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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연구/칼럼

소설, 그 거대한 상상력의 보고

모피어스 김 2017. 11. 16. 00:25

영상 매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라디오는 쇠퇴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사람들은 라디오가 주는 아날로그적인 정서를 여전히 선호했다. 라디오는 여전히 막강한 매체로 남아있다. 이승환의 앨범 3집에 보면 'Radio Heaven'이라는 노래가 있다. 그 가사 중 일부를 옮겨보자.

칼라TV와 비디오에 시선 모아져가도
변함없는 내 친구 Radio Heaven

누구나 찾을 수 있죠. 하지만 추억이 되어 버리면
영원히 찾을 수 없는 그곳은 Radio Heaven

우리만의 세상이 있죠
어른들은 모르는 환상의 나라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라디오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오면 우리의 머리 속에는 영상이 떠오른다. 그 소리를 듣는 사람만의 세계가 펼쳐진다. 어떤 사람은 흘러간 옛노래를 들으며 옛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인기 DJ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런저런 상념에 잠기기도 한다. 애청자가 보낸 사연에 눈물을 짓기도 하고 시험을 망쳤다는 한 학생의 푸념에 살며시 웃기도 한다. 라디오를 들을 때 우리는 단순히 소리만을 듣는 것이 아니다. 이승환이 'Radio Heaven'이라고 표현한 상상 속의 세계를 체험하는 것이다.

이것은 이야기의 경우도 마찬가지 아닐까? 지금 많은 사람들은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의 형태로 이야기를 소비한다. 많은 연인들의 주말 데이트 코스에는 반드시 영화 관람이 포함되어 있다.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TV앞에 앉은 가정주부들은 어제 본 드라마의 뒷이야기가 어떻게 될 지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리모콘을 찾는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텍스트로 이야기를 소비하는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아직도 빳빳한 종이 위에 찍힌 텍스트를 보면서 이야기에 빠져든다. 라디오의 소리가 그런 것처럼 소설의 텍스트도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소설은 상상하지 않고는 읽을 수 없다. 소설을 읽는 순간 우리의 머리 속에는 작가가 창조한 세계와 인물, 그리고 사건이 영상으로 펼쳐진다. 

소설 역시 특유의 아날로그적인 정서와 매력을 갖고 있다. 투박한 종이 위에 펼쳐진 정제된 언어들을 차분히 훑어나가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어 있다. 

사람들은 창조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틀에 박힌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단다. 그러면서도 이야기는 남이 만들어놓은 영상으로만 소비하려고 한다. 나는 독자 제위께 커피 한 잔과 함께 읽는 소설 한 권을 권해드리고 싶다. 창조성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바로 상상력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소설 만 한 콘텐츠가 또 있겠는가?

물론 소설은 읽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그만큼 소설 속의 세계에는 깊이가 있다. 몇 시간 동안 우려내는 사골 국물과 같은 깊은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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