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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한으로 남은 찬란한 순간에 대한 이야기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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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한으로 남은 찬란한 순간에 대한 이야기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모피어스 김 2017. 12. 14. 18:45


기욤 뮈소 저                                    밝은세상


누구나 되돌이키고 싶은 과거가 있지 않을까? 

가슴 속 깊이 숨겨둔 과거의 회한들... 가끔씩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약간의 여유를 찾았을 때 문득 떠오르는 순간이 있게 마련이다.

후회할 짓은 하지도 말았어야 했는데 무슨 연유에선지 기어이 그 일을 저질렀고 그 일은 두고두고 아픈 기억이 되어 가슴 속에 남아 있는 것이다.


만약 타임리프 주식회사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누구에게나 거액의 돈만 지불하면 단 한 번만이라도 과거 원하는 시점에 다녀올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을 가진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는 가슴 속 회한을 안고 찾아오는 사람들로 성업을 이룰 것이다. 

그리고 곧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은 엉망진창이 되겠지만 말이다.

기욤 뮈소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이런 회한을 품고 있는 60세의 외과의사 엘리엇 쿠퍼가 사망 선고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그는 오랜시간 계속된 과도한 흡연으로 폐암에 걸렸다.

그는 이제 인생을 정리해야 시점이 왔음을 느낀다.

그러나 떠나야 할 그의 발목을 잡는, 사무치는 가슴 속 회한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30년 전 그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사랑했던 여인 '일리나'를 사고로 잃고 만 기억이었다.

그 기억은 자책 속에 보낸 30년의 세월동안 한 번도 그의 뇌리를 떠난 적이 없었다.

그런 그의 손에 캄보디아 노인에게 선물 받은 10개의 황금색 알약이 있다.


처음에 엘리엇은 이 알약의 신통력을 믿지 않는다. 

무심코 삼킨 1알이 그를 30년 전의 자신의 앞으로 데려가지만 그는 이 사실을 믿지 못한다.

그는 이것이 한낱 꿈이었을 거라고 생각해버린다.

그러나 그의 눈 앞에는 그가 실제로 과거에 다녀왔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보인다.

혼란스러운 감정 속에서 그는 두번째 알약을 삼킨다.

그리고 30년 전의 그와 다시 한 번 조우한다.

그러자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그의 가슴 속 회한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그를 휘저어놓는다.

여기서부터 그의 본격적인 시간여행이 시작된다.

인생의 안타까움은 아무것도 모른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채, 아무 생각 없이 다시 오지 않을 찬란한 순간을 그냥 스쳐보낸다는 점에 있다.

그것은 미숙함 때문일 수도 있고 엘리엇처럼 유년기의 상처 때문일 수도 있다.

우리는 참 자질구레한 이유로 그 찬란한 순간들을 놓친다.

과거를 살지 말고 현재를 살아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는 언제나 쉽게 잊혀진다.

이것은 그동안 많은 작가들을 통해 다루어졌지만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기욤 뮈소는 이러한 인생의 얄궃음을 영리하고 감각적인 구성의 이야기로 펼쳐나간다.

이야기는 30년의 간격을 두고 시간여행을 하며 진행된다.

그때마다 젊은 엘리엇은 늙은 엘리엇을 통해 과거를 돌이킬 방법을 알게 된다.

둘은 꿈에도 잊지 못하는 그들의 연인 일리나를 살려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결국 살려내는데 성공하지만 사건은 전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작품은 동명의 영화로 제작됐지만 영화 보다는 소설을 읽어보시길 바란다.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에 작가의 효과적인 사건 구성으로 전혀 지루하지 않다.

내 생각에 이 정도 구성능력이라면 기욤 뮈소는 드라마를 써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는 역동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독자를 원하는 결말에 이르게 해줄 줄 아는 작가이다.


타임리프를 다루는 작품은 많지만 사실 독자를 만족시킬 만 한 퀄리티를 갖고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욤 뮈소는 이 미션을 만족스럽게 해냈다고 보여진다.

가슴 속이 메말라 뭔가 촉촉한 감동이 필요한 분들에게 이 작품을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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