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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리뷰/영화는 인생이다

마이웨이-허탈한 뒷맛

모피어스 김 2017. 11. 4. 01:07

여행은 하나의 과정이다. 낯선 곳에서의 순간순간을 즐기는 것이 여행이라면 목적지에 도달했다는 것은 어쩌면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야기도 마찬가지 아닐까?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이다. 영화 '마이웨이'가 풀어놓은 이야기는 분명 최종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 과정은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다. 

 

'마이웨이'는 강제규 감독의 컴백작이다. 그것도 무려 280억 원이라는, 한국 영화로서는 최고 수준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나는 개인적으로 국내 감독 중 헐리웃적인 흥행코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감독이 강제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공백이 길어 감이 떨어진 탓일까? 영화 '마이웨이'에서 그의 감각은 돋보이지 않았다. 리얼리티와 완성도가 뛰어난 영상 만큼은 예전 그대로였지만 스토리는 지루했다. 그래서 스펙타클한 전투씬이 계속되는데도 이야기에 몰입되는 일은 없었다. 왜 그랬을까?



주인공인 김준식(장동건 분)과 하세가와 타츠오(오다기리 조 분)가 어렸을 적 만나 마라톤의 라이벌로 자리매김 하는 것까지는 좋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전무후무한 거대 전쟁도 극적인 스토리를 엮어내기에 안성맞춤인 배경이다. 그러나 이들이 엮이는 과정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없었다. 강제규 감독은 이 둘의 만남과 인연에 필연성을 부여하는데 실패했다. 이들은 시대적 상황 때문에 만나 우연한 사고 때문에 관계가 나빠지고 전쟁터에서 다시 만난다. 뭔가 특별한 이야기가 나오기에는 단편적인 설정이다.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 두 사람의 인연이 너무나 길게 계속된다. 그것이 이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지는 원인이 되었다.

 

준식과 타츠오는 전쟁터와 수용소에서 서로의 계급장을 떼고 인간적으로 가까워지게 된다. 그런데 그게 전부다. 아무리 봐도 280억을 투입할 만 한 가치는 없는 이야기다. 영화의 비주얼은 '진주만'에 버금간다. 특히 마지막 노르망디 상륙작전 장면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전투씬을 연상하게 한다. 이 장면은 매우 스펙타클하고 멋있었지만 이 전투의 끝부분이 이 이야기의 결말인데 왜 이런 결말이 온 것인지에 대한 개연성이 너무나 부족하다. 이야기에 설득이 안 된 관객들은 떫떠름하다. 엔딩은 나름 멋있고 영화 초반에도 어느 정도 암시가 주어져 있기 때문에 그나마 잘 짜여진 부분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그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너무나 부실했다.

 

아무리 멋있는 전투씬이라도 감정이입이 안 된 상태에서 보는 전투씬은 그닥 감동이 없다. 하물며 그런 신이 오래 지속된다면 어떻겠는가?

 

이 영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왜 우리나라에서 제작되는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이야기의 힘이 느껴지지 않을까?' 청연과 태풍이 그랬고 작년에 개봉했던 7광구가 그랬다. 비주얼은 훌륭했지만 스토리는 하나 같이 형편 없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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