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스토리 리뷰 (41)
김작가의 i.love.Story
누군가 날 가지고 노는 듯 한 느낌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크게 잘못한 것도 없고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하는 일마다 꼬이고 마치 뭔가가 따라다니며 내 일을 방해하는 듯 한 느낌을 가져본 일이 없는가 말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얄궃은 인생의 쓴맛을 제대로 본 것이다. 인생이 짖궂은 장난을 걸어올 때가 있다. 나의 약한 고리를 파고들어 정말 중요한 순간에 제대로 초를 치는 것이다. 일생일대의 순간에 만나서는 안 될 인간과 맞닥뜨린다. 이제 돈 좀 벌어보려 했더니 다리가 부러진다. 어쩌다 만난 이상형의 여자와 말 좀 터보려 하는데 배 속에서 급한 신호가 오기 시작한다. 이런 경우를 두고 불가항력이라 하던가? 일이 꼬이려면 그렇게 꼬인다. 인생은 간혹 그런 변태적인 모습을 보인다. 사람을 곤란한 지경에 몰아넣고는..
비굴함이 깃든 낮은 목소리가 들려온다.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말투다.이걸 어디서 들었더라..아하.. 이제야 기억이 난다.그 옛날 가끔씩 찾아오는 학부모들에게 촌지를 받으면서도 아이들 앞에서 몽둥이를 들고 훈계를 일삼던 바로 그 목소리다. 작가 임현의 단편소설 '고두'는 이런 목소리로 시작된다. '오랫동안 전파상을 운영했던 내 아버지는 다리를 절었단다.' 도덕적인 우월함이 은근히 밑바닥에 깔린 친절한 화자의 말투.. 처음에 난 이 말투가 거슬렸다. 왜 이런 톤으로 가는걸까?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계속 읽었다. 화자는 전형적인 꼰대인 자기 아버지가 싫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자신은 그런 삶을 살지 않겠노라 결심을 했노라는 제법 비장한 고백도 한다. 그랬던 동네 전파상집 아들은 세월이 흘러 윤리 선생이 된다...
얼마 전 부산에서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이 있었다. 그것은 매우 끔찍하고도 비열한 사건이었다. 이제 겨우 사춘기에 접어든 10대 소녀들이 저지른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들의 폭력성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인간의 타고난 잔인함일까? 아니면 이 사회가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일까? 어느 쪽이든 그런 폭력이 일상 속에 깊숙히 파고 들어와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공포를 느낀다. 어린 소녀들이 저지른 폭력은 우리와 매우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약자를 다룬 방식은 너무나도 야만적이고 잔인했다. 이 사건은 일상 속 폭력의 위험성을 뼈저리게 일깨우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곧 이 사건을 잊을 것이다. 영화 '그것(It)'의 무대인 데리라는 미국의 소도시도 그런 일상 속..
끌리는 사람 vs 잘 맞는 사람 몹시도 끌리는 사람과 나와 잘 맞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누구와 결혼해야 하는가? 당연히 결혼 상대로는 나와 잘 맞는 사람이 좋다.그러나 이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눈 앞에 끌리는 사람을 놔두고 잘 맞는 사람과 결혼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할 때 이성적일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감정적인 존재다. 인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감정에 따라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약간의 허영심이 더해지면 남의 시선까지 의식하게 된다.그럴 때 나와 맞는 사람을 선택할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즉흥적이고 제멋대로인 해리(빌리 크리스탈분)와 까다롭고 고지식한 샐리(메..
사랑은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이프온리(If only)'는 꽤나 잘 만들어진 로맨스 영화다.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감각적인 사건 구성과 탄탄한 스토리로 개봉 당시에도 상당한 흥행 성공을 거두었다. 이 영화에는 너무 보기좋은 커플이 나온다. 바로 사만다(제니퍼 러브 휴잇분)와 이안(폴 니콜스분) 커플이다. 사만다는 예민하고 여린 감성의 소유자다. 그녀는 이안을 사랑한다. 이안 역시 그녀를 사랑한다. 이쯤 되면 도대체 뭐가 문제냐고 하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만약 그런 분이 계시다면 그 분은 사랑을 해본 적이 없는 분임에 틀림 없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랑에 빠지면 상대방의 말 한 마디, 사소한 행동 하나도 큰 의미로 다가온다. 사랑..
