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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그들이 살아온 세상

모피어스 김 2018. 6. 28. 23:45

"그래도 지구는 돈다.."

어쩔 수 없이 천동설을 인정하고 종교 법정을 나서던 갈릴레이가 했다는 말이다. 종교적 확신이 과학적 추론을 압도했던 시대.. 그 시대에 살기 위해 천동설을 인정하고 말았지만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연구에 근거한 확신을 가지고 있던 학자는 중얼거리는 소리로라도 세상을 향해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천동설은 그 시대를 살았던 살았던 사람들이 갇혀지낸 조악한 세계가 아니었을까? 모든 천체가 거대한 은하수, 그 변두리에 위치한 작은 행성에 불과한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거대한 착각에 근거해 만들어낸 세계.. 거기엔 그 어떤 과학적 근거도 없었고 종교적 확신이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 세계의 미개함 만큼 그들은 미신에 빠져들었다.

최근 재벌가 딸들의 갑질이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몇년 전 물의를 일으켜 국민적 공분을 자아냈던 언니에 이어 이번에는 그 동생이 저잣거리 불한당 수준의 행패를 부려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나도 어찌어찌 하다보니 그 문제의 녹취 파일을 듣게 되었다. 뭐가 그렇게 원통하고 짜증이 났던 것일까? 가만히 듣고 있다 보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어떤 사람의 삶의 궤적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사람이 살고 있는 세상의 모습이 보일 때가 있다. 이명박 전대통령의 삶을 보면서 치열한 머니게임이 벌어지는 정글을 떠올리듯이.. 그는 칠순의 나이에도 그 정글 바깥으로 단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 사람이다.

내가 보기에 이 재벌가의 두 자매가 살아온 세상은 이명박의 정글만도 못해 보였다. 그래도 그가 살아온 정글은 도덕은 없지만 역동적이고 생존본능이 살아있는 공간이었다.

그들이 살아온 세상은 중세 사람들이 살았던 세계만큼이나 미개해보였다. 재벌이라는 태생적인 조건이 모든 것을 알아서 갖다바치는 세상.. 여기에 세상의 중심이 바로 자기라는 거대한 착각이 더해져 그들이 살아온 세상은 미개한데다 협소하고 비인격적이기까지 하다. 이 세상 곳곳에서 풍겨오는 봉건주의의 곰팡내 때문에 지금이 21세기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그런 그들이 자신보다 크고 넓은 세상을 살아온 사람들을 리드하고 통솔해야하는 자리에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앉았다는 것 자체가 부조리라고 봐야 한다. 그것은 그들의 삶에도, 이 사회에도 불행한 일이었다. 논리나 실력이 안 되는 상황에서 그들을 통제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싸여 나온 행동이 그 악다구니 아니었을까?

그들이 가지고 있는 거대한 부가 그들을 작고 미개한 세상에 가두어놓은 이 아이러니.. 이것이 오늘따라 참으로 어이없으면서도 씁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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