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스토리 연구/칼럼 (20)
김작가의 i.love.Story
로맨스를 다룬 국내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마다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다. 바로 '감정과잉'이다. 대개 문제는 둘 중 하나다. 무르익지도 않은 감정을 터뜨리거나 아니면 터뜨린 감정이 너무 과해 신파극이 되거나... 극중 주인공의 감정은 매우 섬세하게 다뤄져야 한다. 관객은 그 감정을 매우 예민하게 쫓아간다. 감정의 완성은 다음의 세 단계를 거친다. 첫째, 감정의 생성이다. 어떤 계기로 인해 주인공에게 특별한 감정이 생겨난다. 고요한 호수에 파문이 일 듯 고요했던 주인공의 감정이 이전과는 다른 상태가 된다. 둘째, 감정의 고조다. 이후 주인공의 감정은 여러 과정을 겪으면서 서서히 고조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연스러움이다. 가랑비에 옷섶이 젖듯 주인공은 자기로 모르게 그 감정에 빠져들어간다. 여기서 중요..
이야기에서 주인공에게는 목적지가 있어야 한다. 이 목적지는 주인공의 욕망이 향하는 지점이다. 이야기란 주인공이 이 목적지로 가는 여정이다. 주인공은 목적지에 도달할 수도,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결과야 어쨋든 분명한 것은 이 과정이 평탄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위해서 작가는 주인공의 앞길에 방해꾼을 불러들여야 한다. 방해꾼은 강력할수록 좋다. 방해꾼은 주인공이 감당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존재감이 크고 유능해야 한다. 그러면 주인공에 감정이입된 관객이나 독자는 이때부터 긴장하기 시작한다. 이야기에서 방해꾼의 역할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주인공은 방해꾼과 대척점에 서서 날카롭게 대립하게 된다. 처음에 둘은 적당히 거리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며 긴장감을 높여간다. 이때 관객이나 독자..
주인공은 호감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주인공은 반드시 감정이입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 로버트 맥기의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중에서 유난히도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드라마가 있다. 과도하리만큼 몰입된 사람들이 TV 화면에서 눈을 뗄 줄 모른다. 주인공의 불행에 탄식이 터져나온다. 주인공의 발목을 잡는 악인들에게 저주를 퍼붓기도 한다. 옆에서 보면 우습기 짝이 없지만 본인들은 너무나 진지하다. 사람들이 이런 증상을 보인다면 그 이야기는 재미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드라마 '모래시계'의 한 장면을 잊지 못한다. 박태수가 친구 강우석과 함께 사형 집행을 위해 독방을 나선 날이다. 유난히도 청명한 하늘에 뜬 태양을 파리한 얼굴로 바라보던 태수가 드디어 교수대 앞에 선다..
알렉스 엡스타인이 쓴 '시나리오 성공의 법칙'이라는 책을 보면 HOOK에 대한 다음과 같은 설명을 볼 수있다.'HOOK은 아주 간결하게 정리된 영화의 컨셉이다. 그렇다고 그냥 평범하기만 한 컨셉은 아니다. HOOK은 업계사람들이 여러분의 시나리오를 읽어보고 싶다는 흥미를 단박에 가지게끔 만들, 그리고 관객들이 여러분의 영화를 보고 싶어 하게끔 만들 신선한 아이디어다.'그리고 헐리웃 영화에서 사용된 근사한 HOOK 몇 가지를 소개한다.냉소적인 광고회사 임원에게 어느 날 갑자기 여자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변호사가 어느 날 갑자기 거짓말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눈이 내리지 않는 국가인 자메이카에서 봅슬레이팀이 결성돼 올림픽에 출전한다. 승객이 가득 찬 시내버스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다...
영상 매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라디오는 쇠퇴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사람들은 라디오가 주는 아날로그적인 정서를 여전히 선호했다. 라디오는 여전히 막강한 매체로 남아있다. 이승환의 앨범 3집에 보면 'Radio Heaven'이라는 노래가 있다. 그 가사 중 일부를 옮겨보자.칼라TV와 비디오에 시선 모아져가도 변함없는 내 친구 Radio Heaven누구나 찾을 수 있죠. 하지만 추억이 되어 버리면 영원히 찾을 수 없는 그곳은 Radio Heaven우리만의 세상이 있죠 어른들은 모르는 환상의 나라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라디오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오면 우리의 머리 속에는 영상이 떠오른다. 그 소리를 듣는 사람만의 세계가 펼..
