 삶이 갇힌 공간 '7호실' (0) | 2017.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