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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생각은 최고의 노동이다

모피어스 김 2018. 3. 14. 23:52

어떤 사람이 열심히 일을 했다고 주장한다.
이 사람은 지각도 안 하고 자리를 비우는 일도 별로 없으며 하루가 멀다 하고 야근을 한다. 누가 봐도 열심히 일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람은 회사가 진정 필요로 하는 사람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이런 사람이 업무적으로 탁월한 경우는 드물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인사고과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는 경우가 많다. 아직까지 인사고과의 중요한 기준은 근태와 성실성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가지고 시비를 걸긴 어렵다. 더구나 이 기준은 권위주의적인 의식구조를 가지고 있는 기성세대가 중시하는 것이다.

이들은 정량적이고 수치화 할 수 있는 것을 선호한다. 눈에 보이는 수치는 사내 정치에서 우월한 입지를 점할 수 있게 해준다. 확실한 수치 앞에서는 어떤 논리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래서 조직을 오래 경험한 사람일수록 수치를 선호하게 된다.

그러나 사람의 노동은 수치로만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책상 앞에 앉아있는 시간은 수치화 할 수 있지만 노동의 질적인 측면은 수치화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많은 조직들이 이에 대한 평가를 등한시한다. 일견 불가피해 보이긴 하나 이것은 안이한 선택이다. 이 조직들 중 상당수가 비효율에 빠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책상 앞에 앉아있는 시간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그런 것은 약간의 인내심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진정 어려운 것은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이야말로 최고의 가치를 지닌 노동이다. 창조적이고 차원 높은 생각이 깔끔한 문서로 정리됐을 때.. 이것은 정말이지 아름답기까지 하다.

가끔씩 초보 기획자들의 문서를 검토할 때가 있다. 그때 내가 중점적으로 보는 부분은 '생각과 고민의 흔적'이다. 생각을 많이 한 사람이 쓴 문서에는 이 흔적이 즐비하다. 문서 여기저기에 생각의 진액이 뚝뚝 떨어져 있다. 이런 것이 진정한 노동의 흔적이다. 아무리 지각을 안 하고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도 이런 것이 없으면 그 사람은 일을 한 것이 아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업에서 생각하는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는 생각처럼 많지 않다. 의사결정라인의 상층부를 점유하고 있는 꼰대들이 권위주의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권위주의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생각하는 사람보다 말 잘 듣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들은 생각하는 사람이 합리적인 의견을 말하면 이것을 자신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꼰대가 조직의 수장이 되는 것은 재앙이다. 이때부터 조직 안 생각하는 사람들은 입을 다물 것이다. 회의 석상이나 공식적인 루트에서도 쓸만 한 얘기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얘기를 해봐야 좋은 소리를 들을 일은 없을 것이므로..

반면 탁월하고 전략적인 경영자는 생각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는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중노동인지를 안다. 생각의 가치를 알고 적절한 피드백과 보상을 할 줄 아는 경영자에게는 인재가 모여들 것이다. 많은 경영전략서에 등장하는 혁신의 사례들은 모두가 하나 같이 생각과 고민의 결과다.

고로 생각은 최고의 가치를 지닌 노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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