세상에는 분명 재미있는 이야기와 재미없는 이야기가 있다.두 눈을 반짝이며 듣는 이야기와 하품을 하며 빨리 끝내라고 하는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영화나 드라마, 소설... 예외가 없다. 재미있다고 소문난 작품에는 사람들이 몰리고 천만관객을 동원하며, 높은 시청율을 기록하거나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다.반면 재미없는 이야기는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곧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진다.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이야기는 오직 사람만이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고도의 지성과 감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존재... 복잡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존재인 사람만이 이야기에 푹 빠져들수 있다.사람은 이야기에 빠져들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한 사람들은 주인공과 함께 울고 웃는다. 그..
계절이 바뀌기가 무섭게 극장에서는 많은 영화들이 개봉한다. 지금도 국내 영화 배급망의 대기열에는 많은 영화들이 관객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영화는 상반기에만 866편에 이른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영화들이 스크린에서 관객들을 만났지만 이중 관객들이 '이야기의 힘'을 느낀 영화는 얼마나 될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야기의 힘'이 느껴지는 영화가 적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은 나만의 것일까?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이야기의 힘보다는 배우의 인기와 연기력, 막장적 요소에 의존하는 경향이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 스토리의 구루라고 일컬어지는 로버트 맥기는 그의 명저인 '시나리오 어떻게 쓸것인가'의 서두에서 이야기가 쇠락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야기라는 예술은 쇠퇴의 길에 ..
작품을 구상할 때 작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다음의 두 가지를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을까? 1. 주인공은 어떤 인물인가?2. 주인공이 갖고 있는 욕망은 무엇인가? 이야기란 주인공이 자신의 욕망을 추구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따라서 이야기를 처음 만들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주인공에 대한 캐릭터 설정을 하는 것이며이 과정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야 하는 것이 주인공의 욕망이다.창조주로서 작가는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둘 중 하나를 해야 한다.주인공에게 강렬한 욕망을 주거나, 아니면 중대한 결핍을 안겨주거나... 주인공에게 강렬한 욕망이 없다면 주인공은 애써 움직일 필요가 없다.모험을 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여기서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겠는가?사람..
요즘은 영화 시나리오 작가들 중 드라마로 진출한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드라마에 영화적 기법이 사용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최근들어 드라마에 소품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 그 한 예다. 소품은 주로 그동안 드라마보다는 훨씬 더 시간의 제약을 받는 영화에서 주인공의 심리상태, 앞으로 일어날 사건의 암시, 글이나 말로는 표현하기가 어려운 정서 등을 보여주는데 더 없이 좋은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드라마에서도 간단한 소품을 이용한 이러한 기법이 활발하게 응용되고 있다. 꽤 오래된 작품이긴 하지만 드라마에서 인상적으로 봤던 소품을 세 가지 정도 소개하고자 한다. 사람의 감정이란 말로 표현하기에 너무 복잡미묘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이런 감정을 너무나 절절히..
이 세상에 존재하는 피조물 중 가장 흥미로운 존재는 사람이 아닐까? 어렸을 적 읽었던 동화책 속의 세상에서는 선인과 악인의 구분이 분명했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실제로 살아본 세상은 동화책 속의 그것과는 많이 달랐다. 세상에는 100% 선한 사람도, 100% 악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은 선한 면과 악한 면이 서로 다른 비율로 뒤섞인,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로 가득하다. 부하직원에게는 거의 악마로 인식되는 직장상사가 가정에는 더 없이 자상한 아빠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 어떤 사람에게는 매우 유능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동물의 내면이 본능으로만 채워져 있는 단순한 포맷이라면 사람의 내면은 선과 악이 공존하고 투쟁하면서 무시로 예측 불가능한 반응을 내놓는 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