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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슴 짠함과 미안함 - '한공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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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슴 짠함과 미안함 - '한공주'

모피어스 김 2018. 7. 2. 23:26

영화 '한공주'는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을 영화화 한 작품이다. 이것은 2004년 밀양과 창원 지역의 남학생 115명이 여중생들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으로 당시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은 사건 그 자체 뿐만 아니라 처리과정에서 한국사회의 야만성과 미개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어지는 가해자 가족의 협박과 '밀양의 물을 다 흐려놓았다'는 경찰관의 폭언은 당시 수사상황이 어떠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나는 영화 '한공주'의 시선이 참 좋다. 이 영화는 피해자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세상은 피해자에게 참으로 모질고 가혹하다.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기조차 싫은 공주(천우희분)에게 수사관들은 사건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묘사하라고 다그친다. 병원에서도 여의사가 진료해줄 것을 요청하지만 거절 당한다. 무엇보다도 피해자인 그녀가 전학을 가야 했다는 사실이 쓴웃음이 나오게 만든다.

영화는 경찰 조사를 받은 공주가 전학을 가는 장면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그것도 낯선 남자의 손에 이끌려서 말이다. 이 남자는 공주가 다니던 학교의 교직원으로 교장의 지시를 받고 움직인 것이었다. 공주는 그의 어머니인 조여사의 집에 맡겨진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 조치는 공주를 당시 사건과 격리시킴으로써 그녀의 회복에 도움을 준다. 공주는 의외로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한다. 처음에는 그녀를 냉대했던 조여사도 공주에 대해 알게 되면서 마음의 문을 연다. 학교에서도 친구 은희를 만나고 그녀를 통해 재능과 꿈을 펼칠 기회도 갖게 된다.

그러나 사건은 아직 종결된 것이 아니었다. 가해자들의 부모는 끊임없이 공주를 찾고 있었고 가해자들에 대한 재판은 진행 중이었다. 이런 가운데 갑자기 서류 하나를 들고 나타난 술주정뱅이 아버지가 그녀의 삶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것은 이제 겨우 회복의 단계에 접어든 그녀를 다시 그 몸서리 쳐지는 사건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이 영화에는 특이한 장면이 하나 나오는데 그것은 공주가 수영을 배우는 장면이다. 공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것을 멈추지 않는다. 수영은 그녀에게 의미 있는 하나의 끈과도 같은 것이었는데 그녀가 계속해서 수영을 배운 이유는 이 영화의 결말 부분에서 밝혀진다. 이 부분을 꼭 놓치지 말고 보시길 바란다. 이 부분은 영화의 핵심 메시지와 연결되어 있다.

영화 '한공주'는 가부장적인 사회질서가 내면화된 어른들이 우글대는 사회에서 한 소녀의 삶이 어떻게 짓밟혔는지를 보여주는 수작이다. 이런 사회 속에서 그녀는 이름 뿐인 공주일 수밖에 없었다.

영화는 시종일관 우울한 톤을 유지한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시라 강권하는 것은 내가 이 영화를 보며 느꼈던 그 가슴 짠함과 미안함을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공감대와 에너지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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