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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체벌'이라는 이름의 폭력

모피어스 김 2018. 2. 3. 22:28

X세대에 속하는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가정과 학교에서 종종 체벌을 당하곤 했다.

개중에는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것도 있다.

나는 특히(누구나 그랬겠지만) 뺨을 때리거나 머리통을 가격 당하는 걸 무척이나 싫어했었다.

뭔가 잘못을 했다면 일단 설명을 해줘야 하는데 내가 어렸을 적 어른들 중에는 그런 사람이 없었다.

게다가 그들의 손찌검이나 매질에는 감정이 실려 있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성장하면서 어느 순간 '사랑의 매'라는 말은 허울 좋은 이름일 뿐이고 실제로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나 내가 한 일에 기분이 상한 어른들이 날 상대로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

영화 '여고괴담'에는 '미친 개'라 불리는 선생이 나온다.

이 '미친 개'는 무시로 학교 안을 쏘다니며 아이들을 때린다.

이것은 우리 시절 중고등학교를 다닌 사람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장면이었을 것이다.

학교마다 '미친 개'라 불리는 선생들이 한 두 명씩은 있었으니까...

대부분의 선생들은 그들이 휘두르는 폭력을 '학대'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뺨을 때렸건, 몽둥이로 허벅지를 핏줄이 터질 때까지 두드렸건, 갖고 있던 출석부로 머리통을 후려갈겼건 모두 훈육의 차원에서 한 일이었다고 합리화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구타를 당했던 아이들에게 그것은 대부분 상처로 남았다.

때리는 사람은 '훈육'이라고 하는데 맞은 아이들은 대부분 '학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것은 상당 수의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읽었던 책 '이상한 정상가족'에서 아동인권운동가인 김희경씨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들에 대한 폭력과 성인에 대한 폭력을 다르게 대하는 시각도 꽤 널리 퍼져 있다. 2016년 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이 경기도민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폭력허용태도>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98%가 '상대방을 때리려고 위협하는 행동은 폭력'이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부모 자녀 관계에서는 생각이 달랐다. '자녀의 습관교정을 위해서는 때리겠다고 위협해도 된다'는 응답이 23.3%로 나타났다.

상황에 따라 부모는 자녀에게 폭력을 가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이 여전히 강한 것이다. 자녀를 소유물처럼 바라보기 때문에 부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폭력을 행사해도 되는 대상으로 간주한다. 체벌은 엄연히 별개인 인격체에 대한 구타이고 폭행인데도 아이의 관점이 아닌 성인, 부모의 관점에서 지속된다.

우리가 어렸을 적 학교나 가정에서 훈육의 이름으로 이루어졌던 체벌은 사실 폭력이었다.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부모나 교사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폭력은 '사랑의 매'로 둔갑했다.

엄연한 폭력을 우리 사회에 공고하게 자리잡고 있던 유교도덕이 합리화시켜준 것이다.

형법에 분명 '폭행'으로 규정되어 있는 행위가 성인에게는 적용되는데 아이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이 모순이 우리 세대 사람들의 기억 속에 '구타'로 남아있는 공포스럽고 불쾌한 기억을 양산한 것이다.


난 결혼 후 아이들을 키우면서 내 나름 결심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아이들을 절대 때리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난 지금까지 딱 한 번 딸아이를 가볍게 때린 적이 있었는데(밥주걱으로 엉덩이를 한 번 때렸다.) 김희경씨의 책을 읽고 이제는 이런 것 마저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난 지금도 초중고를 다니면서 당했던 폭행의 기억들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그 중 2~3건은 지금까지도 잊지 못할 정도로 내게 상처로 남았다.

그리고 그 폭력들이 결코 나를 선한 방향으로 이끌지 못했다는 것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폭행보다는 설명과 설득이 훨씬 더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지 않는데 도움이 됐다.


김희경씨는 국가 차원에서 아이들에 대한 체벌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녀의 주장은 타당하다. 아이들은 내 자식이기에 앞서 한 사람의 인격체다. 내가 부모라 하더라도 그들에게 폭력을 휘두를 권리는 없는 것이다.

최근에 김희경의 '이상한 정상가족'이라는 책을 문재인 대통령이 일독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아이들에 대한 폭력을 일소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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