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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리뷰/영화로 보는 '남과 여'

영화로 보는 남과 여 2 - '아내가 결혼했다'

모피어스 김 2017. 12. 7. 12:13

대화의 물꼬를 터라

'아내가 결혼했다' 역시 꽤나 오래된 영화다. 이 영화는 완성도는 높지만 결혼에 대한 사회적 통념에 너무 전향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바람에 흥행에서는 그렇게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이 영화에서는 중요한 연애의 기술이 하나 시전되는데 그것이 바로 '대화의 물꼬 트기'다.

누구나 몇 번쯤은 소개팅이라는 것을 한다. 좀 더 나이가 들면 맞선이라는 걸 보게 되는데 이것이 참 쉽지 않다. 처음 만난 남녀가 뭐가 그렇게 할 말이 있겠는가? 날씨가 좋다느니 오늘 멋있게 입고 오셨다느니 입에 발린 칭찬 몇 마디를 하고 나면 할 말이 없다. 그리고 이어지는 뻘줌하고 어색한 침묵... 이 침묵이 길어지면 질수록 그날의 만남은 파장을 향해 치닫게 된다. 상대방이 마음에 안 들면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상대방이 마음에 든다면 어쩔 것인가?

남성들은 대개 대화를 그렇게 중시하지 않는다. 남성들에게 대화는 필요가 있으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들에게는 다르다. 아주 많이 다르다. 여성들은 대화를 매우 중시한다. 남성들은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혼자 처박히는 사람이 많지만 여성들은 누군가를 만나 이것을 털어놓어야 한다. 여성들은 매우 커뮤니케이션 지향적이다. 따라서 첫만남에서 대화가 얼마나 잘 되느냐에 따라 향후 만남의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의 남주인공 노덕훈(김주혁분)은 이른바 쑥맥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좋아하는 이성에게 다가설 때 큰 용기가 필요한 사람이다. 유머감각도 별로다. 썰렁한 농담을 던져놓고는 머리를 긁적이기 일쑤다. 그런 그가 퀸카 프리랜서 프로그래머인 주인아(손예진분)를 좋아하게 됐다. 그녀는 한마디로 매력덩어리다. 사무실 내 젊은 늑대들은 물론 유부남들까지 그녀에게 치근덕거린다. 덕훈은 그야말로 밀집수비를 뚫고 골을 넣어야 하는 암담한 처지가 됐다. 우유부단한 덕훈은 끝내 그녀가 회사와 계약한 기간이 끝나기까지 변변히 데이트 신청 한 번 못해보고 시간을 보내고 만다.

그런 쑥맥 덕훈에게 천운이 따른다. 지하철에서 정말 우연히 인아를 만난 것이다. 두 사람은 커피 한 잔을 마시게 된다. 그러나 쑥맥 덕훈이 하루 아침에 능수능란한 커뮤니케이터가 될 리는 만무하다. 대화는 곧 지루해진다. 어떻게든 인아를 붙잡아두고 싶은 덕훈은 몸이 달아오르고 시간은 자꾸 가는데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찬스가 그의 눈 앞에 떨어진다. 그녀가 무심코 내뱉은 오늘 기분이 우울한 이유...

"바르셀로나가 졌거든요..."

심리적으로 무너지고 있던 덕훈은 갑자기 각성제를 맞은 듯 눈빛이 바뀐다.

"바르셀로나요? FC 바르셀로나요?"

인아가 축구광팬일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레알의 광팬이었던 덕훈의 몸 속에 엔돌핀이 치솟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분위기는 급반전된다. 인아는 덕훈이 자신이 좋아하는 유럽프로축구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나름의 소견을 갖추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인아의 입장에서는 말상대가 될 수 있는 남자가 나타난 것이다. 이때부터 둘의 이야기는 끝 없이 이어진다. 그리고 그날 밤은 두 사람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밤이 된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덕훈과 인아가 가까워지는 과정은 첫만남에서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살다보면 기회라는 것이 오게 되어 있다. 그러나 얄궂게도 기회는 꼭 생각지도 못한 시점에 온다. 이렇게 기회가 찾아왔을 때 아무 생각 없이 만남의 장소에 나갔는데 뜻밖에도 괜찮은 상대가 나와 있으면 어쩔 것인가? 소개팅을 나가던, 맞선을 보러 나가던 아무 생각 없이 나가면 안 된다. 여기엔 약간의 준비가 필요하다.

만약 사전에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제공 받을 수 있다면 최대한 받아두시라. 그리고 대화를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지 계획을 세우시라.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상대방의 소지품이라던가 패션, 헤어스타일 등을 보고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안 되면 당황하지말고 탐색전을 벌이며 상대방이 관심을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그러다보면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무언가를 건질 가능성이 있다.

첫만남은 상륙작전과 비슷하다. 상륙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바로 교두보를 확보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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