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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 '82년생 김지영'

모피어스 김 2017. 12. 6. 18:17


조남주 저                                             민음사

'82년생 김지영'은 평범하다.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80년대생 여성이다. 

그러나 그 평범함이 슬픔의 이유가 된다. 이런 삶이 우리시대 여성들의 전형적인 삶이라니...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을 보는 듯 했다.

조남주 작가도 이렇게 말한다.

"자꾸만 김지영씨가 진짜 어디선가 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의 여자 친구들, 선후배들, 그리고 저의 모습과도 많이 닮았기 때문일 겁니다. 사실 쓰는 내내 김지영씨가 너무 답답하고 안쓰러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자랐고, 그렇게 살았고, 달리 방법이 없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82년생 김지영'이 슬픈 것은 그 리얼리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 김지영이 정신이상증세를 보이는 장면에서 시작해 그 출생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녀가 성장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는 과정을 매우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그녀가 겪는 모든 일들이 우리가 익히 봐왔던, 너무나 익숙한 장면들이라 픽션이라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이 한국사회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이라면... 

이런 현실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는 너무나 일반적이라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했다.

가부장적이고 남성 위주의 사회 질서 속에서 여성의 희생이 당연시 되는 시대, 여성의 노동과 출산, 육아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는 시대가 너무 오래 지속되다보니 이 모든 것은 당연한 것이 되었다. 

관성에 빠져 있는 남성들과 이 사회는 이들의 외침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다들 힘들게 살고 있으니까... 이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으니까... 

그러는 사이 남성들은 김지영의 회사 동기처럼 된 것이다. 

임신한 여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출근 시간을 30분 늦춰준 회사의 조치에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칼퇴하는 회사도 아닌데 뭐. 그냥 30분 날로 먹는거지..."

'82년생 김지영'은 이렇게 소외된 여성성을 온몸으로 체감하지만 이 모든 부조리함에 대체로 입을 다문다. 

그녀 역시 가부장적인 사회 질서 속에서 오랜 시간 살아오는 과정에서 체득한 관성이 몸에 배어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대로 괜찮을까? '82년생 김지영'이 행복할 수 없는 사회에서 남성이라고 행복할 수 있을까? 

'82년생 김지영'의 침묵은 결코 용인의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삶 다운 삶을 위한 몸부림이자 아우성이다. 

이제 남성들도 이 침묵의 이면으로 들어가 김지영의 삶을 들여다봐야 한다. 이것이 오늘 '82년생 김지영'을 추천 드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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