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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i.love.Story
휴일에 느즈막히 눈을 뜬다. 아무 생각 없이 천장을 바라본다. 결혼 12년 만에 맞는 혼자만의 아침이다. 창을 통해 나른한 햇살이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다시 눈을 감는다. 어제 끝내 정리하지 못한 이슈가 마음에 걸린다. 아직 담당자를 설득할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일은 잠시 접어두기로 한다. 다시 잠이 든다. 정오가 되어서야 눈을 뜬다. 슬슬 허기가 느껴진다. 상체를 겨우 일으키고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사방을 둘러본다. 어디선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괜히 기분이 좋아져 혼자 피식 웃어본다. 늘보와 같은 동작으로 일어서 주방으로 간다. 그리고 냉장고 문을 연다. 마땅히 먹을 것이 없어 보인다. 입맛을 한 번 다시고는 냉장고 문을 닫는다. 그러나 실망할 것 없다. 라면이 있기..
기욤 뮈소 저 밝은세상 누구나 되돌이키고 싶은 과거가 있지 않을까? 가슴 속 깊이 숨겨둔 과거의 회한들... 가끔씩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약간의 여유를 찾았을 때 문득 떠오르는 순간이 있게 마련이다. 후회할 짓은 하지도 말았어야 했는데 무슨 연유에선지 기어이 그 일을 저질렀고 그 일은 두고두고 아픈 기억이 되어 가슴 속에 남아 있는 것이다. 만약 타임리프 주식회사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누구에게나 거액의 돈만 지불하면 단 한 번만이라도 과거 원하는 시점에 다녀올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을 가진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는 가슴 속 회한을 안고 찾아오는 사람들로 성업을 이룰 것이다. 그리고 곧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은 엉망진창이 되겠지만 말이다. 기욤 뮈소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이..
맨발의 소녀가 눈밭을 내달린다. 영하 20도의 강추위 속에서 냉기를 들이마신 그녀의 폐는 파열되고 가슴 속에서 올라온 혈액이 기도를 막으면서 소녀는 죽는다. 죽을 당시 그녀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사냥감일 뿐이었다. 미국 와이오밍주의 눈 덮인 오지 윈드리버는 인디언 보호구역이다. 이곳에서 인디언의 후손인 소녀가 사냥감이 되어 쫓기다가 죽었다. 동물의 사냥은 생존을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사냥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생존을 위한 것일까?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더구나 사냥감이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필경 추악한 탐욕의 발로일 것이다. 야생동물 헌터인 코리(제레미 레너분)는 그녀를 발견하고 3년 전 '그 일'을 떠올린다. '그 일'은 그에게 지독한 트라우마였다. 그는 인디언의 딸 나탈리..
같이 스터디를 진행했던 후배들이 종종 나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아는 영화사나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가 소재나 아이디어 하나를 던져주면서 시놉을 써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잘 나오면 제작을 할 것 같이 얘기하면서 말이다. 진행비조로 약간의 용돈도 집어주면서 계속 작업을 시키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후배는 그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엄청난 수정사항 목록을 받았을 것이다. 이러이러한 방향으로 다시 써봐라... 대학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주듯 그 관계자는 작업꺼리를 안겨주고 사라졌다. 후배는 처음에는 이 작업을 매우 열심히 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마음 속에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 쓰고 있는 대본, 혹은 시놉이 과연 실제로 제작에 들어갈 수 있을까? 후배는 관계자를 만나..
늦은 밤 퇴근길 우리나라의 지하철은 사람들로 붐빈다. 지하철을 타면 피로에 찌든 사람들이 깜빡이는 형광등의 조명 아래 기계적으로 스마트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게임을 하는 사람이 제일 많고, 뉴스를 보는 사람, SNS에 열을 올리고 있는 사람도 꽤 된다. 지하철 안에서까지 업무관련 서류를 검토하는 직장인과 강의를 요약한 노트를 펼쳐놓고 공부를 하는 수험생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들의 모습에서 '여유'라는 것은 느껴지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의 풍경이다. 늦은 밤 지하철은 초과근무가 일상화 되어 있는 피로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장소다. 2016년 OECD가 발표한 고용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113시간..
