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작가의 i.love.Story
궁금했다. 제이슨 본이 '본 얼티메이텀'을 끝으로 사라졌을 때 그 뒤를 이을 스파이 액션의 주인공이 누구일지... 매드맥스의 샤를리즈 테론이 연기한 MI6의 일급요원 로레인은 매력적인 캐릭터다. 거칠지만 매우 인간적이다. 시크하면서도 강인한... 여기에 여성미까지 느껴지는 샤를리즈 테론은 이 배역과 잘 어울린다. 그러나 걸크러쉬에 너무 집착하다보니 주인공을 너무 망가뜨린 측면이 있다. 액션은 훌륭했지만 너무 처절했다. 조금만 산뜻하게 갔더라면 어땠을까? 안젤리나 졸리가 연기한 라라 크로포드처럼 말이다. 로레인이라는 캐릭터 또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제이슨 본 만큼의 흡인력과 개연성은 갖지 못한다. 로레인은 좀 더 입체적인 인물이었어야 했다. 그랬다면 샤를리즈 테론의 액션 연기는 더 빛이 났을 것이..
"남 부럽지 않게..." 우리 부모세대의 삶을 지배해왔던 워딩이다. 생존을 위해 살아야 했던 시대에 이것은 소박한 바람이었다. 마당에 정화수 한 사발 떠놓고 혼인을 하던 시대에는 이 말이 그래도 기본적인 것은 갖추고 뭘 해도 했으면 좋겠다는 아주 소박한 희망사항을 의미하는 것이었다.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이 말의 의미는 변질되었다. 이것은 이웃에 대해 비교우위를 가져야 한다는 강박적이고 천박한 욕구를 대변하는 말이 되었다. 그래도 나이가 있고 사회적 지위가 있는데 승용차는 2000cc급 이상은 타야 하고 어디서 잘 나간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유명 골프장 회원권은 있어야 하며 에베레스트에 등정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영하 20도 아래로 내려가는 지역의 사람들이 입는 캐나다 구스다운을 입어..
주인공은 호감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주인공은 반드시 감정이입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 로버트 맥기의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중에서 유난히도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드라마가 있다. 과도하리만큼 몰입된 사람들이 TV 화면에서 눈을 뗄 줄 모른다. 주인공의 불행에 탄식이 터져나온다. 주인공의 발목을 잡는 악인들에게 저주를 퍼붓기도 한다. 옆에서 보면 우습기 짝이 없지만 본인들은 너무나 진지하다. 사람들이 이런 증상을 보인다면 그 이야기는 재미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드라마 '모래시계'의 한 장면을 잊지 못한다. 박태수가 친구 강우석과 함께 사형 집행을 위해 독방을 나선 날이다. 유난히도 청명한 하늘에 뜬 태양을 파리한 얼굴로 바라보던 태수가 드디어 교수대 앞에 선다..
한국에서 배우자를 고르는 과정은 많은 경우에 '잘난 사람'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도 나 정도 되면 이 정도의 사람은 만나야 돼...' 맞선이나 소개팅을 나가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는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장사치의 심리가 강하게 작동한다. 여기에 나중에 이 사람을 가족이나 주변사람에게 공개했을 때 감당해야 할 리스크에 대한 고려도 함께 이루어진다. 무엇보다도 부모님을 실망시키지 않아야 한다. 교제는 일단 이런 기본적인 조건들이 충족된 다음에 생각해야 할 문제다. 한국에서 결혼은 아직 '개인의 일'이기보다는 '집안의 일'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본인 이외에도 만족시켜야 할 사람이 있는 것이다. 조건을 따지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말이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이다. 그들은 이 말을 성경에 나오는 잠언이라..
저자 정세랑 창비눈이 오는 날이었다. 버스를 타고 가다 창 밖으로 지나가는 세상의 풍경을 보고 가슴이 뭉클해진 적이 있었다. 날마다 보는 풍경인데.. 왜 그랬을까? 시장통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 길목에서 호떡을 구워 파는 아주머니와 채소 몇 가지를 놓고 쭈그려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쳐다보는 할머니가 보였다. 오토바이에 짐을 가득 싣고 어디론가 달려가는 아저씨와 꼬치구이를 파는 노점상 리어카 앞에서 콧등에 소스가 묻은지도 모르고 야무지게 새김질을 하고 있는 어린 아이도 보였다. 아마도 말처럼 쉽지 않은 삶을 체감하고 있던 그 시절, 나와 똑같은 삶을 살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이상한 안도감 같은 것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저들도 나처럼 발버둥치며 살고 있구나 하는.. 그러면서도..
