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작가의 i.love.Story
얼마 전 영화 '신과 함께'가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사실 이 영화의 흥행에는 씁쓸한 뒷맛이 남는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천만 관객을 동원한 판타지 장르의 영화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이 영화는 나름 한국형 판타지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그러나 한국형 판타지의 내러티브 기반은 아직도 허약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같은 작품은 서구의 탄탄한 판타지 문학의 전통이 탄생시킨 작품들이다.서구에서는 많은 작가들이 오랜 기간동안 현실과 판타지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다양하고 수준 높은 작품들을 발표해왔다.현실의 소재를 판타지로 재탄생시키기 위해서는 현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어느 정도의 여유를 가진 상태라야 한다.그래야 판타지 고유의 낭만적인 정서가 자연스럽게 ..
"책상을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새파란 청춘 하나를 죽여놓고 그들이 지껄인 헛소리였다.그들도 그때는 몰랐을 것이다. 이 죽음이 가져올 어마어마한 변화를...1987년... 난 그때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노태우가 대통령 직선제를 수용하겠다는 이른바 '6.29선언'이라는 것을 했다.그리고 그해 대통령 선거가 치뤄졌다.대통령 선거를 한다고 해서 잔뜩 기대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이번에야말로 야당으로 정권을 교체할 절호의 기회라고 했다.그러나 정권은 바뀌지 않았다.사람들은 적잖이 실망스러워했지만 그때부터 5년마다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치러졌다.이후 대통령 선거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 일정이 됐다. 정치 컨설턴트인 박성민씨는 그의 저서인 '정치의 몰락'에서 이렇게 말했다."1987년..
저자 윤성근 큐리어스 꼭 그런 느낌이었다.빛바랜 흑백 사진들이 빼곡히 꽂혀있는 앨범을 보는 듯 한..윤성근의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는 잊고 지냈던 옛기억들을 호출하는 책이었다. 오래 전 우리는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할 때 책의 첫장 속지에 짤막한 글을 써서 주곤 했다.그곳은 순간순간 떠오르는 단상들을 적어놓는 공간이기도 했다.이상하게 우리는 거기에 글을 쓸 때면 세상 누구보다 진실한 사람들이었다.마치 성역에 들어선 종교인처럼.. 이런 글들이 기나긴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발견된다면 어떨까?오랫동안 공기 중 습기를 품었다 내뿜기를 반복한 종이는 빛이 바래고 사람들의 손을 탄 표지는 때가 묻고 너덜너덜해진다.이사를 하다가 또는 대청소를 하다가 이 글들은 종잇장 속에 숨겨진 채 헌책방의 한 구석에 쌓이게..
※ 제가 인용한 기사, '웹소설 및 장르문학에 대한 인문학적/비평적 접근'이라는 주제로 열린 집담회 관련 기사에서 발표를 하신 이융희 작가께서 직접 코멘트를 해오셨네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이융희 작가님 자신이 12년차 장르문학 작가로 본격문학이 장르문학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구요.2. 저도 인용한 '웹소설 작품들은 스토리, 서사, 플롯의 구조들이 대부분 비슷하며, 몇 가지 코드를 조합함으로도 수만 가지 소설이 나온다.'는 내용은 장르문학의 작가로서 현재 장르문학의 한계점을 지적하신 것이라고 합니다. 포스팅을 읽으시기 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18년 1월 8일자 뉴스페이퍼지에는 '본격문학 작가들이 웹소설을 쓸 수 없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그랬던 적이 있었다. 상처 받고 힘들어 거리로 나왔는데 사람들의 모습은 너무 밝아보였다. 그들은 삼삼오오 떼를 지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걸어갔다. 밝게 웃으며 내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상처나 고통 따위와는 관계가 없는 이상향의 존재처럼 보였다. 순간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저 사람들은 저렇게 잘 살고 있는데 왜 나만 이 모양일까? 힘든 마음을 달래고자 밖으로 나왔는데 누가 소금이라도 뿌린 듯 가슴이 아려왔다. 가뜩이나 어두운 마음에 소외의 고통까지 더해진 것이다. 이것이 혼자만의 오해라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난 그때 난생 처음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성장의 길과 퇴장의 길이 불과 한 끗 차이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됐..
