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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그를 추억하며... '故김주혁'

모피어스 김 2017. 12. 24. 19:03

올해 10월 30일이었다.

참 아까운 배우 한 사람이 유명을 달리 했다. 故김주혁...

그의 이름 석자 앞에 '故'를 붙여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故김주혁은 내가 참 좋아하는 배우였다.

그는 항상 담담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난 그가 출연한 영화를 여러 편 봤지만 단 한 번도 그가 뭘 꾸며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의 연기에는 화려하진 않지만 땅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린 나무의 견고함 같은 것이 있었다.

부친으로부터 2대에 걸쳐 이어진 연기 인생의 관록 때문이었을까?

아니다. '똥길로는 걷지 말자'던 그의 우직함과 고집 때문이었을게다.


난 개인적으로 배우를 할 사람의 얼굴은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기준은 제시 못한다.

그런 것으로 설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니까... 이건 순전히 내 어설픈 직관의 결과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인생의 많은 것을 담아낼 수 있는 얼굴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매력적이고 잘 생긴 것만 가지고는 안 된다.

어찌 보면 바보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냉혈한의 풍모가 풍길 수 있어야 한다.

또 어쩔 때는 따뜻한 휴머니스트의 가슴이 느껴지기도 해야 한다.

배우는 그런 얼굴을 갖고 있어야 한다.

김주혁은 그런 얼굴을 갖고 있는 배우였다.

내가 그를 처음 본 건 2002년 개봉한 'YMCA 야구단'에서였다.

이 작품에서 그는 굳건하고 강인한 남성적 자아의 소유자 오대현이었다.

이듬해 개봉한 '싱글즈'에서는 잘 나가는 증권맨 수헌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난 그에게 가장 잘 어울렸던 역할은 '광식이 동생 광태'의 광식과 '어디선가 누군가의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 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의 홍반장 역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비범한 캐릭터보다는 평범하고 어설픈 캐릭터에 잘 어울렸던 배우다.

바보스러우면서도 약간은 느끼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그의 웃음은 인간적이었다.

이것은 평소에는 과묵하고 진지해 보이는 그의 마스크 이면에서 보여지는 반전 매력이기도 했다.

이후에도 그는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좋은 연기를 보여줬지만 난 이 세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순전히 개인적인 추측일 뿐이지만 그 세 작품의 캐릭터가 실제 그의 모습과 가장 닮아 있지 않을까?

결코 평범하지만은 않은 평범함... 이것이 그가 그의 연기를 통해 보여준 인생의 면모인 것 같다.

이제 스크린은 물론 어디에서도 그를 볼 수 없겠지만 그가 연기를 통해 보여준 인생의 다양한 풍경과 인간상은 추억으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뒤늦게나마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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