알렉스 엡스타인이 쓴 '시나리오 성공의 법칙'이라는 책을 보면 HOOK에 대한 다음과 같은 설명을 볼 수있다.'HOOK은 아주 간결하게 정리된 영화의 컨셉이다. 그렇다고 그냥 평범하기만 한 컨셉은 아니다. HOOK은 업계사람들이 여러분의 시나리오를 읽어보고 싶다는 흥미를 단박에 가지게끔 만들, 그리고 관객들이 여러분의 영화를 보고 싶어 하게끔 만들 신선한 아이디어다.'그리고 헐리웃 영화에서 사용된 근사한 HOOK 몇 가지를 소개한다.냉소적인 광고회사 임원에게 어느 날 갑자기 여자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변호사가 어느 날 갑자기 거짓말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눈이 내리지 않는 국가인 자메이카에서 봅슬레이팀이 결성돼 올림픽에 출전한다. 승객이 가득 찬 시내버스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다...
탁월한 성취에 빛나는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다. 그것은 자신의 성취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찬사와 인정에 익숙해지다보면 가장 잃기 쉬운 것이 객관성이다. 객관성을 잃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만사를 자기 좋을대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벌어진다. 탁월한 성취는 한 사람의 노력과 재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보통 시대의 요구에 잘 부응한 결과이며 타이밍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헌신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쉽게 말해 탁월한 성취는 운도 따라주어야 하며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대개 탁월한 성취의 사람은 이 부분을 계산에서 빠뜨린다. 틀린 계산은 곧장 마이너스로 처리되어 이 사람의 말과 행동에 반영되며 스스로를 ..
사람을 알게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어떤 사람의 진실을 알고 그 사람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이해가 있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의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다.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10살 소녀의 분투기다. 아직은 너무나 어린 소녀 지소가 맞닥뜨린 현실... 집을 나간 아버지와 길거리를 전전해야 하는 생활은 그녀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짐이었다. 엄마 정현은 날마다 어린 남동생 지석을 지소에게 맡겨두고 일을 나간다. 그런 가운데 다가온 지소의 생일... 지소는 생일에 남들처럼 집에 친구를 초청해 생일파티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소네는 집이 없었다. 이제는 고물이 다 된 소형 승합차 한 대가 집이라면 집이었다. 괜한 자존심에 선생님께 그만 집에서 생일파티를 하겠다..
요즘 김생민씨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알뜰하고 성실하며 부지런한 남자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의 팟캐스트 '김생민의 영수증'은 인기 팟캐스트 중 하나다. 이것을 들어보면 그의 주장이 매우 일관되고 단순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돈은 안 쓰는 것이다'라는 신조를 가지고 있고 이것을 철저하게 실천한다. 그의 삶은 투쟁이다. 돈을 써야 할 경우에도 어떻게든 돈을 안 쓰고 넘어갈 방도를 찾아낸다. 이른바 극단적 내핍의 삶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꾸준히 돈을 저축한다. 이것은 정말이지 그의 말마따나 '절실함'이 없이는 실천하기 어려운 삶의 방식이다.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아무나 이렇게 살 수 없다. 그러나 그의 방식은 신용소비가 일상화된 오늘날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많은 사람들은 신용소비를 ..
이용승 감독의 '7호실'은 웃픈 영화다. 코메디의 형식을 띄었으나 매우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두식(신하균분)과 태정(도경수분)은 우리 시대의 매우 평범한 소시민이다. 그러나 그런 그들이 처한 현실은 소시민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엄혹하다. 그들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기에 이 영화는 더 서글프게 느껴진다.이 영화는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안 될 수밖에 없는 판에서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의 등골을 뽑고 다시 내던지는 한국사회의 야만성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곳이 바로 두식의 DVD방이다. 두식은 권리금을 1억이나 내고 이 DVD방을 인수하지만 장사가 안 돼 결국 이것을 접으려 한다. 그러나 이것마저 쉽지 않다. 그의 DVD방을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