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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i.love.Story
나도 모르는 멍 때리기..요즘 내가 종종 보이는 증상이다.이것은 소모된 육체와 정신이 보이는 정상적인 반응이지만 난 이럴 때마다 죄책감을 느끼곤 했다.내가 사회초년병이었던 시절.. 상사들은 내가 이런 증상을 보일 때마다 이렇게 말하곤 했다."요즘 나사가 좀 풀린 것 같애.."도덕적 자격지심을 심어주는 게 없던 힘까지 쥐어짜게 되는 심리적 기제가 된다는 걸 그들은 어떻게 알았을까?그때 난 노동자가 아닌 근로자가 되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난 나 스스로를 나태한 자로 규정해야 했다. 인간으로서 쉴 권리를 당연히 누릴 수 있었지만 남은 힘을 닥닥 긁어모아 일을 하기 위해서..이제야 헌법에 '근로자'라는 말 대신 '노동자'라는 말이 들어갈 모양이다. 세상이 변해가고 있다. 아직은 피부로 느껴지지는 않지만 말이..
옛날에 꼰대 한 분과 식사겸 술자리를 한 적이 있다. 취기가 약간 오르자 이 분은 까마득한 후배들에게 뭔가 가르침을 줘야 한다는 강박을 느꼈는지 자신의 엉성한 세계관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 분은 말했다. "세상은 말이지.. 거대한 먹이사슬이야." 얘기인즉 세상은 약육강식의 원리가 지배하는 정글이니 강자가 되려 노력하지 않으면 남에게 잡아먹히는 수모를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은근히 자신이 포식자의 위치에 있다는 자부심을 내비쳤다. 자신의 입으로 자신이 포식자의 위치에 있다는 얘기는 차마 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쓴웃음이 절로 났지만 비즈니스상 중요 인물이어서 참고 그의 말을 들어줘야 했다. 나이 든 꼰대가 술 먹고 한 헛소리려니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 것은 우리나라 보수세력의 세계관이다..
어떤 사람이 열심히 일을 했다고 주장한다.이 사람은 지각도 안 하고 자리를 비우는 일도 별로 없으며 하루가 멀다 하고 야근을 한다. 누가 봐도 열심히 일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람은 회사가 진정 필요로 하는 사람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이런 사람이 업무적으로 탁월한 경우는 드물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인사고과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는 경우가 많다. 아직까지 인사고과의 중요한 기준은 근태와 성실성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가지고 시비를 걸긴 어렵다. 더구나 이 기준은 권위주의적인 의식구조를 가지고 있는 기성세대가 중시하는 것이다. 이들은 정량적이고 수치화 할 수 있는 것을 선호한다. 눈에 보이는 수치는 사내 정치에서 우월한 입지를 점할 수 있게 해준다. 확..
정치 컨설턴트 박성민씨는 연초 경향신문에 '한국의 주인이 바뀌고 있다'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그는 그 동안 한국의 주인 행세를 했던 보수가 급격하게 붕괴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이들이 더 이상 주류의 위치를 지키지 못할 것이라 예측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지난 60년간 보수우위 시대를 지탱해온 보수의 히말라야인 일곱 개 기반이 모두 흔들리고 있다. 지식인, 보수 언론, 문화, 재벌, 권력기관, 기독교, 보수 정당의 물적 토대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담론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보수 지식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젊은이들에게 영향력이 있는 문화계 인사들은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실을 자랑스러워하며 광장에서 보수 권력을 조롱한다. 숫자가 너무 많아 (보수 정권은) 리스트..
영화 '타짜'를 보면 세 종류의 인간이 나온다. 바로 꾼과 호구, 그리고 설계자(판을 까는 자)이다. 이들은 도박판을 완성하는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존재들이다. 먼저 판을 까는 자가 도박판을 설계한다. 이 사람은 누구를 호구로 삼을 것이며 어떤 꾼을 배우로 쓸 것인지 결정한다. 그리고 호구를 털어먹은 뒤 수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도 꾼과 미리 얘기를 끝내놓는다. 이렇게 사전 작업이 끝나면 드디어 판이 깔린다. 꾼과 호구, 그리고 설계자가 판에 모여든다. 그들은 판돈을 내고 패를 돌린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들 중 오직 호구만이 이 판이 어떤 판인지 모른다는 점이다. 이 판의 결론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사실도 호구는 알지 못한다. 인생에는 여러가지 판이 있다. 우리는 '판'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 정..
