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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i.love.Story
비굴함이 깃든 낮은 목소리가 들려온다.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말투다.이걸 어디서 들었더라..아하.. 이제야 기억이 난다.그 옛날 가끔씩 찾아오는 학부모들에게 촌지를 받으면서도 아이들 앞에서 몽둥이를 들고 훈계를 일삼던 바로 그 목소리다. 작가 임현의 단편소설 '고두'는 이런 목소리로 시작된다. '오랫동안 전파상을 운영했던 내 아버지는 다리를 절었단다.' 도덕적인 우월함이 은근히 밑바닥에 깔린 친절한 화자의 말투.. 처음에 난 이 말투가 거슬렸다. 왜 이런 톤으로 가는걸까?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계속 읽었다. 화자는 전형적인 꼰대인 자기 아버지가 싫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자신은 그런 삶을 살지 않겠노라 결심을 했노라는 제법 비장한 고백도 한다. 그랬던 동네 전파상집 아들은 세월이 흘러 윤리 선생이 된다...
플롯이란 무엇일까?플롯(plot)의 사전적 의미는 줄거리다. 사람들은 대개 이렇게 알고 있다. 그렇다면 줄거리란 무엇인가? 네이버 사전을 찾아보니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1. 잎이 다 떨어진 나뭇가지2. 사물의 군더더기를 다 떼어 버린 나머지의골자.3. 잎자루, 잎줄기, 잎맥을 통틀어 이르는 말. 우리는 보통 이야기에서의 줄거리란 말의 의미를 2로 알고 있다. 이것은 그냥 사전적인 어휘의 수준이다. 이렇게 플롯이란 말의 의미를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다보니 생긴 오해가 '플롯은 이야기의 뼈대'라는 말이다.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가지 플롯을 저술한 토비아스도 이렇게 지적한다. 플롯을 뼈대에 비유하는 설명은 플롯의 본질과 역할을 왜곡할 소지를 만들고 플롯을 정체된 사물처럼 받아들이게 하기 때문에 오해의..
얼마 전 부산에서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이 있었다. 그것은 매우 끔찍하고도 비열한 사건이었다. 이제 겨우 사춘기에 접어든 10대 소녀들이 저지른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들의 폭력성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인간의 타고난 잔인함일까? 아니면 이 사회가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일까? 어느 쪽이든 그런 폭력이 일상 속에 깊숙히 파고 들어와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공포를 느낀다. 어린 소녀들이 저지른 폭력은 우리와 매우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약자를 다룬 방식은 너무나도 야만적이고 잔인했다. 이 사건은 일상 속 폭력의 위험성을 뼈저리게 일깨우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곧 이 사건을 잊을 것이다. 영화 '그것(It)'의 무대인 데리라는 미국의 소도시도 그런 일상 속..
올해 10월 30일이었다. 참 아까운 배우 한 사람이 유명을 달리 했다. 故김주혁...그의 이름 석자 앞에 '故'를 붙여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故김주혁은 내가 참 좋아하는 배우였다.그는 항상 담담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난 그가 출연한 영화를 여러 편 봤지만 단 한 번도 그가 뭘 꾸며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그의 연기에는 화려하진 않지만 땅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린 나무의 견고함 같은 것이 있었다.부친으로부터 2대에 걸쳐 이어진 연기 인생의 관록 때문이었을까?아니다. '똥길로는 걷지 말자'던 그의 우직함과 고집 때문이었을게다. 난 개인적으로 배우를 할 사람의 얼굴은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논리적이고 과학적인 기준은 제시 못한다.그런 것으로 설명할 수 있는 영..
시나리오를 쓰던, 드라마를 쓰던 극작가가 되려면 작법을 알아야 한다. 아이디어와 영감이 샘솟 듯 나온다 하더라도 작법을 모르면 훌륭한 작품을 쓸 수 없다. 그러나 작가를 양성하는 학원이나 교육원에 가도 작법에 대해서는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는다. 대개 개론 수준에서 끝나거나 책 한 두 권 읽어보라고 하는 것이 고작이다. 수강료에 비해 그 강의 수준도 생각보다 높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작법은 독학하는 것이 낫다. 그렇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입문서로는 심산의 '한국형 시나리오 쓰기'가 가장 좋다.일단 쉽다. 술술 잘 넘어가는 책이다.입문서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무엇인가? 쉬워야 한다. 그리고 꼭 알아야 기본적인 부분이 알차게 들어가 있어야 한다.그런 점에서 '한국형 시나리오 쓰기'는 입문..
