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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성한 결말, 그러나 부담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 - 완득이 본문

스토리 리뷰/영화는 인생이다

엉성한 결말, 그러나 부담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 - 완득이

모피어스 김 2017. 11. 1. 00:03

영화 완득이는 재밌다. 그러나 가슴에 남는 것이 별로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다문화 가정'이라는 꽤 사회성 짙은 소재를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무겁지 않다. 그 부분이 아쉽다. 아무리 진지한 소재라도 너무 신파성으로 눈물을 쥐어짜면 거부감을 보이는 요즘 세대들의 취향을 감안해도 너무 쿨하셨다. 이 정도의 소재에, 이 정도의 캐스팅이라면 뭔가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감동을 남겼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 하더라도 영화를 보고난 느낌은 산뜻하다. 이 영화의 흥행은 이 '산뜻함'에 기인한 것이 아닐까?

나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메인으로 사용되는 포스터(눈을 부라리고 있는 김윤석과 온 얼굴에 짜증과 비탄이 묻어나는 유아인의 얼굴이 있는 포스터) 보다는 이 포스터가 좋다. 사람 냄새가 물씬 나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 영화의 매력이기도 하다. 영화 '완득이'에는 이 시대의 서민들이 나온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산동네 다세대주택에서 아웅다웅하며 사는 우리네 이웃들의 모습이 그대로 그려진다. 그야말로 '보통사람들'의 모습이다. 여기에 필리핀 사람이 한 명 낀다고 하여 그것이 무슨 대수겠는가? 모두다 똑같은 사람인데....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중요한 메시지가 우리에게 전달된다. 우리가 다문화 가정을 바라볼 때 가지기 쉬운 편견이 스리슬쩍 사라진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알고보면 그 해답은 가까운 곳에 있고 아주 단순한 법이다.

 

"국적과 인종을 따지기에 앞서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다." 이 단순한 진리를 잊는 순간 우리는 그들을 정말 꼴 같지 않은 편견을 가지고 대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주인공 완득이를 만나러 가자. 완득이는 똘끼로 무장한 고삐리다. 위의 사진은 그의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장면을 찍은 것이다. 아버지의 차에 위해를 가한 이웃집 욕쟁이 대머리 아저씨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이쯤 되면 그 누구도 못말린다. 완득이는 범과 같은 동물적인 동작으로 동주와 아버지를 피해 대머리 아저씨에게 주먹을 날린다. 공부와는 담을 쌓은 그지만 주먹 하나는 쓸만하다. 거기다 최고 수준의 똘끼와 곤조도 아울러 갖추고 있다. 이쯤 되면 싸움꾼으로서는 훌륭한 자질을 타고났다고 봐야 한다. 바로 이것이 그를 킥복싱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이다.



이 분은 완득이의 담탱이, 동주 되시겠다. 선생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껄렁한 인사다. 완득이는 짜증을 낸다. '뭐 저딴게 선생이야?' 그러나 이 분이 완득이와 어머니의 만남을 주선한다. 동주가 완득이와 필리핀인 어머니와의 관계를 알게 된 경위가 나오질 않기 때문에 개연성이 좀 떨어지긴 하지만.... 어쨋든 그는 쿨하고 알고 보면 멋진 싸나이다.



동주는 이 영화에서 중요한 연결자의 노릇을 한다. 완득이와 필리핀인 어머니와의 만남을 주선하여 성사시킨다. 완득이가 꺼려했던 과거사와 맞대면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부분은 이 영화의 핵심 부분인데 너무 싱겁다. 내가 만약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였다면 나는 이 부분에 좀 더 드라마틱한 설정과 장면들을 넣었을 것 같다. 이 영화의 끝부분이 좀 허무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완득이와 필리핀인 어머니가 만나고 서로 가까워지는 과정에 너무 드라마틱한 요소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주인공인 유아인의 얼굴은 너무도 한국적이어서 필리핀인 어머니와는 매치가 안 된다. 그래서 리얼리티가 좀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유아인의 연기는 참 훌륭하다. 그는 완득이의 캐릭터를 잘 소화해냈다.



그리고 이 분! 완득이의 담탱이, 동주의 캐릭터를 너무도 천연덕스럽게 연기한 김윤석.... 이 분의 연기는 정말 압권이었다. 그 껄렁껄렁함과 촌스러움, 뻔뻔함을 마치 몸에 밴 듯 연기하는 그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는 흥행에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영화 '완득이'는 정말 부담 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결말이 좀 엉성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전달해야 할 메시지는 전달했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사람 냄새가 물씬 난다. 그래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경쟁사회에서 지친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빈 구석'이 이 영화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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