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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는 블랙 코메디 - 살인자의 기억법

모피어스 김 2017. 10. 30. 19:34

저자 : 김영하     출판사 : 문학동네

'살인자의 기억법'은 최근에 영화로도 제작되어 개봉된 작품이다. 영화도 재미있지만 난 이 작품은 소설로 읽어보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 그래야 이 작품과 작가 김영하의 본령을 제대로 맛볼 수 있을 것이므로..

이 작품은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서술된다. 외부와 단절된, 혼자만의 특별한 즐거움을 누리는데 젊음을 다 보낸 한 연쇄살인범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이 펼쳐진다. 그래서 사람을 죽이는 끔찍한 일이 너무나 담담하고 자연스럽게 묘사된다.

그로테스크한 연쇄살인범의 삶과 일상이 평범한 사람의 그것처럼 나열되기만 했다면 이 작품의 가치는 반감됐을 것이다. 그런데 작가는 여기에 유머를 섞는다. 이런 식이다.

주인공인 김병수가 은희에게 박주태를 만나지 말라고 설득하는 장면이다.


"그 놈은 푸른 수염이다."
"무슨 수염? 그 사람 수염 안 길러."
은희는 교양이 부족하다.



작가는 작품 중간중간에 이런 류의 유머를 양념처럼 섞어넣었다. 왜 그랬을까?

이 작품은 참 술술 잘 넘어간다. 김영하의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문장에 대해서는 잘 아는 바이지만 여기엔 숨겨진 의도가 있다.

나도 처음에는 이 작품이 전형적인 스릴러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 작품의 끝까지 가보니 그게 아니다. 이 작품은 삶에 대한 패러디다.

주인공 김병수는 엔딩 근처까지 와서 혼란에 빠진다. 독자들도 그럴 것이다.

'이건 뭐지?'

자신이 사실이라고 철석 같이 믿고 있었던 것들이 허위로 밝혀지면서 그는 공황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때가 되면 비로소 작가 김영하의 악마적인 미소를 보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어서야 이 이야기가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는 스릴러가 아니라 한 인간을 농락하는 삶의 아이러니에 관한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단지 그 인간이 연쇄살인범이었을 뿐이다. 난 작가 김영하가 중간중간에 섞어넣은 유머가 자신이 주인공 김병수를 가지고 장난질을 칠 것임을 암시하는 것임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마치 우리를 갖고 노는 삶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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