만남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그것은 만남으로 이루어진 관계의 끝을 봐야 알 수 있다. 만남이 축복이 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만남은 비극이 되기도 하고 해피엔딩이 되기도 한다. 이것은 사람의 영역이 아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끊임없이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그 관계가 해피엔딩이 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는 것 뿐이다. 그러나 이것마저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만남에 무책임했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 스스로에게... 이것은 끝없는 자책의 구렁텅이로 우리를 몰아넣을 것이다. 루이스 뱅크스(에이비 아담스분)는 언어학자다.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딸이 있었다. 그녀는 딸을 너무나도 사랑했지만 딸은 그녀의 이혼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다. 왜 아버지가 자신을 떠나야 했는지...
무슨 오기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11월 7일에 애드센스를 신청했어요. 그것도 블로그로요...ㅎ 다들 아시겠지만 스냅북이라는 손쉬운 우회로가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신청 당시 저의 블로그에는 30개 내외의 포스팅이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2주만에 답장을 받긴 했는데 콘텐츠 부족이라더군요. 그때 포스팅이 50개에 육박하던 때였습니다. 솔직히 좀 황당했어요. 그래도 블로그를 시작한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적지 않은 수의 포스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애드센스고시'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어쨋든 곧바로 다시 신청했어요. 그로부터 2주도 더 지난 시점인 12월 7일에 승인메일을 받았습니다. 승인메일을 받고 바로 광고를 달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3일 후 광고가 게재되었다는 메일을 받았..
김남 저 토트 이 책은 드라마 작법 입문서다. 절판이 됐다가 최근 개정판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드라마 작법서중 입문서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저술한 김남 선생은 드라마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환상을 벗겨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신 모양이다. 이 책의 서두는 드라마 작가가 되는 코스, 드라마 작가라는 직업의 현주소, 소득 등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에 할애된다. 드라마 작가는 유난히도 환상이 많은 직업이다. 회당 수천만 원의 고료를 받는 스타작가들이 즐비하니 화려해보이긴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일부의 모습일 뿐이라는 것이 김남 선생의 지적이다. 그 일이 어떤 일인지도 모른채 환상에만 젖어 시작한다면 그것은 시간낭비가 될 가능성이 ..
대화의 물꼬를 터라 '아내가 결혼했다' 역시 꽤나 오래된 영화다. 이 영화는 완성도는 높지만 결혼에 대한 사회적 통념에 너무 전향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바람에 흥행에서는 그렇게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이 영화에서는 중요한 연애의 기술이 하나 시전되는데 그것이 바로 '대화의 물꼬 트기'다. 누구나 몇 번쯤은 소개팅이라는 것을 한다. 좀 더 나이가 들면 맞선이라는 걸 보게 되는데 이것이 참 쉽지 않다. 처음 만난 남녀가 뭐가 그렇게 할 말이 있겠는가? 날씨가 좋다느니 오늘 멋있게 입고 오셨다느니 입에 발린 칭찬 몇 마디를 하고 나면 할 말이 없다. 그리고 이어지는 뻘줌하고 어색한 침묵... 이 침묵이 길어지면 질수록 그날의 만남은 파장을 향해 치닫게 된다. 상대방이 마음..
조남주 저 민음사 '82년생 김지영'은 평범하다.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80년대생 여성이다. 그러나 그 평범함이 슬픔의 이유가 된다. 이런 삶이 우리시대 여성들의 전형적인 삶이라니...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을 보는 듯 했다. 조남주 작가도 이렇게 말한다. "자꾸만 김지영씨가 진짜 어디선가 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의 여자 친구들, 선후배들, 그리고 저의 모습과도 많이 닮았기 때문일 겁니다. 사실 쓰는 내내 김지영씨가 너무 답답하고 안쓰러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자랐고, 그렇게 살았고, 달리 방법이 없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82년생 김지영'이 슬픈 것은 그 리얼리티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