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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연구/칼럼

작가가 되기 이전에 스토리텔러가 되어야 한다

모피어스 김 2017. 11. 3. 00:04

계절이 바뀌기가 무섭게 극장에서는 많은 영화들이 개봉한다. 지금도 국내 영화 배급망의 대기열에는 많은 영화들이 관객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영화는 상반기에만 866편에 이른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영화들이 스크린에서 관객들을 만났지만 이중 관객들이 '이야기의 힘'을 느낀 영화는 얼마나 될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야기의 힘'이 느껴지는 영화가 적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은 나만의 것일까?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이야기의 힘보다는 배우의 인기와 연기력, 막장적 요소에 의존하는 경향이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

스토리의 구루라고 일컬어지는 로버트 맥기는 그의 명저인 '시나리오 어떻게 쓸것인가'의 서두에서 이야기가 쇠락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야기라는 예술은 쇠퇴의 길에 들어서 있고 2300년 전에 아리스토텔레스가 지적했듯이 이야기의 질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그 결과는 타락으로 나타난다.

전개 과정에 흠이 있고 난잡해지는 이야기는 본질 대신 구경거리를, 진실 대신에 속임수를 대체해 넣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야기가 약하면 멀어져 가는 관객들의 시선을 붙잡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수억의 돈을 쏟아부어 야단법석을 떨어대는 식으로 전락한다. 헐리우드에서 만들어내는 영상들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거창하고 터무니없어져 가고 유럽에서 나오는 영상들은 점점 더 장식적으로 바뀌어간다. 배우들의 연기는 점점 더 과장되고 추잡하고 폭력적으로 바뀌어간다. 음악과 음향효과는 눈에 띄게 더 소란스러워져 간다. 전체적인 효과는 서서히 괴기스러움을 향해 가고 있다.

솔직하고도 힘 있는 이야기 없이 문화는 진화해 나갈 수 없다. 겉만 번지르르한 채 속은 텅 비고 사이비 이야기들만 반복적으로 경험한 사회는 쇠락하고 만다.

-로버트 맥기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중에서


요즘에는 블록버스터일수록 이야기가 약한 것 같다. 이야기의 공간을 비주얼로 채울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원한다. 그들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던, 소설을 읽던 간에 이야기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상황 속에 있고 싶어한다. 아무리 물량공세를 퍼부어도 이야기가 약한 영화는 흥행에 실패한다. 반면 저예산 영화임에도 강력한 이야기로 관객에게 다가가는 영화는 흥행에 성공한다. 어떤 극작 예술이던간에 이야기가 중요하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없이는 대중에게 어필할 수 없고 흥행에 성공하지도 못한다.

회당 억대 고료를 받는 드라마 작가가 나오고 월 천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웹소설 작가가 드물지 않은 시대다. 그러다보니 작가가 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도 많아지는 것 같다. 그러나 작가를 자처하기 이전에 스스로에게 해야 할 질문이 있다.

"나는 역량 있는 스토리텔러인가?"

이야기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으며 사람들의 귀를 붙잡아 둘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능력이 있는가? 이 질문에 답을 하고자 노력하지 않는다면 작가로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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