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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기억의 순간들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본문

스토리 연구/추천 서적

먼 기억의 순간들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모피어스 김 2018. 1. 11. 00:11


저자 윤성근                       큐리어스


꼭 그런 느낌이었다.
빛바랜 흑백 사진들이 빼곡히 꽂혀있는 앨범을 보는 듯 한..
윤성근의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는 잊고 지냈던 옛기억들을 호출하는 책이었다.

오래 전 우리는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할 때 책의 첫장 속지에 짤막한 글을 써서 주곤 했다.
그곳은 순간순간 떠오르는 단상들을 적어놓는 공간이기도 했다.
이상하게 우리는 거기에 글을 쓸 때면 세상 누구보다 진실한 사람들이었다.
마치 성역에 들어선 종교인처럼..

이런 글들이 기나긴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발견된다면 어떨까?
오랫동안 공기 중 습기를 품었다 내뿜기를 반복한 종이는 빛이 바래고 사람들의 손을 탄 표지는 때가 묻고 너덜너덜해진다.
이사를 하다가 또는 대청소를 하다가 이 글들은 종잇장 속에 숨겨진 채 헌책방의 한 구석에 쌓이게 됐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의 흔적이 남겨진 종이 위의 그 글들은 그 책과 그것을 통해 연결된 사람들만의 사연이 담긴 특별한 존재가 된다.


실제로 헌책방의 주인장인 윤성근씨는 오래 전부터 이런 사연들을 발견하고 모아온 사람이다. 책을 사랑하는 그가 헌책의 책장들 사이에 숨어있던 사연의 특별함을 모를리가 없다. 저마다의 손글씨로 써낸 그 사연들에게서 풍겨나는 정서의 깊이를 어찌 가늠할 수 있을까?

그는 그 사연들을 살뜰하게 모아 이 책을 펴냈다.
주제별로 나누고 그가 그 사연들을 보며 느꼈던 단상들도 함께 적었다.
그는 헌책들 사이에서 이런 보물찾기를 하며 삶의 기쁨을 누렸는지도 모른다.

책장은 언제 넘어갔는지 모르게 슬며시 넘어간다.
사람들이 남긴 그 손글씨와 오래된 책종이의 투박한 질감이 담긴 사진들을 보며 글을 읽노라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솟구쳐오르는 것을 느낀다.
이것은 정말이지 세상 어디에도 없는 그들만의 감성과 정서다.

추운 겨울날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또는 지하철에 서서... 해묵은 손글씨들이 빚어내는 가슴 뭉클한 사연에 빠져보시는 것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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