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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삶은 여행이니까..

모피어스 김 2018. 7. 4. 00:09

난 지금도 지평선을 향해 끝없이 뻗은 길을 보고 있노라면 여행자의 본능을 느낀다. 그것은 가끔씩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는 충동 비슷한 것이다. 대학시절 잦았던 방랑벽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누나의 말마따나 철이 안 들어서 그런 것인가? 지금도 난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를 들을 때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난 재수를 해서 대학에 들어갔다. 항상 역대 최고를 갱신하는 우리나라 대입 경쟁률이 최고점을 쳤던 시기였다. 공부 외에 내 인생의 모든 것이 올스톱 되어있던 시기 몇 년을 보내고 그야말로 천신만고 끝에 들어간 대학이었다. 그러나 난 어이 없게도 혼란에 빠졌다.

대학 입학이라는 지상 과제를 앞에 놓고 허구헌날 집과 학교를 오가던 삶을 살던 나는 갑자기 많아진 자유시간에 뭘 해야 할 지 몰랐다. 생전 돈 한 푼 벌어본 적도, 써본 적도 없는 놈에게 돈다발이 떨어진 격이었다. 게다가 그 시절 대학가는 날마다 비상시국이었다. 노태우에서 김영삼으로 정권이 넘어가던 시기.. 그 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최초의 문민정부 탄생을 앞두고 있었다. 정국은 혼란 속에 있었고 학교 앞에는 늘 전경을 가득 실은 닭장차가 진을 치고 있었다.

대학에 입학하고 2달 정도가 지나자 난 학교에 가기가 싫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 간다 하고 집을 나서긴 했으나 학교는 가기 싫고 어디 갈 데도 없었던 나는 성북역에서 경춘선 열차를 타버렸다. 아무 생각 없이 탄 것이니 목적지가 있을 리 만무했다. 달리는 열차는 목적지가 있었으나 나는 목적지가 없었던 상황... 이것이 내가 난생 처음 경험한 아이러니였다.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북한강의 멋진 픙경이 펼쳐지던 지점에서 내렸다. 내려서 입간판을 보니 '강촌'이라 씌여져 있었다. 강변을 따라 펼쳐져 있는 마을의 풍경은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그저 마음 내키는대로 이곳저곳을 걷던 내가 자리를 잡은 곳은 강물이 내려다 보이는 강가의 바위 위였다. 난 그 곳에 앉아 흘러가는 강물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무심히 흘러가는 강물을 보고 있자니 그 동안에 있었던 일들이 마치 필름처럼 내 눈 앞에 펼쳐졌다. 그때서야 나는 그 일들을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그렇게 난 해가 질 때까지 강가에 앉아 있었다. 내 마음 속을 어지럽혔던 혼란스러움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때 난 난생처음으로 내 삶을 관조해보는 경험을 했던 것 같다. 거대한 산줄기 사이를 거침없이 흐르는 북한강의 풍경은 내가 제3자가 되어 내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유와 환경을 가져다 주었다. 그후 난 이따금씩 삶이 혼란스러울 때면 홀로 경춘선을 탔다.

가끔씩 하던 일을 멈추고 내 삶을 들여다봐야 할 때가 있다. 헝클어진 감정과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내 안에 쌓여갈 때 내 안에서는 떠나라는 음성이 들려온다. 이때 이 음성을 외면하지 마시길..

가수 이상은이 말한 것처럼 삶은 여행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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