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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연구/칼럼

일하면서 글쓰기 2

모피어스 김 2018. 1. 6. 00:23
일하면서 글을 쓴다는 것은 어찌보면 무리한 결정이다. 
하루의 대부분을 일하는데 보내고 남은 시간에 글을 쓴다? 어려운 일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을 했다면 쉬면서 재충전을 하거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글쟁이의 DNA를 타고난 사람들은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글로 뭔가를 만들어내야만 하는 이 족속들에게는 사실 시간과 여유가 필요하다. 조용한 곳에서 독서를 하고 사유의 기쁨을 만끽하며 글을 쓸 수 있다면 이들은 정말이지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뿐이고 현실은 진창이다. 아침이면 피곤한 몸을 억지로 일으켜 근무지로 가는 지하철이나 버스에 몸을 실어야 하는 게 우리의 현실 아닌가? 
이제 꿈에서 깨어나 현실을 헤쳐나갈 방법을 모색해보자. 

직장에 다니면서 작가의 꿈을 키우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이제부터 그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보려 한다. 
노파심에 미리 말씀 드리지만 무슨 비법 같은 것을 전수하려 하는 것이 아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일하는데 보내고 남은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진 전부다. 그렇다고 그 시간을 모두 글을 쓰는데 투입할 수도 없다. 그러나 짜투리 시간도 오랜 기간 쌓이면 적지 않은 시간이 된다. 그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핵심은 파편으로 쪼개진 시간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있다. 
그러면 지금부터 차근차근 짚어보자.

1. 체력관리를 하라.
처음부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싸움은 장기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라. 그리고 이제 당신은 치열한 일상을 견뎌내야 한다. 그러자면 첫번째 갖추어야 할 조건이 체력이다.

생각해보자. 어쩌다 시간이 났다. 이제 글을 쓰려 자리에 앉았다. 저절로 글이 써지던가? 창작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일이다. '정신일도 하사불성'이라는 말이 있다. 정신이 한 군데로 모아져 있으면 어떤 일도 이룰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집중력은 몸의 컨디션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

꼰대들이 좋아하는 신화 중 하나가 정신력의 신화다. 그들은 정신력과 헝그리 정신을 강조한다. 정신 무장만 돼 있으면 못 이룰 일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헛소리에 불과하다. 정신은 건강한 육체의 기반 위에 서 있을 때 비로소 제 기능을 한다. 하드웨어가 망가졌는데 어떻게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작동을 한단 말인가? 집중력 역시 체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필자 역시 일을 하며 글을 쓴다. 퇴근 후 글 쓰는데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은 많아야 2~3시간이다. 이 마저도 피곤해서 그냥 앉아서 시간을 보낸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러다 어느 날 몸부터 챙겨야겠다는 생각에 이 시간 중 1시간을 뚝 떼어내 운동을 하는데 투입했다. 이때부터 집 주변 산책로 4~5km를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일단 체중이 7~8kg가량 줄었다. 그리고 집중력이 좋아졌다. 집중력이 좋아지니 글 쓰는 시간은 조금 줄었지만 쓰는 글의 양은 늘었다. 어쩌다 필 받은 날은 새벽 2~3시까지 쓸 때도 있는데 이튿날 근무를 해도 전처럼 빌빌대지 않는다. 이제는 조깅 코스 후반 2km 정도는 그냥 뛴다.

잊지 마시라. 일하면서 글을 쓰는 당신이 첫번째 챙겨야 할 것은 바로 체력이다.


2. 출퇴근 시간과 이동 시간을 이용하라
운이 좋아 집 가까운 곳에 직장이 있는 분이 아니라면 대개 통근 시간이 2~3시간 정도는 된다. 이 시간은 글쓰기와 독서에 투입할 수 있는 황금과 같은 시간이다. 당신에게는 스마트폰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 에버노트나 어섬노트를 깔면 지하철에서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이 메모앱들은 동기화 기능이 있다. 모바일에서 글을 써서 저장해두면 PC에서 언제든지 열어볼 수 있다.

일하면서 글을 쓰면 가장 큰 문제가 작업의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창 필 받아서 시놉시스를 쓰고 있는데 몇날 며칠 야근이 계속된다. 어떻게 일을 끝내고 다시 작업하던 파일을 열면 일단 그 내용이 낯설다. 거기에 몰입이 돼야 이야기를 계속 쓸텐데 이야기가 멈춘 지점까지 다시 들어가려면 한참동안 씨름을 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시간은 이미 자정이 넘고 몇 글자 쓰지도 못했는데 노트북을 덮어야 한다.

그러나 메모앱을 이용하면 이런 일을 막을 수 있다. 아무리 일을 무지막지하게 시키는 회사라도 출퇴근 시간에는 건드리지 않는다. 대본까지는 어렵겠지만 시놉시스 정도는 충분히 쓸 수 있다. 완성도 있는 시놉시스가 있으면 시나리오든 드라마든 시간이 났을 때 언제든지 작업이 가능하다. 연일 야근이 계속되더라도 최소 하루에 1~2시간은 글 쓰는데 투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필자가 애용하는 에버노트의 경우 모바일이든 데스크탑이든 2대의 디바이스까지는 무료로 쓸 수 있다.

3. 주말과 휴일 밤 시간을 활용하라
만약 당신이 솔로라면 주말이나 휴일에 원하는 만큼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결혼을 했고 아이까지 있다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아무리 휴일이라도 당신은 뭔가 해야 할 일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배우자와 대화를 하고 아이들과 놀아주기도 해야 하며 가끔씩 가족과 함께 여행도 갈 것이다. 기혼자에게 주말은 주말이 아닌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당신은 주말임에도 밤 시간을 활용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모두가 잠든 심야시간은 글쓰기에도 좋다. 이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집주변 24시간 카페의 위치를 알아두시라. 검색을 해보면 생각보다 24시간 여는 카페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카페들은 대개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한다. 가보면 작가 지망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꽤 보인다. 만약 11시에 간다면 새벽 3~4시까지 쓸 수 있다.

4. 쓰지만 말고 읽어야 한다
영화든 드라마든 스터디 모임에 가면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독서량 부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닌가? 글로 밥을 먹겠다는 사람들이 독서량 부족이라니.. 그러나 사실이다. 

글쟁이라는 족속들 중 상당수는 먹어야 힘을 쓸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잘 잊어버린다. 직장에 다니는 경우 이것은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작가는 쓰는 양 못지 않게 읽는 양도 많아야 한다. 유명 작가들 대부분은 작가이기 이전에 탁월한 지식인이기도 하다. 그들의 지적 수준은 높다. 이것은 그들의 작품에서 깊이 있는 통찰과 놀라운 필력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글을 쓰다 보면 뭘 쓸 지 잘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읽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쯤 되면 일하면서 글을 쓰겠다는 어려운 결정을 한 당신에게 왜 체력이 중요한 지 알게 됐을 것이다. 시간도 없는데 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쓰는 것만 해도 큰 부담인데 읽어야 할 것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것이다. 저질 체력으로 이 길을 가겠다는 것은 10m만 뛰어도 숨이 차오르는 약골이 마라톤을 뛰겠다고 하는 격이다.

일하면서 글을 쓰겠다는 것은 사실 그리 합리적인 결정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당신과 필자 같은 글쟁이가 아니라면.. 그러나 길은 있다. 그 길이 먼 길이라는 것이 문제지만... 그 길을 가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이 일을 인생의 후회로 남기지 않기 위해서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쓴다.

필자의 보잘 것 없는 경험과 충고가 당신이 가는 길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문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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