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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i.love.Story
영화의 흥행요소 중 '시의성'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영화가 제작되고 상영되는 시대상을 잘 반영했을 때 관객으로부터 폭발적인 공감을 얻어내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1998년에 개봉했던 '여고괴담'이 좋은 예이다. 경쟁이라는 미명 하에 우정조차 존재할 수 없었던 공간이 학교라는 설정은 당시 실제로 그런 교육환경을 겪으며 자란 대부분의 관객들에게 가히 폭발적인 공감을 얻어냈다. 영화 '도가니'도 약자에게 함부로 하는 비열한 사회를 고발했다.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공감을 얻어낸 것도 관객들이 경험했던 사회 현실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 영화가 한국 사회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느낀 것이다. 사랑과 용서를 모토로 하는 기독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장애아학교에서 벌어진 이 기가 막힌 사건들은 학교..
정말이지 반듯한 얼굴이다. 어찌보면 변칙적인 구석이 전혀 없을 것 같은 이미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실제로 만나본다면 재미가 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얼굴에서 느껴지는 지성과 의지는 로버트 레드포드에게 강력한 매력을 선사한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강물 같은 그의 눈망울에서는 사람의 마음 깊은 곳을 터치하는 호소력이 느껴진다. 건조한 듯 울림 있는 그의 음성은 삶의 깊이를 전하기엔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지금껏 그가 출연했거나 감독한 영화들은 가벼운 작품이 없었다. 그는 매번 영화에 삶의 깊이를 담아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젊은 시절의 로버트 레드포드보다는 어느 정도 나이가 들었을 때의 로버트 레드포드를 더 좋아한다. '스팅'이나 '내추럴'에서의 로버트 레드포드는 젊은 핸섬가이다. 젊은 그가 풍기는 매..
감독 : 토마스 알프레드슨 주연 : 게리 올드만, 톰 하디, 콜린 퍼스, 마크 스트롱 각본 : 브리젯 오코너, 피터 스트로갠 사회 초년병 시절, 첫직장에 출근했을 때, 그때 처음 보았던 사무실의 낯선 풍경은 내게 무척이나 불편하게 느껴졌었다. 친절하게 사내 분위기에 대해 안내나 충고를 해주는 사람도 없고 이 사람 저 사람 눈치를 보고 분위기를 민감하게 캐치해서 행동해야 했던 삭막한 상황... 거기에다가 선배들의 건조하고 사무적인 말투를 처음 접했을 때의 그 거북함과 긴장감을 기억하는가? 그 낯선 감정들을 떨쳐버리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었다. 그 분위기에 적응하고 나름 방향감과 주관을 가지고 직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응할 수 있게 되는 그 순간 한 사람의 사회인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 것은 성..
저자 : 정유정 출판사 : 은행나무 작가 정유정은 이 작품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 소설은 '그러나'에 관한 이야기다.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파멸의 질주를 멈출 수 없었던 한 사내의 이야기이자 누구에게나 있는 자기만의 지옥에 관한 이야기며 물러설 곳 없는 벼랑 끝에서 자신의 생을 걸어 지켜낸 '무엇'에 관한 이야기기도 하다.' 우리가 사는 현실은 부조리함으로 가득차 있다. 이 정도의 사람이면 그래도 집 한 채는 가지고, 단란한 가정을 이루며 행복하게 살아야 할 것 같은데 날마다 척박한 현실에 부대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생각일 뿐이다. 냉혹한 현실은 종종 우리를 반전의 상황으로 몰아간다. 작가가 말하는 '그러나'의 상황이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인 ..
요즘은 영화 시나리오 작가들 중 드라마로 진출한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드라마에 영화적 기법이 사용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최근들어 드라마에 소품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 그 한 예다. 소품은 주로 그동안 드라마보다는 훨씬 더 시간의 제약을 받는 영화에서 주인공의 심리상태, 앞으로 일어날 사건의 암시, 글이나 말로는 표현하기가 어려운 정서 등을 보여주는데 더 없이 좋은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드라마에서도 간단한 소품을 이용한 이러한 기법이 활발하게 응용되고 있다. 꽤 오래된 작품이긴 하지만 드라마에서 인상적으로 봤던 소품을 세 가지 정도 소개하고자 한다. 사람의 감정이란 말로 표현하기에 너무 복잡미묘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이런 감정을 너무나 절절히..
