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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이야기와 재미없는 이야기3 - 감정이입 본문

스토리 연구/칼럼

재미있는 이야기와 재미없는 이야기3 - 감정이입

모피어스 김 2017. 11. 23. 01:07

주인공은 호감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주인공은 반드시 감정이입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 로버트 맥기의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중에서

유난히도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드라마가 있다. 과도하리만큼 몰입된 사람들이 TV 화면에서 눈을 뗄 줄 모른다. 주인공의 불행에 탄식이 터져나온다. 주인공의 발목을 잡는 악인들에게 저주를 퍼붓기도 한다. 옆에서 보면 우습기 짝이 없지만 본인들은 너무나 진지하다. 사람들이 이런 증상을 보인다면 그 이야기는 재미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드라마 '모래시계'의 한 장면을 잊지 못한다. 박태수가 친구 강우석과 함께 사형 집행을 위해 독방을 나선 날이다. 유난히도 청명한 하늘에 뜬 태양을 파리한 얼굴로 바라보던 태수가 드디어 교수대 앞에 선다. 그리고 우석에게 묻는다.

"나 떨고 있냐?"

사람들은 마치 자기가 사형을 당하는 듯 억울하고 비통한 심정이 되어 안타까워 했다. 어떤 사람은 혀를 끌끌 차고 또 어떤 사람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어떻게 이런 것이 가능했을까?

이야기의 구루라 불리는 로버트 맥기는 작가에게 반드시 주인공은 감정이입의 대상이 되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영화가 개봉한다. 이 영화가 재미있는지는 영화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출구를 지키고 서 있다가 나오는 관객들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뭔가 허망하고 무덤덤한 표정의 사람들이 많으면 그 영화는 재미가 없는 것이다. 그런 표정은 그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도록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사람들이 호감을 느낄 만큼 주인공이 매력적인 캐릭터여야 한다. 주인공에게 호감을 느끼지 못했다면 사람들은 당연히 주인공에게 마음을 열지 않을 것이다. 그가 설령 악인이라 할지라도 사람들에게 호감을 줄 만 한 요소를 갖고 있어야 한다.

둘째, 사람들이 주인공이 갖고 있는 욕망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주인공의 욕망은 이야기를 엔딩까지 끌고갈 동력이다. 여기에 사람들이 공감할 수 없다면 이야기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한다는 것은 주인공의 일을 마치 자기 일처럼 느낀다는 말이다. 주인공이 어떤 욕망을 가지게 된 과정과 동기에 대해 충분히 공감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을 여기까지 몰고 갔다면 이야기는 이미 절반 이상 성공한 것이다. 원수에 의해 처참한 몰골이 된 주인공을 본 사람들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부들부들 떨고 있다면 이 복수 스토리는 이미 9부능선을 넘은 것이나 다름 없다는 말이다.

감정이입과 관련된 모든 작업은 주인공의 캐릭터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작가는 주인공의 캐릭터 구축을 매우 공들여서 해야 한다. 이 작업은 관객이나 독자의 입장에서, 매우 치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에 실패하면 재미있는 이야기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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