끌리는 사람 vs 잘 맞는 사람 몹시도 끌리는 사람과 나와 잘 맞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누구와 결혼해야 하는가? 당연히 결혼 상대로는 나와 잘 맞는 사람이 좋다.그러나 이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눈 앞에 끌리는 사람을 놔두고 잘 맞는 사람과 결혼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할 때 이성적일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감정적인 존재다. 인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감정에 따라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약간의 허영심이 더해지면 남의 시선까지 의식하게 된다.그럴 때 나와 맞는 사람을 선택할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즉흥적이고 제멋대로인 해리(빌리 크리스탈분)와 까다롭고 고지식한 샐리(메..
로널드 B. 토비아스 저 풀빛초보작가 지망생들이 잘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 바로 끝을 정하지 않고 시놉시스나 시나리오, 대본을 쓰기 시작하는 것이다.그들은 뭔가 근사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노트북을 켜고 기세좋게 써내려가기 시작한다.처음에는 뭔가 그럴싸한 결과물이 나올 것 같다.혼자만의 찬사도 연발한다. 잠시나마 머지않아 유명 작가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야무진 꿈을 꾸어 보기도 한다.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는 곧 길을 잃는다. 이야기는 중반을 지나면서 힘을 잃기 시작하여 마침내 클라이막스에 도달하기도 전에 미궁에 빠진다.그들은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머리 속에서 떠오르는대로 써나가는 것은 창작의 일부는 될 수 있을지언정 온전한 창작이 될 수 없다.창작은 치밀한 사유와 기획의 과정을 필요..
언제부턴가 요리를 하는데 취미를 붙였다. 매주 '집밥 백선생'을 챙겨보며 주말마다 요리를 해서 아이들을 먹였다. 나는 요리를 비교적 쉽게 배운다. 학원을 다닌 적도 없다. 손맛 좋은 어머니의 유전자가 내게로 온 모양이다. 그러나 내가 요리를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 다양한 재료로 맛을 내는 과정이 즐겁기 때문이다. 행복한 삶을 사는데 뭔가 대단한 것이 필요한 줄 알았던 때가 있었다. 왜 그랬을까? 그때 난 마치 뭔가에 씌인 것처럼 심리적으로 쫓기고 있었다. 나는 바보 같이 행복에 조건을 걸었다. 이것만 있으면 행복할텐데... 저것만 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보낸 시간은 후회로 남았다. 수많은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난 나의 현재가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보다 나을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
김봉석, 김종일 저 북바이북 이 책은 호러 장르에 대한 안내서다. 솔직히 호러는 우리나라에서 그리 인기 있는 장르는 아니다. 일부 매니아층을 중심으로 소비되는 콘텐츠다. 그러나 호러 장르에 대한 안내서를 굳이 소개하는 이유는 호러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블루오션 장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도 이렇게 말한다. "한국의 공포물은 여전히 시작단계다. 로맨스와 판타지, 미스터리 등 대부분의 장르는 꽤 풍성한 작가군을 거느리고 있다. 그러나 공포는 정말 한 손으로 꼽을 정도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소설을 판매한 작가가 공포물 중심인 스티븐 킹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상할 정도다. 일본에서도 의 스즈키 코지를 비롯하여 꾸준히 공포물이 나오고 있다. 이상할 정도로 한국만 이렇다 할 공포소설이 없다." 나는 개인..
사랑은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이프온리(If only)'는 꽤나 잘 만들어진 로맨스 영화다.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감각적인 사건 구성과 탄탄한 스토리로 개봉 당시에도 상당한 흥행 성공을 거두었다. 이 영화에는 너무 보기좋은 커플이 나온다. 바로 사만다(제니퍼 러브 휴잇분)와 이안(폴 니콜스분) 커플이다. 사만다는 예민하고 여린 감성의 소유자다. 그녀는 이안을 사랑한다. 이안 역시 그녀를 사랑한다. 이쯤 되면 도대체 뭐가 문제냐고 하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만약 그런 분이 계시다면 그 분은 사랑을 해본 적이 없는 분임에 틀림 없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랑에 빠지면 상대방의 말 한 마디, 사소한 행동 하나도 큰 의미로 다가온다.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