이 세상에 존재하는 피조물 중 가장 흥미로운 존재는 사람이 아닐까? 어렸을 적 읽었던 동화책 속의 세상에서는 선인과 악인의 구분이 분명했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실제로 살아본 세상은 동화책 속의 그것과는 많이 달랐다. 세상에는 100% 선한 사람도, 100% 악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은 선한 면과 악한 면이 서로 다른 비율로 뒤섞인,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로 가득하다. 부하직원에게는 거의 악마로 인식되는 직장상사가 가정에는 더 없이 자상한 아빠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 어떤 사람에게는 매우 유능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동물의 내면이 본능으로만 채워져 있는 단순한 포맷이라면 사람의 내면은 선과 악이 공존하고 투쟁하면서 무시로 예측 불가능한 반응을 내놓는 판..
인간을 위험으로부터 지켜주는 것은 무엇일까? 영화 '라스트 캐슬은 이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이 질문에 대해 답을 하려 하는 영화다. 인류는 예로부터 언제 있을 지 모르는 적의 기습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성(城)'이라는 것을 쌓았다. 인류에게 '성(城)'은 안전을 의미했다. 그러나 영화 '라스트 캐슬'의 '성(城)'은 아이러니칼하게도 억압의 공간이다. 이 성은 사람을 보호하는 성이 아니다. 이 성에서는 사람을 가두고 학대하는 일이 벌어진다. 영화 '라스트 캐슬'은 이러한 성에 갇힌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영화에는 세 개의 성이 나온다. 첫번째 성은 이 영화의 배경인 트루먼 교도소다. 두번째 성은 윈터 소장이 역사의식을 고취할 목적으로 죄수들을 동원하여 복원한 성이다. 마지막 세번째 성은 윈터소장의 마음 속..
이 영화의 메인 포스터 비주얼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완벽주의자의 얼굴에 금이 가 있다. 이 영화의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감독 : 대런 아로노프스키 주연 : 나탈리 포트만, 뱅상 카셀, 밀라 쿠니스 각본 : 마크 헤이먼 영화 '블랙 스완'은 완벽주의에 관한 영화다. 완벽한 무대를 만들었지만 결국 그 대가로 자신의 목숨을 잃어야만 했던 한 발레리나의 이야기다. 완벽주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완벽주의는 좋은 자극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 일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중요한 것은 완벽을 추구하되 완벽해지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순도 100%의 완벽함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이 사실을 망각하고 완벽해지려고 할 때 불행이 찾아온다. 이것은 삶의 원리다. 영화 ..
영화 '밀리언달러 베이비'는 내게 캐릭터 구축이라는 것이 뭔지 가르쳐준 영화였다. 이 영화를 본 후부터 난 캐릭터라는 것에 대해 강박적으로 천착하게 되었다. 시나리오를 쓴다는 건 발상 이후엔 캐릭터 설정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영화를 볼 때도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가 캐릭터를 어떻게 설정했나를 유심히 보게 되는데 '밀리언달러 베이비'는 내게 캐릭터 설정에 대한 숙련된 교관의 시범이자 교과서였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매기(힐러리스웽크분)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연 두 사람이 나온다. 바로 프랭키(클린트이스트우드분)와 스크랩(모건프리맨분)이다. 난 이 영화를 보면서 이 두사람의 캐릭터 설정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알뜰하며 꼼꼼한 성격의 프랭키... 까칠하기로는 둘째 가라..
'여인의 향기'는 막강한 캐릭터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 '밀리언달러 베이비'를 봤을 때 느꼈던 그 강렬한 캐릭터의 힘이 영화 전체를 떠받치고 있다. 잘 구축된 캐릭터와 알 파치노라는 명배우의 열연, 이 환상적인 조합이 이 영화의 명성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과 극은 하나다'라는 말이 있다. 남자고 여자고 모두 자신과 반대의 성격을 가진 사람한테 끌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자신과 정반대 성향의 사람을 만나게 되면 처음에는 충돌이 있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사람을 만나면 처음에는 무척 부담스러워 한다. 그러나 그 인연이 끊어지지 않고 일정 시간 계속되면 자신은 갖지 못했지만 그 사람이 가진 특성이 자신의 빈 구석을 채우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때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