우리말에는 정말이지 잔인한 욕 두 가지가 있다.바로 '호로자식'과 '화냥년'이라는 욕이다. 네이버 사전에 찾아보니 호로자식은 '애비 없는 자식'을 뜻한다. 애비가 없어 버릇 없이 큰 자식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우선 아버지의 부재가 어떻게 욕설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버지가 무슨 도덕과 예의를 보장하는 존재인가? 아버지도 아버지 나름이다. 게다가 이 말에는 아버지 없는 가정을 '비정상'으로 보는 시각이 깔려있다. 왜 어머니 없는 가정은 놔두고 아버지 없는 가정만 비정상으로 보는가? 정작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는 사람은 어머니 아니던가? 대부분의 가정에서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자녀의 성장과정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치는 존재다. 조선시대라고 달랐을까? 유교사회인 조선에서 아버..
'TV 동물농장'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아이들과 자주 보는데 유기견들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버림 받은 강아지나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짠하다. 특히 자신을 버리고간 주인을, 그것도 버림 당한 바로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강아지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강아지도 불쌍하지만 버리고 간 주인의 인간성에 아연실색하게 된다. 구글링을 해보니 한 해 평균 6만 마리의 개들이 버려진다고 한다. 그것도 유기동물보호소나 보호센터에서만 잡힌 숫자라고 하니 실제로는 10만 마리가 훌쩍 넘을 거라는 것이다. 대부분 병들었거나 다쳐서 키우기가 힘들어진 경우 아니면 나이가 많은 노견이라고 한다. 언론에서는 무분별한 입양과 견주들의 무책임함에 대해 성토하지만 나는 좀 생각이 다르다. 문명과 야만의 차..
X세대에 속하는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가정과 학교에서 종종 체벌을 당하곤 했다. 개중에는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것도 있다. 나는 특히(누구나 그랬겠지만) 뺨을 때리거나 머리통을 가격 당하는 걸 무척이나 싫어했었다. 뭔가 잘못을 했다면 일단 설명을 해줘야 하는데 내가 어렸을 적 어른들 중에는 그런 사람이 없었다. 게다가 그들의 손찌검이나 매질에는 감정이 실려 있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성장하면서 어느 순간 '사랑의 매'라는 말은 허울 좋은 이름일 뿐이고 실제로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나 내가 한 일에 기분이 상한 어른들이 날 상대로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 영화 '여고괴담'에는 '미친 개'라 불리는 선생이 나온다. 이 '미친 개'는 무시로 학교 안을 쏘다니며 아이들을 때린다...
그랬던 적이 있었다. 상처 받고 힘들어 거리로 나왔는데 사람들의 모습은 너무 밝아보였다. 그들은 삼삼오오 떼를 지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걸어갔다. 밝게 웃으며 내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상처나 고통 따위와는 관계가 없는 이상향의 존재처럼 보였다. 순간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저 사람들은 저렇게 잘 살고 있는데 왜 나만 이 모양일까? 힘든 마음을 달래고자 밖으로 나왔는데 누가 소금이라도 뿌린 듯 가슴이 아려왔다. 가뜩이나 어두운 마음에 소외의 고통까지 더해진 것이다. 이것이 혼자만의 오해라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난 그때 난생 처음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성장의 길과 퇴장의 길이 불과 한 끗 차이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됐..
올해 10월 30일이었다. 참 아까운 배우 한 사람이 유명을 달리 했다. 故김주혁...그의 이름 석자 앞에 '故'를 붙여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故김주혁은 내가 참 좋아하는 배우였다.그는 항상 담담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난 그가 출연한 영화를 여러 편 봤지만 단 한 번도 그가 뭘 꾸며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그의 연기에는 화려하진 않지만 땅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린 나무의 견고함 같은 것이 있었다.부친으로부터 2대에 걸쳐 이어진 연기 인생의 관록 때문이었을까?아니다. '똥길로는 걷지 말자'던 그의 우직함과 고집 때문이었을게다. 난 개인적으로 배우를 할 사람의 얼굴은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논리적이고 과학적인 기준은 제시 못한다.그런 것으로 설명할 수 있는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