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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세상을 보는 눈 - 꾼과 호구, 그리고 설계자 1

모피어스 김 2018. 2. 22. 22:37

영화 '타짜'를 보면 세 종류의 인간이 나온다. 바로 꾼과 호구, 그리고 설계자(판을 까는 자)이다. 이들은 도박판을 완성하는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존재들이다.  

먼저 판을 까는 자가 도박판을 설계한다. 이 사람은 누구를 호구로 삼을 것이며 어떤 꾼을 배우로 쓸 것인지 결정한다. 그리고 호구를 털어먹은 뒤 수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도 꾼과 미리 얘기를 끝내놓는다.

이렇게 사전 작업이 끝나면 드디어 판이 깔린다. 꾼과 호구, 그리고 설계자가 판에 모여든다. 그들은 판돈을 내고 패를 돌린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들 중 오직 호구만이 이 판이 어떤 판인지 모른다는 점이다. 이 판의 결론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사실도 호구는 알지 못한다.

인생에는 여러가지 판이 있다. 우리는 '판'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 정치판, 영화판, 씨름판 등.. '판'이라는 공간에서는 대개 뭔가를 놓고 치열한 대결이 벌어진다. 정치판에서는 권력을 놓고 암투가 벌어지고 영화판에서는 캐스팅과 영화의 흥행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 일쑤이며 씨름판에서는 우승 트로피를 놓고 치열한 샅바 싸움이 벌어진다. 우리 인생도 어떻게 보면 하나의 거대한 판일 수 있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를 뿐 쟁투의 현장에 서 있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우리는 대개 도박판을 조금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도박판을 인생의 축소판이라 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그렇다. 도박판은 인생과 참 많이 닮아있다. 그러니 도박판에서도 배워야 할 인생의 진리가 있음을 굳이 부인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판을 꾼들만의 공간으로 생각하지 마시기 바란다. 우리는 살면서 크고 작은 판에서 놀게 된다. 당신이 근무하는 회사는 어떤가? 거기서는 종종 무언가를 위한 프로젝트가 계획되고 TF가 꾸려진다. 회사는 비즈니스의 성공을 놓고 크고 작은 판이 열리는 공간이다. 판이 열릴 때마다 떡고물이라도 건져보려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몇사람만 모여도 그 안에서는 권력관계가 형성되고 치열한 눈치싸움이 전개되며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국회에서는 특정 이슈를 놓고 여야가 격돌한다. 논의 중인 법안의 한 조항을 넣고 안 넣고에 따라 세상의 풍경이 바뀐다. 그렇기 때문에 법안을 심사하는 위원회에서는 의원들의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진다. 당신이 만약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직을 준비하고 있다면 당신은 지금 들어가 놀 판을 고르고 있는 것이다. 당신이 취준생이라면 발을 들여놓을 판에 대해 최대한의 정보를 모으셔야 한다. 이 판을 잘못 고르면 인생이 꼬인다.

이처럼 인생을 살다보면 우리 앞에 다양한 판이 깔린다. 그 판들은 우리 인생의 모습을 바꿔놓을 중요한 공간이다. 우리는 이 판들을 놓고 심사숙고해야 한다. 어떤 판을 선택하고 그 판에서 어떻게 노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달라지는 것이다.


이것은 정말이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그러나 정말 이상하다. 입시위주의 교육 탓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고민을 별로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고민은 하지 않은 채 그럴싸한 간판이 달린 곳에 사람이 몰린다. 자신과 비슷한 선택을 하는 사람이 많으면 대책없이 안도한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들어가는 판이 어떤 판인지 모른채 들어간다. 그러면 대개 둘 중 하나가 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호구가 되거나, 있으나 마나 한 사람이 되거나... 전술한 것처럼 도박판에서 그 판이 어떤 판인지 모르는 자, 그 자가 바로 '호구'라고 말씀 드렸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생각없이 들어가는 판이 바로 대학입시다. 우리나라의 대학입시는 어떤 판일까? 우수한 인재를 키우기 위한 시험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바보다. 우리나라의 수능은 한마디로 등급을 매기기 위한 시험이다. 이미 서열화되어 있는 대학에 순서대로 들어갈 입장권을 받기 위한 것일뿐 지성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 이것은 독점을 합리화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이나 정부, 주요 기관의 상층부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느 대학 출신이던가? 더구나 이 수능은 공정하지도 않다. 지금 우리나라 상위권 대학의 학생들 절반 이상이 특수고 출신들이다. 아이를 특수고에 보내려면 어마어마한 투자를 해야 한다. 왜 이런 비용구조를 만들어놨을까? 돈 있는 사람이 유리한 판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 모든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문제는 없는 사람들까지 이 판에 끼어들어 이 판을 키워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 판에서 힘들어하는 학부모들은 그래도 버티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 애만 뒤처질까봐서..."

호구가 된 사람의 변명 치고는 너무 순진무구해서 안쓰러울 정도다. 세상에는 사악한 의도로 판을 까는 자들이 많다. 2000년대 초반 국회에서 비정규직 법안이 논의될 때 정치인들이 했던 거짓말을 기억하시는가? 그들은 이것이 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라 했다. 그리고 '정규직 전환'이라는 떡밥도 슬며시 깔았다. 이 사기극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대기업에 비정규직으로 취직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생계비용도 안 되는 돈을 받고 혹사를 당했다. 재벌과 정치인, 그리고 보수언론이 합세해서 깔았던 이 비정규직이라는 판은 사실 젊은 인력을 헐값에 사기 위한 것이었다. 재벌은 싱싱한 인력을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사서 부렸고 정치인들은 실업문제를 해결하는데 일조했다고 떠벌였다. 그리고 젊은이들은 완벽한 '호구'가 됐다.

'판'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모든 판에는 설계자가 있고 의도가 숨어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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