기욤 뮈소 저 밝은세상 누구나 되돌이키고 싶은 과거가 있지 않을까? 가슴 속 깊이 숨겨둔 과거의 회한들... 가끔씩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약간의 여유를 찾았을 때 문득 떠오르는 순간이 있게 마련이다. 후회할 짓은 하지도 말았어야 했는데 무슨 연유에선지 기어이 그 일을 저질렀고 그 일은 두고두고 아픈 기억이 되어 가슴 속에 남아 있는 것이다. 만약 타임리프 주식회사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누구에게나 거액의 돈만 지불하면 단 한 번만이라도 과거 원하는 시점에 다녀올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을 가진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는 가슴 속 회한을 안고 찾아오는 사람들로 성업을 이룰 것이다. 그리고 곧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은 엉망진창이 되겠지만 말이다. 기욤 뮈소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이..
맨발의 소녀가 눈밭을 내달린다. 영하 20도의 강추위 속에서 냉기를 들이마신 그녀의 폐는 파열되고 가슴 속에서 올라온 혈액이 기도를 막으면서 소녀는 죽는다. 죽을 당시 그녀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사냥감일 뿐이었다. 미국 와이오밍주의 눈 덮인 오지 윈드리버는 인디언 보호구역이다. 이곳에서 인디언의 후손인 소녀가 사냥감이 되어 쫓기다가 죽었다. 동물의 사냥은 생존을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사냥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생존을 위한 것일까?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더구나 사냥감이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필경 추악한 탐욕의 발로일 것이다. 야생동물 헌터인 코리(제레미 레너분)는 그녀를 발견하고 3년 전 '그 일'을 떠올린다. '그 일'은 그에게 지독한 트라우마였다. 그는 인디언의 딸 나탈리..
만남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그것은 만남으로 이루어진 관계의 끝을 봐야 알 수 있다. 만남이 축복이 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만남은 비극이 되기도 하고 해피엔딩이 되기도 한다. 이것은 사람의 영역이 아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끊임없이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그 관계가 해피엔딩이 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는 것 뿐이다. 그러나 이것마저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만남에 무책임했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 스스로에게... 이것은 끝없는 자책의 구렁텅이로 우리를 몰아넣을 것이다. 루이스 뱅크스(에이비 아담스분)는 언어학자다.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딸이 있었다. 그녀는 딸을 너무나도 사랑했지만 딸은 그녀의 이혼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다. 왜 아버지가 자신을 떠나야 했는지...
대화의 물꼬를 터라 '아내가 결혼했다' 역시 꽤나 오래된 영화다. 이 영화는 완성도는 높지만 결혼에 대한 사회적 통념에 너무 전향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바람에 흥행에서는 그렇게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이 영화에서는 중요한 연애의 기술이 하나 시전되는데 그것이 바로 '대화의 물꼬 트기'다. 누구나 몇 번쯤은 소개팅이라는 것을 한다. 좀 더 나이가 들면 맞선이라는 걸 보게 되는데 이것이 참 쉽지 않다. 처음 만난 남녀가 뭐가 그렇게 할 말이 있겠는가? 날씨가 좋다느니 오늘 멋있게 입고 오셨다느니 입에 발린 칭찬 몇 마디를 하고 나면 할 말이 없다. 그리고 이어지는 뻘줌하고 어색한 침묵... 이 침묵이 길어지면 질수록 그날의 만남은 파장을 향해 치닫게 된다. 상대방이 마음..
조남주 저 민음사 '82년생 김지영'은 평범하다.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80년대생 여성이다. 그러나 그 평범함이 슬픔의 이유가 된다. 이런 삶이 우리시대 여성들의 전형적인 삶이라니...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을 보는 듯 했다. 조남주 작가도 이렇게 말한다. "자꾸만 김지영씨가 진짜 어디선가 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의 여자 친구들, 선후배들, 그리고 저의 모습과도 많이 닮았기 때문일 겁니다. 사실 쓰는 내내 김지영씨가 너무 답답하고 안쓰러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자랐고, 그렇게 살았고, 달리 방법이 없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82년생 김지영'이 슬픈 것은 그 리얼리티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