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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마초, 새로운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본문

스토리 리뷰/영화는 인생이다

텍사스 마초, 새로운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모피어스 김 2018. 1. 28. 02:26

인생은 짧고 영화는 많다. 고로 아무 영화나 봐서는 안 된다.   -by 모피어스 김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로데오 경기장에서 시작돼 로데오 경기장에서 끝난다.

장소는 같지만 주인공 론 우드루프(매튜 맥커너히분)의 모습은 천양지차로 달라진다.

영화는 한 남자와 두 창녀의 거친 숨소리로 시작한다.

우드루프는 로데오 경기장 관중석 아래 은밀한 공간에서 창녀들과 성관계를 한다.

이것은 마초적 남성성과 쾌락을 추구하는 그의 삶이 보여주는 일면이다.

그는 철 구조물 틈새로 보이는 카우보이들의 도전을 짜릿한 쾌감을 즐기며 바라만 볼 뿐이다.

이 순간 그는 텍사스의 놈팽이였다.


그러나 엔딩에서 우드루프는 진짜 카우보이가 된다.

그는 잔뜩 독이 오른 소 등 위에 올라탄다.

그는 소 등 위로 졸라맨 밧줄을 단단히 붙잡는다.

로데오 경기가 시작되고 소는 미친 듯이 날뛰지만 그는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

카메라는 그가 놈팽이였던 순간 경기장을 바라봤던 철 구조물 틈새로 그의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 

무엇이 그를 텍사스의 진정한 사나이로 만든 것일까?

그의 삶은 섹스와 마약에 찌들어 있었다.

그런 무분별한 삶의 대가였을까? 그는 HIV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에이즈(AIDS)에 걸린 것이다. 그는 의사로부터 30일 밖에 살지 못할 거라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는다. 이후 그는 살기 위해 발버둥친다.

그 과정에서 그는 AZT라는 신약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닥터 이브(제니퍼 가너분)의 만류에도 이 약을 불법적인 경로로 구해 복용한다. 그러나 상태는 더 나빠진다.

설상가상으로 병원에서는 그에게 임상실험의 대상이 돼 달라는 요청을 한다. 그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을 안 그의 친구들은 그를 멀리하기 시작한다. 그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사이 집주인은 문을 잠가 버린다. 집에서 나가라는 뜻이다. 사면초가에 몰린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야매 약품상이 소개해준 멕시코 의사를 찾아간다.  

그런데 이 멕시코 의사가 그를 치료하고 회복시킨다. 그는 이 멕시코 의사를 통해 미국의 병원과 FDA가 사기를 치고 있음을 알게 된다. AZT는 치료제가 아니라 독약에 가까웠다. 오히려 멕시코 의사가 처방해준 비타민과 순수 단백질이 자신을 회복시켰음을 직접 체험하고 알게 된다. 그는 이 약품들을 잔뜩 싣고 텍사스로 돌아온다.

그는 가지고 온 약품들을 팔기 시작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일이 그렇게 순탄하게 풀릴 리가 없다. 그에게는 그를 실수요자들에게 연결시켜줄 사람이 필요했다. 이때 그는 병원에서 만났던 호모 레이언(자레드 레토분)을 만난다.

레이언은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그는 여성의 정체성을 가지고 태어난 호모다. 그는 여성이 되고 싶어 하지만 그가 타고난 육체는 남성이다. 그는 스스로를 학대한다.

우드루프는 레이언을 통해 편견에서 벗어난다. 호모 얘기만 나와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던 그가 레이언을 곁에 두게 된 건 순전히 그가 유능한 사업 파트너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같이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그는 레이언을 통해 그가 평소 동성애자들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깨닫게 된다.

"니가 달고 있는 거시기는 신의 실수야."

레이언이 겪고 있던 고통의 실체가 무엇인지 비로소 이해하게 된 우드루프가 내뱉은 한 마디였다.


이후 우드루프의 의약품 사업은 번창하게 된다. 그는 당국의 규제를 피할 방법을 궁리하던 중 회원제를 생각해낸다. 

'나는 약품을 팔지 않는다. 다만 멤버십을 팔 뿐이다.'

이런 아이디어를 통해 탄생한 것이 바로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이다. 그가 제공하는 약물을 통해 효과를 본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 클럽은 성황을 이룬다. 그는 이 사업에 매료되고 많은 돈을 번다.

그러나 당국의 단속은 더 심해진다. 우드루프와 레이언의 사업은 어려워지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의 마지막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효과를 봤던 약물도 그들의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을 뿐 에이즈를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시간이 가면서 우드루프는 생을 마치기 전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일을 하기로 결심한다. 이 순간 그는 술과 여자를 좋아하는 텍사스의 놈팽이가 아닌 진정한 텍사스의 카우보이로 거듭나게 된다.

이 영화는 2014년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과 조연상을 휩쓸게 되는데 주인공 우드루프역의 매튜 맥커너히와 레이언을 분한 자레드 레토의 탁월한 연기 때문이었다. 특히 이 역을 소화하기 위해 20kg 이상을 감량한 매튜 맥커너히의 연기는 우리나라에서 메소드 연기의 1인자로 불리는 김명민의 그것을 떠올리게 한다. 지적이고 섹시한 매력을 풍기던 풍채 좋은 백인 사내가 제대로 된 텍사스 놈팽이가 된 것을 보면 그가 이 역할에 대해 가졌던 애착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그의 연기와 열정은 이 영화를 한 단계 높은 레벨로 끌어올렸다.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실제 론 우드루프라는 사내는 에이즈에 걸려 한 달 안에 죽을 거라는 의사를 소견이 있은 이후 무려 7년을 더 살았다고 한다. 그의 연장된 삶과 죽음은 거대 자본에 접수된 미국 의료 시스템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영화는 이러한 현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잘 만든 영화를 보고나면 뭔가 가슴 속에 남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이 영화를 보고나면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의 위기에 내몰린 사내가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과정에서 발견한 새로운 인생의 의미가 가슴 속에 전해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필자가 서두에 던진 말처럼 인생은 짧고 볼 영화는 많다. 고로 아무 영화나 봐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볼 때도 이 영화는 바쁜 시간을 쪼개 볼 충분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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