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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연구/칼럼

일하면서 글쓰기 1

모피어스 김 2018. 1. 3. 23:08
간혹 작가 커뮤니티에 가보면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고민상담이 있다. 
대부분 하소연에 가까운 것들인데 직장에 다니면서 글을 쓰는 작가 지망생들이 어려움을 토로한 내용이다. 읽어보면 십분 공감이 간다. 
직장에 다니는 것만 해도 만만치 않은 일인데 거기에 창작이라니.. 

이들의 하소연은 결코 엄살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근로시간이 길기로 유명한 나라다. 
허구헌날 계속되는 야근과 개인의 시간을 빼앗는 것을 조직의 권리로 아는 조직문화 속에서 작가의 꿈을 가지고 버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그런 나라에서 작가의 꿈을 가지게 됐다는 것 자체가 불운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당신의 가슴을 뛰게 만든 작가의 꿈을 포기할 것인가? 대부분 그럴 수 없다고 답할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작가의 꿈을 키우려면 어떤 스킬보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구체적인 방법론에 들어가기 전에 이거 하나만 각오하자. 
이제부터 작가가 되고자 하는 당신은 좀 더 바쁘고 치열한 삶을 살아야 한다.

직장에 다니면서 글을 쓸 수밖에 없는 건 순전히 생계 때문이다. 성인이 된 이상 경제활동을 그냥 놔버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약 당신이 기혼자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글을 쓰겠다고 한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이전보다 조금 덜 자고 짜투리 시간까지도 아껴서 창작에 투입해야 한다.

간혹 돈을 좀 모아서 직장을 그만두고는 공모전에 도전한다는 친구들이 있다.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것이다. 
미안하지만 이들이 성공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공모전의 경쟁율은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공모전은 사실상 특출난 수십 명의 경쟁이다. 공모전에 제출되는 작품들이 끝까지 읽혀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만약 그랬다면 입상자 명단에 이름이 올랐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대부분은 대충 훑어본 상태에서 쓰레기통에 처박힌다. 
문제는 시간 부족보다는 수준이다.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읽어보신 적이 있는가? 그들의 필력은 레벨이 다르다. 
허접한 원고 더미 속에서 정유정의 날렵하면서도 감각적인 문체를 찾아내는 것이 어려웠을까? 
이른 봄 들녁에 가면 시골 아낙네들이 나물을 뜯는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곳인데도 잘 살펴보면 먹을 만 한 잎사귀들이 꽤 올라와있다. 아낙들은 손쉽게 이것들을 뜯어내 소쿠리에 담는다. 공모전은 그런 것이다. 
공모전은 일정 수준에 도달한 작가들이 발견되는 과정이다. 그러니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공모전에 도전해 팔자를 고쳐보겠다는 생각은 버리시라. 당신이 그 정도 필력을 가지고 있다면 벌써 주변 사람들이 도전을 권했을 것이다.

공모전에 도전해 이름을 알리고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싶다면 최소한 입상자 명단 근처까지는 갈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 약간의 운도 따라주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공모전 입상이다. 
자, 이제 써두었던 사직서를 찢어서 쓰레기통에 던져넣으시라.


그런데 이 수준에 도달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직장에 다니면서 수준을 올린다는 건 더더욱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일단 글을 쓸 시간을 확보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당신이 기혼자라면 배우자의 반대에 부딪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도 했고 직장도 다니는데 공모전에 당선되는 사람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것은 직장에 다니면서 작가의 꿈을 키우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은 다만 어려울 뿐인 것이다. 

직장에 다니면서 글을 쓰다보면 그런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 
마치 회사가 나의 발목을 붙잡고 있기 때문에, 회사가 나를 밤낮으로 부려먹고 있기 때문에 내 꿈이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힐 때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당신에게 시간이 주어진다 해서 당신이 작가의 꿈을 이룰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더구나 회사는 당신에게 달마다 급여를 지급하고 있지 않은가? 회사 때문에 당신에게 시간이 모자라는 것은 맞지만 회사 때문에 당신이 작가가 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일하면서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당신이 항상 모자라는 시간 속에서, 그것도 피곤한 몸으로 글을 써야 함을 의미한다. 그런 생활을 하면서 당신의 수준을 올리고 올리고 또 올려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하면서 작가의 꿈을 키우는 당신에게 첫번째로 필요한 것은 '각오'인 것이다. 치열하고 피곤하며 힘든 일상을, 그것도 공모전에 작품을 냈을 때 심사위원들의 이목을 잡아끌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살아내겠다는 각오.. 바로 그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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