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스토리 리뷰 (41)
김작가의 i.love.Story
여행은 하나의 과정이다. 낯선 곳에서의 순간순간을 즐기는 것이 여행이라면 목적지에 도달했다는 것은 어쩌면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야기도 마찬가지 아닐까?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이다. 영화 '마이웨이'가 풀어놓은 이야기는 분명 최종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 과정은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다. '마이웨이'는 강제규 감독의 컴백작이다. 그것도 무려 280억 원이라는, 한국 영화로서는 최고 수준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나는 개인적으로 국내 감독 중 헐리웃적인 흥행코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감독이 강제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공백이 길어 감이 떨어진 탓일까? 영화 '마이웨이'에서 그의 감각은 돋보이지 않았다. 리얼리티와 완성도가 뛰어난 영상 만큼은..
영화 완득이는 재밌다. 그러나 가슴에 남는 것이 별로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다문화 가정'이라는 꽤 사회성 짙은 소재를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무겁지 않다. 그 부분이 아쉽다. 아무리 진지한 소재라도 너무 신파성으로 눈물을 쥐어짜면 거부감을 보이는 요즘 세대들의 취향을 감안해도 너무 쿨하셨다. 이 정도의 소재에, 이 정도의 캐스팅이라면 뭔가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감동을 남겼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 하더라도 영화를 보고난 느낌은 산뜻하다. 이 영화의 흥행은 이 '산뜻함'에 기인한 것이 아닐까?나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메인으로 사용되는 포스터(눈을 부라리고 있는 김윤석과 온 얼굴에 짜증과 비탄이 묻어나는 유아인의 얼굴이 있는 포스터) 보다는 이 포스터가 좋다. 사람 냄새가 물씬 나기 때문이다. 이것은..
라이온킹은 1994년 개봉한, 꽤나 오래된 애니메이션이다. 90년대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전성기의 정점을 찍었던 작품이었다. 그 '라이온킹'이 3D로 컨버전되서 다시 개봉했다. 17년이나 된 작품인데 지금 봐도 애니메이션 캐릭터나 스토리의 완성도를 보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사실 이 작품을 다시 보게 된 건 올해로 7살이 되는 내 딸 때문이었다. 난 딸이 라이온킹을 보고 굉장히 재미있어 할 줄 알았는데 내 딸은 이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하이에나 3마리를 무서워했다. 딸이 옆자리에서 울고 있길래 난 감동 받아서 우는 줄 알고 왜 우냐고 묻자 딸은 하이에나와 사자가 싸우는 장면이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_-;;;;; 난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의 흥행성공은 탁월한 애니메이션 제작능력이나 음악적으로 완성도가..
저자 : 김영하 출판사 : 문학동네 '살인자의 기억법'은 최근에 영화로도 제작되어 개봉된 작품이다. 영화도 재미있지만 난 이 작품은 소설로 읽어보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 그래야 이 작품과 작가 김영하의 본령을 제대로 맛볼 수 있을 것이므로.. 이 작품은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서술된다. 외부와 단절된, 혼자만의 특별한 즐거움을 누리는데 젊음을 다 보낸 한 연쇄살인범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이 펼쳐진다. 그래서 사람을 죽이는 끔찍한 일이 너무나 담담하고 자연스럽게 묘사된다. 그로테스크한 연쇄살인범의 삶과 일상이 평범한 사람의 그것처럼 나열되기만 했다면 이 작품의 가치는 반감됐을 것이다. 그런데 작가는 여기에 유머를 섞는다. 이런 식이다. 주인공인 김병수가 은희에게 박주태를 만나지 말라고 설득하는 장면이다. ..
영화의 흥행요소 중 '시의성'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영화가 제작되고 상영되는 시대상을 잘 반영했을 때 관객으로부터 폭발적인 공감을 얻어내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1998년에 개봉했던 '여고괴담'이 좋은 예이다. 경쟁이라는 미명 하에 우정조차 존재할 수 없었던 공간이 학교라는 설정은 당시 실제로 그런 교육환경을 겪으며 자란 대부분의 관객들에게 가히 폭발적인 공감을 얻어냈다. 영화 '도가니'도 약자에게 함부로 하는 비열한 사회를 고발했다.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공감을 얻어낸 것도 관객들이 경험했던 사회 현실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 영화가 한국 사회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느낀 것이다. 사랑과 용서를 모토로 하는 기독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장애아학교에서 벌어진 이 기가 막힌 사건들은 학교..
