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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을 통해 만나는 인간성의 현실 - 28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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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을 통해 만나는 인간성의 현실 - 28

모피어스 김 2017. 11. 9. 00:25


저자 : 정유정                출판사 : 은행나무

읽는 내내 감탄했다. 차원이 다른 필력과 치밀한 스토리 구성은 짧지 않은 분량을 막힘 없이 정주행하게 만들었다. 이 치열함과 에너지는 여성작가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야기는 숨가쁘게 정점을 향해 달려간다. 마치 인간성의 현실을 제대로 발가벗겨 보여주고야 말겠다고 100년 동안 칼을 간 듯한 문체다. 

이 가멸찬 이야기에서 작가는 '생명'에 대해 말한다. 자신도 생명체 중 하나이면서 다른 생명체는 존중하지 않는 인간성의 현실에 대해 말한다. 작가는 이른바 '빨간 눈'이라 불리는 인수공통전염병을 통해 인간의 생명과 동물의 생명을 동급으로 놓는다. '화양'이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사람들도, 개들도 똑같이 이 정체불명의 전염병으로 죽어간다. 이것을 통해 작가는 인간이나 동물이나 '생명'이라는 관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작가는 주인공 서재형에게 가혹한 트라우마를 안겨준다. 그는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개썰매 경주, 아이디타로드에 참가했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 그는 그의 개썰매팀인 '쉬차'를 늑대 무리에게 먹이로 내주고 겨우 목숨을 건진다. 그는 쉬차를 구성하던 16마리 개들의 어미이자 할미인 마야에 의해 발견되는데 이 개는 티 없이 맑은 눈으로 그에게 묻는다.

"대장, 내 아이들을 어쨌어?"

마야의 이 질문은 그에게 뿌리깊은 죄의식을 안겨준다. 이후 이 트라우마는 이 이야기를 끌고가는 동력이 된다.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 무차별로 개들을 포획하여 생매장하는 야만이 횡행하는 화양에서 그는 홀로 개들과 교감하며 그들을 돌보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는 '링고'라는 늑대개와 운명적으로 만난다. 그리고 인간의 야만에 대해 책임을 물으려 하는 링고에게 답을 하려 한다.

이 작품은 생명에 대한 인간의 이율배반을 꼬집지만 인간에 대한 믿음과 기대도 버리지 않는다. 그래서 생존을 위협 받으면 어김 없이 튀어 나오는 인간의 이기심과 야만을 적나라하게 그리면서도 그 가운데 피어나는 희망을 빼놓지 않고 그리는 것이다.

이 작품은 재미있다. 작가 정유정은 이야기가 결말에 이르기까지 쉴새없이 독자를 몰아붙인다. 그리고 결국에는 탄산수와 같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스릴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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