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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현실? 결혼은 일상!

모피어스 김 2017. 11. 22. 01:49

한국에서 배우자를 고르는 과정은 많은 경우에 '잘난 사람'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도 나 정도 되면 이 정도의 사람은 만나야 돼...

맞선이나 소개팅을 나가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는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장사치의 심리가 강하게 작동한다. 여기에 나중에 이 사람을 가족이나 주변사람에게 공개했을 때 감당해야 할 리스크에 대한 고려도 함께 이루어진다. 무엇보다도 부모님을 실망시키지 않아야 한다. 교제는 일단 이런 기본적인 조건들이 충족된 다음에 생각해야 할 문제다. 한국에서 결혼은 아직 '개인의 일'이기보다는 '집안의 일'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본인 이외에도 만족시켜야 할 사람이 있는 것이다.

조건을 따지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말이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이다. 그들은 이 말을 성경에 나오는 잠언이라도 되는 양 되새긴다. 그러나 실상 그들은 사람들이 자신을 속물이라 할까 싶어 미리 쉴드를 치고 있는 것이다.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은 종종 지키고 싶은 결혼의 조건을 합리화하는데 사용된다. 그래도 이것만은 갖춘 사람이면 좋겠는데 이 조건을 다른 사람들이 알면 속으로라도 욕을 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결혼은 현실이라기보다 일상을 함께 하는 것이다. 같은 공간에서 날마다 함께 자고 깨면서 닥쳐오는 삶의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기나긴 과정이다. 여기에 잘난 사람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물론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잘난 사람이 이 과정에서 행복을 가져온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잘난 사람과 패키지로 붙어다니기 쉬운 보상심리가 관계를 망치는 경우는 심심찮게 있다. 소위 한국사회에서 잘 나간다는, 이른바 결혼을 위한 스펙을 빵빵하게 갖춘 사람들은 자신들이 갖춘 자격조건에 맞는 대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이 그러지 않더라도 이것은 부모에 의해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 스펙이 그냥 갖추어졌을리는 만무하지 않은가? 거기에는 엄청난 비용과 대가가 따랐을 것이다. 비용을 치른 입장에서는 그 비용을 보상해줄 수 있는 상대를 찾을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결혼이 언제부터 스펙에 들어간 비용을 보상하는 제도가 된 것인가? 그리고 이러한 스펙이 행복한 결혼을 보장할 수 있을까? 

결혼생활은 일상이기에 '잘난 사람'보다는 '나와 맞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 서로의 다른 점을 받아들이고 맞춰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이 행복의 시간이 된다.

이효리와 이상순의 결혼이 화재가 됐던 때가 있었다. 사람들은 이상순이 이효리에게 조금 모자란 상대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상순이 전생에 나라를 구한 모양이라고 질시어린 너스레를 떠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효리네 민박'을 보고서야 이효리의 선택을 이해했다. 

그것은 잘난 사람이 아니라 자신과 맞는 사람을 선택한 여인의 일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꾸며댈 것도 없고 설레발을 칠 것도 없다.

그저 쿨하게 있는 그대로의 일상이 보여진다.
하루 종일 남편을 찾는 여인과 그것을 싫다 않고 받아주는 사람 좋은 사내가 있다.

그들은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는다.
자신의 선택에 당당하고 그 선택으로 주어진 일상을 즐긴다.
그들의 삶에는 소소한 즐거움이 넘쳐난다. 

이것이 바로 사람들이 '행복'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던가?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두 사람의 행복이 아니던가? 결혼이 진정 두 사람의 행복만을 위한 것이라면 그렇게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잘 생각해보자. 두 사람이 살아가는데 그렇게 많은 돈이 들어갈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결혼이 현실'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충족시켜야 할 기준과 보상해야 할 비용이 있는 것이다. 거기에 얽매여 이런저런 조건을 따지다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내가 이 사람과 일상을 함께 할 때 과연 행복할 수 있겠는가?'하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나의 배우자가 될 사람이 얼마나 잘났느냐 하는 것은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은 사랑만으로 행복할 수 없는 결혼의 필요조건, 경제수준이라던가 사회적 지위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지만 사실 이것은 두 사람의 행복 이외에 충족시켜야 할 조건들이 많다는 뜻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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