감독 : 토마스 알프레드슨 주연 : 게리 올드만, 톰 하디, 콜린 퍼스, 마크 스트롱 각본 : 브리젯 오코너, 피터 스트로갠 사회 초년병 시절, 첫직장에 출근했을 때, 그때 처음 보았던 사무실의 낯선 풍경은 내게 무척이나 불편하게 느껴졌었다. 친절하게 사내 분위기에 대해 안내나 충고를 해주는 사람도 없고 이 사람 저 사람 눈치를 보고 분위기를 민감하게 캐치해서 행동해야 했던 삭막한 상황... 거기에다가 선배들의 건조하고 사무적인 말투를 처음 접했을 때의 그 거북함과 긴장감을 기억하는가? 그 낯선 감정들을 떨쳐버리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었다. 그 분위기에 적응하고 나름 방향감과 주관을 가지고 직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응할 수 있게 되는 그 순간 한 사람의 사회인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 것은 성..
저자 : 정유정 출판사 : 은행나무 작가 정유정은 이 작품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 소설은 '그러나'에 관한 이야기다.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파멸의 질주를 멈출 수 없었던 한 사내의 이야기이자 누구에게나 있는 자기만의 지옥에 관한 이야기며 물러설 곳 없는 벼랑 끝에서 자신의 생을 걸어 지켜낸 '무엇'에 관한 이야기기도 하다.' 우리가 사는 현실은 부조리함으로 가득차 있다. 이 정도의 사람이면 그래도 집 한 채는 가지고, 단란한 가정을 이루며 행복하게 살아야 할 것 같은데 날마다 척박한 현실에 부대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생각일 뿐이다. 냉혹한 현실은 종종 우리를 반전의 상황으로 몰아간다. 작가가 말하는 '그러나'의 상황이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인 ..
인간을 위험으로부터 지켜주는 것은 무엇일까? 영화 '라스트 캐슬은 이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이 질문에 대해 답을 하려 하는 영화다. 인류는 예로부터 언제 있을 지 모르는 적의 기습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성(城)'이라는 것을 쌓았다. 인류에게 '성(城)'은 안전을 의미했다. 그러나 영화 '라스트 캐슬'의 '성(城)'은 아이러니칼하게도 억압의 공간이다. 이 성은 사람을 보호하는 성이 아니다. 이 성에서는 사람을 가두고 학대하는 일이 벌어진다. 영화 '라스트 캐슬'은 이러한 성에 갇힌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영화에는 세 개의 성이 나온다. 첫번째 성은 이 영화의 배경인 트루먼 교도소다. 두번째 성은 윈터 소장이 역사의식을 고취할 목적으로 죄수들을 동원하여 복원한 성이다. 마지막 세번째 성은 윈터소장의 마음 속..
이 영화의 메인 포스터 비주얼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완벽주의자의 얼굴에 금이 가 있다. 이 영화의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감독 : 대런 아로노프스키 주연 : 나탈리 포트만, 뱅상 카셀, 밀라 쿠니스 각본 : 마크 헤이먼 영화 '블랙 스완'은 완벽주의에 관한 영화다. 완벽한 무대를 만들었지만 결국 그 대가로 자신의 목숨을 잃어야만 했던 한 발레리나의 이야기다. 완벽주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완벽주의는 좋은 자극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 일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중요한 것은 완벽을 추구하되 완벽해지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순도 100%의 완벽함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이 사실을 망각하고 완벽해지려고 할 때 불행이 찾아온다. 이것은 삶의 원리다. 영화 ..
영화 '밀리언달러 베이비'는 내게 캐릭터 구축이라는 것이 뭔지 가르쳐준 영화였다. 이 영화를 본 후부터 난 캐릭터라는 것에 대해 강박적으로 천착하게 되었다. 시나리오를 쓴다는 건 발상 이후엔 캐릭터 설정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영화를 볼 때도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가 캐릭터를 어떻게 설정했나를 유심히 보게 되는데 '밀리언달러 베이비'는 내게 캐릭터 설정에 대한 숙련된 교관의 시범이자 교과서였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매기(힐러리스웽크분)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연 두 사람이 나온다. 바로 프랭키(클린트이스트우드분)와 스크랩(모건프리맨분)이다. 난 이 영화를 보면서 이 두사람의 캐릭터 설정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알뜰하며 꼼꼼한 성격의 프랭키... 까칠하기로는 둘째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