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작가의 i.love.Story

공포가 뭔지 알려주마 '컨저링' 본문

스토리 리뷰/영화는 인생이다

공포가 뭔지 알려주마 '컨저링'

모피어스 김 2018. 5. 5. 01:58

공포영화에는 공식이 있다.
처음에는 아주 평온한 일상이 펼쳐진다. 그러다가 뭔가 불길한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관객들은 긴장하기 시작하고 악령이나 귀신이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한다.
영화 전반부까지 악령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드러내도 옷자락 정도 보여주고 사라진다.
공포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순간은 악령이나 귀신이 모습을 드러내기 바로 직전이다.
그것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데 존재는 느낄 수 있을 때, 그리고 그것들이 생각보다 가까이 와 있음을 알게 됐을 때 모골이 송연해지면서 등줄기에서 찬기운이 올라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때 공포는 극에 달한다.
사람은 놀라운 적응력을 가지고 있어서 아무리 무섭게 생긴 악령이나 귀신이라도 일단 보고나면 무서움이 덜해진다.
그래서 공포영화는 악령이나 귀신이 출현하기 직전까지... 바로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이 시간동안 관객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지 못하면 영화는 실패하게 된다.

제임스 완은 이러한 공포영화의 공식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감독이 아닐까?
나는 영화 '컨저링'의 술래잡기 장면을 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 장면이야말로 공포가 뭔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페론 가족은 꿈에 그리던 새 집으로 이사를 간다.
이삿짐을 풀고 아버지는 출근한 오전 어머니 캐롤린은 아이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다.
미국식 술래잡기는 우리의 것과는 룰과 방식이 다르다.
미국식에서는 술래의 눈을 가린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숨는다.
이 상태에서 술래에게는 세 번의 박수를 요구할 권리가 주어진다.
이날 술래는 캐롤린이었다.
그녀의 눈을 가리자마자 아이들은 집안 곳곳에 숨는다.
그녀는 눈을 가린 채 더듬더듬 아이들을 찾아나선다.
그녀는 첫번째 박수를 요구한다. 그리고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벽을 더듬어가며 걸어간다.
아직 아이들을 찾기는 무리다. 그녀는 두번째 박수를 요구한다.
그녀는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걸어가다 오래된 옷장이 있는 한 방에 들어간다.
그녀는 아이 중 한 녀석이 이곳에 숨어들었다고 확신한다.

"여기 숨었지? 다 알고 있어..."

이때 옷장의 문이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열린다.

이 소리를 들은 캐롤린은 이때다 싶어 세번째 박수를 요구한다.
그러자 옷장에 걸린 옷 사이로 흉측하고 앙상하게 마른 손이 나와 박수를 두 번 친다.
이것도 모른채 캐롤린은 술래를 잡았다는 기쁨에 계속해서 옷장 쪽으로 다가간다.
그러나 옷장 속에는 아무도 없고 아이들은 엉뚱한 곳에서 튀어나온다.
놀란 캐롤린은 눈을 가린 천을 내리고 옷장 안을 다시 뒤지지만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다.

영화 컨저링에는 이런 류의 장면이 두 개 정도 더 나온다.
이 두 장면 모두 공포의 공식에 충실하다.
악령이나 귀신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는 느낄 수 있을 때...
그때가 바로 인간이 극한의 공포를 느끼는 순간이라는 공포의 공식을 제대로 보여준다.

아무때나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최근 한국영화의 뜬금포 귀신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공포의 공식은 무시하고 음향효과로 때우려 드는 한국영화의 어설픈 시도는 한국공포영화의 미래를 위해서도 이제는 지양해야 한다.
여고괴담과 알포인트 이후 우리나라에서 퀄리티 있는 공포영화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이런 공포의 공식을 제대로 이해하는 감독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 컨저링은 퇴마사인 워렌 부부와 악령과의 대결구도도 첨예하고 그 긴장감이 팽팽하게 유지되다가 제대로 발산되기 때문에 절정 장면에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도 강렬하다.
공포영화 매니아시라면 강력 추천 드린다.
심장이 약하거나 공포를 잘 즐기시지 못하는 분들은 피하시는 것이 좋다.
적어도 2~3일 정도는 잠을 설치게 되실 것이므로..

공감 버튼 꾹 한 번 눌러주세요...^^ 로그인 하지 않아도 됩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