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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유기견, 타락한 인간성의 자화상

모피어스 김 2018. 2. 7. 01:13

'TV 동물농장'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아이들과 자주 보는데 유기견들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버림 받은 강아지나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짠하다.

특히 자신을 버리고간 주인을, 그것도 버림 당한 바로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강아지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강아지도 불쌍하지만 버리고 간 주인의 인간성에 아연실색하게 된다.

구글링을 해보니 한 해 평균 6만 마리의 개들이 버려진다고 한다. 

그것도 유기동물보호소나 보호센터에서만 잡힌 숫자라고 하니 실제로는 10만 마리가 훌쩍 넘을 거라는 것이다.

대부분 병들었거나 다쳐서 키우기가 힘들어진 경우 아니면 나이가 많은 노견이라고 한다.

언론에서는 무분별한 입양과 견주들의 무책임함에 대해 성토하지만 나는 좀 생각이 다르다.

문명과 야만의 차이는 뭘까?

무엇으로 이 둘을 구분할 수 있을까?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난 '약자가 보호 받을 수 있느냐'에 따라 갈라진다고 본다.

동물의 왕국을 보신 적이 있는가?

아프리카의 사파리는 생각처럼 낭만적인 곳이 아니다. 사파리는 철저하게 약육강식의 원리가 지배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약함은 곧 죄악이다. 약하다는 것은 조만간에 포식자의 먹이가 될 운명이라는 뜻이다. 

이곳에서 영양 한 마리가 하이에나 떼에게 둘러싸이면 불과 몇 분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백수의 왕이라는 사자도 이런 경우를 당하면 꽁무니가 빠져라 도망가야 한다. 그러니 사파리에서는 약자가 되면 안 된다. 그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철저하게 약자가 강자의 먹잇감이 되는 곳.. 이곳이 바로 야만의 영역이다.

반면 문명 세계에는 약자를 보호하는 시스템과 제도가 존재한다.

이곳에서 힘이 세다고 함부로 주먹을 휘두르면 철창 신세를 지게 된다. 살인이라도 저지르면 영원히 사회로부터 격리될 수도 있다.

문명 세계에서는 아무리 강자라 해도 약자의 것을 함부로 빼앗을 수 없다. 법과 도덕, 윤리가 지배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명 세계에도 야만의 영역이 남아있다.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야만성이 문명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이 야만성을 내면에 품고 있는 사람들은 위험하다.

이들은 자신보다 강한 사람에게는 비굴하게 굴고 약한 사람에게는 품고 있던 잔인함을 서슴없이 드러낸다. 이들은 한마디로 비열한 자들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약자를 대하는 태도는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함부로 갖다 버려도 된다고 생각했다는 것은 이 사람이 결정적인 순간에 자기 이익에 따라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도리와 격(格)을 언제든 내던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가 정유정은 몇 해 전 구제역으로 수백 만 마리의 소와 돼지가 생매장 당하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것을 보고 구상한 작품이 바로 '붉은 눈'이라 불리는 인수공통전염병으로 인한 재난을 그린 이야기 '28'이다.

이 작품의 에필로그에서 그녀가 남긴 이 한 문장은 정말이지 깊은 울림을 남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그 자체로 존재의 타당성을 지닌다."

동물도, 사람도 생명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생명을 존중할 수 없는 사람이 인간성이라고 존중할 수 있을까?


한 해에 10만 마리나 길거리로 내몰린다는 유기견들은 타락한 인간성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문명화된 세상에서 문명의 혜택을 입고 살면서도 여전히 야만성을 버리지 못한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인간들이 빚어낸 비극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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