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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풍경 속 마법의 공간 '나미야잡화점의 기적'

모피어스 김 2017. 11. 30. 18:53


히가시노 게이고 저                        현대문학

누구에게나 삶은 만만치 않은 것이다. 아무런 고민도 없이 살아왔다면 그것은 삶을 산 것이 아니라 그저 무심히 흘러가는 시간을 방관한 것이 아닐까? 삶을 살고 있는 모든 이에게 고민이 있다. 거리에 나가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간다. 그들 모두 각자의 삶을 살고 있고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있을 것이다.

가끔씩 모임에 나갈 때가 있다. 간만에 친구나 지인들을 만나면 너무나 반갑고 둑이 터진 듯 갖가지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저렇게 할 얘기가 많은데 어떻게 참고 살았나 싶을만큼 그들은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렇게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유난히도 허세가 심한 친구가 한 명 쯤은 끼여 있게 마련이다. 철 모를 때는 그 친구를 부러워했다. 

'하는 일이 잘 되는 모양이네.. 부럽구나... 난 뭐지?'

그러나 나중에 그 친구가 큰 어려움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갑자기 서리가 내린 듯 가슴 속 한 켠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 친구의 허세는 그가 겪고 있던 삶의 무게를 보여주는 저울의 추가 아니었을까? 안쓰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 속에 두려움이 생기곤 했다. 친구가 겪고 있는 엄혹한 현실의 파도가 날 덮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나이가 어렸을 때는 친구에게 '니 앞가림이나 잘 하라'는 핀잔을 곧잘 주곤 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말처럼 쉽지 않은 삶을 살다보면 그 '앞가림'조차도 쉽지 않은 일임을 절감하게 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자기 '앞가림'도 하지 못하는 세 명의 청춘이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어쩌다 숨어든, 지금은 점포 안 곳곳에 뽀얗게 먼지가 내려앉은 그 기적의 공간에서 이들은 무려 40년 전의 시간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고민 상담을 하게 된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자기 앞가림도 못하고 좀도둑질이나 하고 사는 대책없는 청춘들이 뭘 안다고 남의 인생을 논한단 말인가? 이들에게 이 말도 안 되는 미션을 준 것을 두고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남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일은 대개 분별력 있고 지식이나 경험이 많은 분이 해야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일부러 미숙하고 결점투성이인 젊은이들로 했습니다. 타인의 고민 따위에는 무관심하고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진지하게 생각해본 일이라고는 단 한 번도 없었던 그들이 과거에서 날아온 편지를 받았을 때 어떻게 행동할까, 우선 나부터 무척 궁금했습니다.'

인생을 사는데 무슨 대단한 노하우가 있겠는가? 만만치 않은 삶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힘들면 때로 누군가에게 기대며 한발자국씩 앞으로 가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행운과 기적을 만나기도 한다는 것을...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삶이지만 그래도 그 가운데 희망과 기쁨도 있다는 분명한 사실을 마음 속에서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는 걸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너무나 진지해서 도저히 뿌리칠 수 없었던 상담자들의 고민에 답하기 위해 세 명의 한심한 청춘은 머리를 쥐어 짜내 답장을 쓴다. 이 답장이 기적을 일으킬 줄은 꿈에도 모른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살풍경한 삶의 현장을 관통하는 보편적인 삶의 원리를 뛰어난 구성과 스토리로 보여준다. 이 작품은 술술 읽힌다. 어렵지 않다. 그러나 잔잔한 감동과 함께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작에 대해 논란이 있었지만 이 작품을 읽어보면 그의 다작이 경지에 오른 이야기 솜씨에 기반한 것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날씨가 추워지는 요즘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읽으면 서서히 달아오르는 마음의 온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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