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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개의 인생, 50개의 이야기 '피프티 피플'

모피어스 김 2017. 11. 21. 14:14


저자 정세랑                            창비

눈이 오는 날이었다. 버스를 타고 가다 창 밖으로 지나가는 세상의 풍경을 보고 가슴이 뭉클해진 적이 있었다. 날마다 보는 풍경인데.. 왜 그랬을까?

시장통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 길목에서 호떡을 구워 파는 아주머니와 채소 몇 가지를 놓고 쭈그려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쳐다보는 할머니가 보였다. 오토바이에 짐을 가득 싣고 어디론가 달려가는 아저씨와 꼬치구이를 파는 노점상 리어카 앞에서 콧등에 소스가 묻은지도 모르고 야무지게 새김질을 하고 있는 어린 아이도 보였다.

아마도 말처럼 쉽지 않은 삶을 체감하고 있던 그 시절, 나와 똑같은 삶을 살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이상한 안도감 같은 것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저들도 나처럼 발버둥치며 살고 있구나 하는.. 그러면서도 마음 속 한 켠에서 밀려오는 연민의 감정을 끝내 떨쳐버릴 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정세랑의 '피프티 피플'에는 50명의 사람들이 나온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별히 잘난 것도 없고 너무나 평범해서 어디선가 본 듯 한 사람들이다. 작가는 너무나 살뜰하게 그들의 일상에서 풍겨나오는 정서를 주워담아 보여준다. 때로는 신산스럽고 때로는 가슴 짠하며 때로는 흐뭇하기도 한 삶의 모습들이다. 전쟁 같은 삶을 살며 힘겨워하고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시계 바늘처럼 일상을 지속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작가는 담담하게 서술한다.

읽다 보니 이 작품을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등장하는 50명의 인물들이 모두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삶을 보여주고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 아닌가?

이 작품은 수도권의 한 병원을 배경으로 한다. 괜찮은 설정이다. 병원만큼 살풍경한 삶의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공간이 또 있겠는가? 그러나 등장하는 인물들은 특별한 연관성이 없다. 그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사라진다. 그렇지만 그들은 묘한 동질감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들은 나와도 거대한 교집합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 가을에 정세랑의 '피프티 피플'을 추천 드린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느껴보시라. 특별할 것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슴 속 무언가를 건드리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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