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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야수성, 그 순수함에 관하여 - '더 그레이' 본문

스토리 리뷰/영화는 인생이다

인간의 야수성, 그 순수함에 관하여 - '더 그레이'

모피어스 김 2018. 4. 15. 17:26

인간과 야수의 차이는 뭘까?
가끔씩 그런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야수는 생존이라는 본능 앞에 매우 정직한 존재다.
야수는 생존을 위해 살육을 필요로 하고 그것을 함에 있어 주저하지 않는다.
야수가 벌이는 살육의 현장은 차마 두 눈을 뜨고 볼 수 없을만큼 처참하다.
그러나 야수는 그 과정을 통해 생존을 보장 받는다.
그것은 잔혹할지언정 오로지 생존을 위한 행위라는 점에서는 순수하다.

인간은 이와는 좀 다르다.
인간은 복잡한 존재다.
인간은 생존이라는 본능 앞에서도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야수보다는 세련된 방식으로 살육을 한다.
그렇다고 인간의 본성이 야수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오늘 소개하려는 이 영화 '더 그레이'를 보면 늑대들에게 쫓기던 오트웨이(리암 니슨분) 일행이 늑대 한 마리를 잡아 구워먹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여기서 인간과 야수는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야수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날고기를 먹고 인간은 구워먹을 뿐이다.

영화 '더 그레이'는 프로페셔널 가드였던 한 사내가 야수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미리 말해두지만 '더 그레이'는 재난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를 재난영화라 하는 것은 제작진에 대한 모독이며 영화에 대한 몰이해의 증거다. 이 영화는 인간 내면의 야수성이 발현되는 과정을 그린 수준 높은 스토리텔링이다. 이 과정을 통해서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냉소적이고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영화는 아내를 잃은 상실감에 방황하는 사내의 모습을 그리며 시작된다. 술 한 잔이 생각 나 들린 클럽은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이 클럽은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간들의 추태를 잘 보여주는 공간이다. 거기서 오트웨이는 살벌하고 지난한 여정을 함께할 동료들을 만나게 된다.

꿈 속에서 끊임없이 아내를 떠나보내는 오트웨이가 탄 비행기는 알래스카의 이름 모를 설원에 추락하고 만다. 생존자는 오트웨이를 포함해 모두 7명.. 눈폭풍이 너무 심해 구조는 꿈도 못 꿀 상황이다. 이때 추위와 굶주림에 떨고 있는 이들에게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으니 그들은 바로 굶주린 늑대들이었다. 이때부터 오트웨이 일행과 늑대들 사이에 피비린내 나는 추격전이 벌어진다.

이 생존자들은 하나 둘씩 늑대의 먹이가 되거나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 속수무책으로 사라진다. 

이 와중에도 떠나간 아내를 그리워하는 오트웨이의 모습은 너무도 인간적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이어지는 생존의 위협 속에서 그의 인간성은 서서히 사라진다. 

마침내 그가 최후의 생존자가 됐을 때, 그리고 자신이 서 있는 곳이 애초에 의도했던 목적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는 그를 잡아먹으려는 늑대들과 똑같이 순수한 야성을 회복한다.

길고 긴 투쟁을 통해 야수의 눈빛을 가지게 된 사내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결말은 직접 확인하시기 바란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온몸으로 느껴지는 그 전율을 놓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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