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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연구/칼럼

'기회'라는 미끼

모피어스 김 2017. 12. 12. 15:14

같이 스터디를 진행했던 후배들이 종종 나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아는 영화사나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가 소재나 아이디어 하나를 던져주면서 시놉을 써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잘 나오면 제작을 할 것 같이 얘기하면서 말이다.

진행비조로 약간의 용돈도 집어주면서 계속 작업을 시키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후배는 그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엄청난 수정사항 목록을 받았을 것이다.

이러이러한 방향으로 다시 써봐라... 

대학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주듯 그 관계자는 작업꺼리를 안겨주고 사라졌다.

후배는 처음에는 이 작업을 매우 열심히 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마음 속에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 쓰고 있는 대본, 혹은 시놉이 과연 실제로 제작에 들어갈 수 있을까?

후배는 관계자를 만나 따져 물었다.

그랬더니 그 관계자는 씩 웃으며 약간의 용돈을 주며 다독거리더란다.

힘든 거 안다... 조금만 힘을 내봐라... 어쩐지 속은 것 같았지만 후배는 그 돈을 받아들고는 작업실로 돌아와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다고 한다.


어이가 없었다. 후배에게 상처가 될까 싶어 최대한 톤을 낮추어 당장 그 작업을 그만두라고 했다.

후배는 분위기 파악을 했는지 풀이 죽어 돌아갔다.

이렇게 순진하게 계속 이런 작업에 끌려다니면서 시간과 정력을 빼앗기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싶지만 사회경력이 전무한 나이 어린 작가 지망생들이 실제로 이런 술수에 말려들어 고생을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이 글을 읽으시는 작가 지망생 분들.. 혹시라도 이런 제안을 받으시면 일언지하에 거절하시라.

그리고 그 시간에 열심히 습작을 하시라.

그렇게 해서 완성된 시나리오가 나오면 그 때 기회를 보는 것이다.

자신만의 완성된 이야기와 구조, 캐릭터가 들어간 시나리오가 없는 상태에서는 제작자와 만나도 아무 소용이 없다.

그들은 대부분 그렇게 얘기를 했다고 한다. 기회를 주는 거라고...


나는 영화판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영화제작과정에서 시나리오는 투자유치와 배우섭외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고 있다.

당신이 쓴 시나리오가 영화화할 가치가 있다면 반드시 돈을 주고 사겠다는 사람이 나온다.

이것은 실제로 영화제작에 관여하시는 분들한테 들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가 지망생으로 오래 있다보면 쫓기는 심정이 되는 순간이 온다.

그럴 때 기회를 준다면서 내미는 손은 필경 당신의 시간과 정력을 노리는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악마의 손이다.

내가 보기엔 시나리오를 살 돈도, 투자를 유치할 능력도 없는 제작자가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살모사를 밟는 경우라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작가지망생에게 던지는 미끼에 불과하다.


사실 그들은 손해볼 게 없다.

어찌어찌해서 괜찮은 결과물이 나오면 그걸 들고 어디라도 기웃거려 볼 수 있는 것이고 아니면 그냥 버리면 된다.

가끔씩 진행한 결과물 들고 오면 읽어보고 이거 수정해라 저거 수정해라 약간의 코칭만 해주면 된다.

더 해볼 의지는 있는 것 같은데 돈이 궁한 것 같으면 약간의 용돈 정도만 쥐어주면 되니 얼마나 편한가?


직장생활을 해보신 분들은 알지만 사회는 냉정하다.

권리는 당사자가 챙겨먹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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