2017년 문학계에서 가장 핫했던 작품은 역시 '82년생 김지영'이다. 출간된 지 14개월만에 50만부가 판매됐다고 하니 대단한 실적이다.이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엇갈린다.대중들은 대체로 이 작품에 대해 공감을 하는 듯 하다.'이 이야기가 내 이야기인 줄 알았다'고 말하는 여성들이 많았다고 하니 이 작품이 시의성 측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보인다.그러나 문학평론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는 듯 하다. 문학평론가인 조강석씨는 다음과 같이 평했다. "정치적으로는 올바른 책이지만 미학적으로는 부족한 작품 아닌가" 스토리텔링 측면에서는 크게 평가해줄 만 한 부분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그 시점이나 플롯의 측면에서 보면 혼란스러운 시점에 플롯도 그다지 짜임새가 있지는 않다.그러나 이 작품에 대중들..
일하면서 글을 쓴다는 것은 어찌보면 무리한 결정이다. 하루의 대부분을 일하는데 보내고 남은 시간에 글을 쓴다? 어려운 일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을 했다면 쉬면서 재충전을 하거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글쟁이의 DNA를 타고난 사람들은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글로 뭔가를 만들어내야만 하는 이 족속들에게는 사실 시간과 여유가 필요하다. 조용한 곳에서 독서를 하고 사유의 기쁨을 만끽하며 글을 쓸 수 있다면 이들은 정말이지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뿐이고 현실은 진창이다. 아침이면 피곤한 몸을 억지로 일으켜 근무지로 가는 지하철이나 버스에 몸을 실어야 하는 게 우리의 현실 아닌가? 이제 꿈에서 깨어나 현실을 헤쳐나갈 방법을 모색해보자. 직장에 ..
영화 '신과 함께'가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한다.필자도 이 영화를 봤다.이 영화는 분명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대중성을 가지고 있다.화려한 CG와 보편적인 정서인 가족애로 관객에게 다가간 것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젊은 층이 선호하는 판타지 장르라는 것도 어느 정도 흥행에 도움을 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천만 관객은 순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과연 이 영화가 대기업이 투자한 영화가 아니었더라도 영화 자체의 흡인력만으로 천만 관객을 불러들일 수 있었을까? 난 이 영화를 봤지만 솔직히 그 정도의 강렬함은 느끼지 못했다. 스토리도 철저하게 상업적으로 짜맞춰진 느낌이었다. '왕의 남자'처럼 기나긴 감동의 여운을 남기지도 못했고 '괴물'처럼 가슴이 서늘해지는 메시지를 전한 것도 ..
간혹 작가 커뮤니티에 가보면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고민상담이 있다. 대부분 하소연에 가까운 것들인데 직장에 다니면서 글을 쓰는 작가 지망생들이 어려움을 토로한 내용이다. 읽어보면 십분 공감이 간다. 직장에 다니는 것만 해도 만만치 않은 일인데 거기에 창작이라니.. 이들의 하소연은 결코 엄살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근로시간이 길기로 유명한 나라다. 허구헌날 계속되는 야근과 개인의 시간을 빼앗는 것을 조직의 권리로 아는 조직문화 속에서 작가의 꿈을 가지고 버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그런 나라에서 작가의 꿈을 가지게 됐다는 것 자체가 불운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당신의 가슴을 뛰게 만든 작가의 꿈을 포기할 것인가? 대부분 그럴 수 없다고 답할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작가의 꿈을 ..
누군가 날 가지고 노는 듯 한 느낌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크게 잘못한 것도 없고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하는 일마다 꼬이고 마치 뭔가가 따라다니며 내 일을 방해하는 듯 한 느낌을 가져본 일이 없는가 말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얄궃은 인생의 쓴맛을 제대로 본 것이다. 인생이 짖궂은 장난을 걸어올 때가 있다. 나의 약한 고리를 파고들어 정말 중요한 순간에 제대로 초를 치는 것이다. 일생일대의 순간에 만나서는 안 될 인간과 맞닥뜨린다. 이제 돈 좀 벌어보려 했더니 다리가 부러진다. 어쩌다 만난 이상형의 여자와 말 좀 터보려 하는데 배 속에서 급한 신호가 오기 시작한다. 이런 경우를 두고 불가항력이라 하던가? 일이 꼬이려면 그렇게 꼬인다. 인생은 간혹 그런 변태적인 모습을 보인다. 사람을 곤란한 지경에 몰아넣고는..