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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결혼과 비혼

모피어스 김 2017. 11. 5. 21:13

우리나라에서 결혼은 개인의 일일까? 집안의 일일까?

나는 개인적으로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결혼이 집안의 일인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연애는 철저하게 개인의 일이다. 이 단계까지는 개인의 생각과 취향이 지배적으로 작동한다. 연애까지는 지금 사귀고 있는 사람한테만 좋은 사람이면 된다. 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여러 가지 일을 함께 하는 것이 즐겁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러나 결혼부터는 얘기가 달라진다. 결혼은 어떤 사람의 아내나 남편이 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혼인관계가 성사되는 그 순간 우리는 누군가의 며느리나 사위가 되어야 한다. 재수가 없으면 이해심 많은 형수나 형부가 돼야 할 수도 있다.

결혼생활에는 집안행사 참여와 상대 집안 사람들과의 교류가 필수적으로 포함된다. 이것은 결혼생활에서 생각보다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것이 결혼생활을 불행하게 만들 가능성은 상존한다. '사랑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억지를 쓰고 있거나 뭘 모르는 사람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아직도 가부장제의 전통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나라다. 가부장제는 가족을 유지하는 일종의 위계질서인데 때로 정말 놀라울 정도로 유치하다. 별 꼴 같지 않은 것으로 권위를 세우려 하고 지극히 개인적이고 정서적인 일도 위계질서의 틀에 강제로 맞춰 넣으려는 불합리성을 보인다.

이것은 종종 부부싸움의 원인이 된다. 명절 뒤에 부부싸움이 잦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렇다고 가부장제가 우리 사회에서 의미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당장 쓰레기통에 처넣을 수도 없다. 가부장제가 완화되려면 앞으로 한 세대는 더 지나야 할 것이다.

방법은 하나 뿐이다. 그냥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면 된다. 요즘 '비혼'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 결혼을 하지 않는 것도 존중 받아야 할 선택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비혼'은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결혼은 아직 집안의 일이다. 그러다보니 결혼은 집안의 '큰 일'이 된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비용의 문제로 귀결된다. 챙겨야 할 사람도 많고 격식도 갖춰야 한다. 보는 눈이 많으니 그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신방도 최소 방 2개 딸린 전세집은 얻어야 하고 예식도 그럴싸한 곳에서 하려고 한다. 그래서 요즘처럼 대학 졸업했다고 쉽사리 취업을 할 수도 없고 상당수의 젊은이들이 이미 취업 전에 부채를 끌어안고 있는 상황에서 결혼은 부담스러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나는 결혼이 기본적으로 개인의 일로 인식되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 그래야 결혼식 자체도 간소화될 수 있을 것이고 가장 중요한 개인의 행복이 집안의 일로 인해 침해 당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비혼'을 선택한 사람이 집안의 걱정거리가 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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