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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중간자일 수 없는 곳 - '공동경비구역 JSA'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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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중간자일 수 없는 곳 - '공동경비구역 JSA'

모피어스 김 2018. 7. 6. 21:58

지난 4월 27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다.
장소는 판문점이었고 회담은 성공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은 첫만남부터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두 정상은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눈 뒤 잠시 동안 가볍게 이 선을 넘나들었다.
난 이 장면이 참 인상적으로 다가왔는데 순간 이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한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바로 이수혁(이병헌 분)과 정우진(신하균 분)이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침뱉기 장난을 하는 장면이다.
이미 인간적인 교분을 쌓은 두 사람에게 이 선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마음 속에 이미 그 선은 사라지고 없었던 것이다.
이 장면은 아무리 거대한 이념이 그어놓은 선이라도 인간적인 신뢰만 있으면 언제든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대통령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은 김정은이 보여주고자 했던 것도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까?
이미 협력을 하고자 마음을 먹은 두 정상은 아무 거리낌 없이 이 선을 넘나들 수 있었다.

난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장면을 뉴스를 통해 보면서 계속 이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떠올렸다.
이 영화에서 이곳은 그 누구도 중간자일 수 없었던 곳이었다.
이념에 의해 그어진 선 바로 위에 위치한 이 곳에서 모든 사람은 좌 아니면 우일 것을 강요당했다.

이수혁은 GOP 수색 작전 중 지뢰를 밟게 된다.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던 이때 그는 우연히 오경필(송강호 분), 정우진과 마주치게 되고 오경필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건진다.
이 사건으로 두 사람에게 인간적인 신뢰와 호감을 품게 된 이수혁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이들이 근무하는 초소의 문을 열었던 것이 비극의 발단이었다.
이때부터 이들은 인간적인 친분을 쌓게 되고 여기에 이수혁이 남성식(김태우 분)을 끌어들이면서 수적 균형이 이루어진다.

그들이 함께 하는 시간은 점점 늘어나고 이에 비례해 불안감도 커지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는 깊어진다.

그러나 그들의 인간적인 교류는 이 곳에서 금지된 것이었다. 적대행위가 정상인 공간에서 이루어진 너무나 인간적인 장면들.. 함께 농담 따먹기를 하고 술과 음식을 나누며 각종 놀이에 열중하는 군인들의 모습은 중간지대가 없는 이 살벌한 공간에서 처연한 느낌마저 준다.

이들의 이러한 인간적인 교류는 곧 비밀이 되고 수사 대상이 된다. 이들이 우정을 쌓던 비밀의 공간에 불청객이 찾아들었기 때문이다. 따스한 온기가 넘쳐흐르던 이 곳은 일 순간에 비극의 무대가 된다.

이 사건은 병장 이수혁이 단독으로 벌인 영웅적인 전투로 윤색되고 미화된다. 북측은 남측의 이런 쇼에 불만을 드러내고 그런 가운데 이 사건의 조사를 위해 중립국 위원회가 지명한 소피장(이영애 분)이 파견된다. 그녀는 등장한 그 순간부터 남측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는다. 그러나 그녀는 처음부터 이 사건을 대충 넘길 마음이 없었다. 그녀는 사건 현장에서 수거된 탄환과 발사된 탄환의 수가 맞지 않는 것을 보고 사건 현장에 또 한 명의 병사가 있었음을 알아챈다. 이렇게 시작한 그녀의 수사는 진실에 접근하고 그 과정에서 또 한 차례의 비극이 재현된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라 지 않는 남북 당국자들의 조직적 은폐와 수사방해가 노골화된다.

그녀가 진실과 가까워질수록 이 JSA라는 공간은 오직 적대행위만이 허락된 차가운 혐오의 본성을 드러낸다. 좌와 우의 극한 대립을 통해 탄생한 이 공간은 초월적이기까지 한 배타성으로 중간자들의 씨를 말리는 곳이었다. 그래서 이런 곳에서 싹을 틔운 남과 북 병사들의 인간적인 유대는 매우 특별한 것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공간이 가진 적대적이고 극단적인 관성은 이들의 우정과 교류를 비극적 결말로 몰고 가고야 마는 것이다.

무려 18년 전에 개봉한 이 영화가 지금 특별해지는 것은 바로 이 영화의 무대였던 곳에서 이루어진 남북정상의 만남과 대화 때문이다. 이번에는 이 공간이 가진 관성을 뛰어넘어 인간성이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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